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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2020년에도 유효한, 95년 대기업 고졸 사원의 '일갈'

by오마이뉴스

[미리 보는 영화] 고아성-이솜-박혜수 주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국제화 시대란 말이 유행하고 개인주의가 막 피어나던 시절. 오는 10월 중 개봉을 앞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이라는 시절을 구체적으로 복기한다. 그 중심에는 '90년대 사람'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배우가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건대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언론시사회를 통해 미리 영화를 살펴봤다.

세 캐릭터의 개성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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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롯데엔터테인먼트

대졸 대리보다 보고서를 더 잘 쓰는 업무 베테랑, 상고 출신 8년차 직원 이자영(고아성 분). 그는 삼진전자 생산관리3부 사원으로, 토익반에서 쓰는 영어이름은 도로시다. 동료들 사이에선 오지랖으로 불리기도 한다. 12초 만에 10인의 각 취향에 맞춰 커피를 타는 신기록 보유자인 그는 '진짜 일'을 하는 커리우먼이 되는 게 꿈이다.


삼진전자 마케팅부 사원 정유나(이솜 분). 영어이름은 미쉘이다. 아는 것도 많고 마케팅 아이디어도 넘쳐나지만 그 생각을 말할 기회는 거의 없다. 부서원들의 햄버거를 사다 회의하는 책상 위에 예쁘게 놓는 게 주업무인 그는 까칠한 성격과 당당한 태도를 지녔다. 2020년인 지금 봐도 '멋진 언니'다.


올림피아드 우승까지 한 수학 천재 심보람(박혜수 분). 숫자 가지고 거짓말하는 걸 못 참지만 회사에서 본인의 주요 업무는 가짜 영수증을 요리조리 잘 처리해 회계 장부의 숫자를 맞추는 일이다. 토익반 영어 이름은 실비아. 페놀 방류 사건을 파헤치는 자영을 천재적 두뇌로 돕는다. 하수구 지름과 페놀이 나온 지속 시간으로 실제 페놀 방류량을 척척 계산해내는 식으로.


이자영-정유나-심보람. 이렇게 세 사람의 소개를 길게 한 건 그만큼 세 인물이 재밌기 때문이다. 재미있다는 건 각 인물의 개성이 뚜렷하면서 다 다르다는 의미며, 그 개성들이 영화를 꽉꽉 채운다는 의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 세 캐릭터가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 버티어나가는지, 또 서로 연대하여 어떻게 상황을 바꾸어나가는지를 중요하게 보여준다.

작고 작은 존재지만...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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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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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롯데엔터테인먼트

작고 작은(tiny, tiny) 사람이라는 극중 대사처럼, 능력은 있어도 회사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세 사람의 처지는 딱하게만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이런 생각은 바뀐다. 작고 작은 존재지만 이들이 서로 도와 '행동하는' 용기를 냈을 때, 얼마나 위대한 존재일 수 있는지 영화는 잘 설득해낸다.


앞서 캐릭터의 개성이 강한 영화라고 소개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페놀방류 사건이라는 당시 실제 사건을 진지하게 재현해내며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의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예고편을 봤을 땐 1990년대를 추억하는 데 중점을 둔 채 페놀 사건은 부차적인 것이라 예상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건'의 힘이 강하다.


대접은 못 받지만 애사심을 갖고 다니는 자신의 회사를,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기업을 상대로 내부고발을 한다는 게 보통 용기는 아닐 것이다. 이 대단한 일을 'tiny한' 존재들이 해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메시지를 길어 올리게 된다. 극중 자영이 한 대사가 특히 인상 깊다.


"그저 돈만 벌려고 회사일을 하는 걸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을 돕는 일이 되면 좋겠고,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


한 줄 평: 행동하는 용기는 작은 존재도 낼 수 있다. 유캔두잇!

평점: ★★★★(4/5)

영화 정보

제목: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감독: 이종필

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 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 램프(주)

러닝타임: 110분

개봉: 2020년 10월(예정)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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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롯데엔터테인먼트

손화신 기자(son716@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