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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정경심 "삶이 발가벗겨졌다... 사는 것에 회의 빠지기도"

by오마이뉴스

징역 7년 구형받은 정경심, 표창장·사모펀드 혐의 직접 부인 

"표창장 위조, 내 기억과 너무 차이가 난다"

오마이뉴스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저와 가족에 대한) 10여 년 이상의 삶이 발가벗겨졌습니다. 저에 대한 수사가 배우자로 번지고 자식들에게 광범위하게 겨눠지는 과정들을 보며 사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에 빠지게 됐습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최후진술 일부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받은 정 교수는 재판 말미에 울음 섞인 목소리로 최후 진술을 읊었다.


정 교수는 "어느 한 순간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친정식구, 시댁식구까지 망라하는 온 가족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파렴치한으로 전략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지난 수십년간 저의 인간관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7분여 간의 최후진술 동안, 정 교수의 목소리는 내내 떨렸다.

정경심 측 "조국 낙마를 위한 표적수사였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것 외에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혐의와 관련해서는 벌금 9억원과 1억 6000여 만 원의 추징금도 재판부에 요구했다(관련 기사 : 검찰, 정경심 교수에 징역 7년 구형).


이세원 검사는 정 교수의 양형사유를 읽으며 "본건 범행은 기득권 계층이자 특권을 이용한 부의 대물림, 합격이라는 목표를 통한 도를 넘는 반칙, 그리고 입시 시스템의 핵심을 훼손한 공정한 시스템의 훼손(으로 이뤄졌다)"면서 "피고인은 대학총장, 연구소장, 교수 등을 회유하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해 재판을 지연하게 했다. 유리하게 참작할 정상은 없고, 가중할 사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최후변론과 구형이 끝난 후, 오후 3시 30분께 정 교수 측 최후변론이 시작됐다. 정 교수 측 김종근 변호사는 "이 사건 수사가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내정자의 낙마를 위한 표적수사라는 것을 (검찰도) 부인하진 못할 것 같다"면서 "정경심 피고인과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인격적 수모는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정 교수의 공소사실을 두고 "오래되어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기억들과 파편적인 사실관계의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면서 "과도한 추정과 수사기관의 의도를 결합해 만든 허구적인 것(공소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의 최후진술이 진행되는 도중, 정 교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경심 "수십 년간의 인간관계, 송두리째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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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정 교수의 최후 진술은 오후 7시 재판 말미에 진행됐다. 정 교수는 건강 상의 문제로 최후 진술을 앉아서 진행해야 했다.


정 교수는 "작년 8월 초부터 시작해 1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이 사건 중심에 제가 있다는 사실과, 이 사건으로 공직에 임명된 제 배우자가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본인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직접 언급했다. 정 교수는 "이 사건 기소 특히나 제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은 제가 가진 기억과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제가 몰래 (조민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면 제가 왜 총장에게 표창장을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렸겠나. 그럼 총장은 왜 부산대 말고 경북대를 지원했다면 내가 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었을텐데, 라고 했겠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서는 "사모펀드도 제가 잘 몰라서 (중략) 공직에 있는 배우자에게 누 끼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고 선택을 한 것"이라며 "(조 전 장관) 청문회 정국 때도 전 사모펀드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준비단이 요구하는 대로 최대한 정직하고 성실하게 진실한 정보를 전하고자 동분서주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후진술 말미에 "이번 사건은 지난 수십 년간의 제 인간 관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어느 누구도 시련의 칼날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수사대상이 되면서 저뿐 아니라 그들의 가정, 직장도, 인간관계도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되고 위기와 파탄에 빠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로 인해 갑작스런 수모와 고통을 겪은 여러 지인들께 고개 숙여 깊은 사과의 마음 전합니다."


정 교수는 마지막까지 떨리는 목소리로 "전 검찰 조사를 마친 후, 법정에 출석하면서 희망을 품었다"면서 "검찰이 제게 씌운 혐의가 밝혀지고 진실이 밝혀질 거라는 희망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방청객, 검찰 구형 직후 "X소리하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한 차례 소란이 발생했다. 오후 3시께 검찰이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직후 방청석에서 놀란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는데, 그 중 큰 소리로 "X소리하네"라고 말 한 방청객이 법정으로 불려 나가게 된 것이다. 법정에서 소란 행위를 벌인 사람에겐 법률상 '위반자'라는 호칭이 붙는다.


임 재판장은 "분명 몇차례 주의를 줬는데, 그런데도 재판을 방해하는 거냐"면서 "감치 재판으로 구금한다"고 말했다. 방청객이 곧장 "한 마디만 말한 건데 그래도 구속까지 가야 하는 거냐"고 반발했지만, 임 재판장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임 재판장은 구속된 위반자를 오후 4시 56분께 다시 법정으로 불러 짧게 재판을 진행했다. 이른바 감치 재판이다. 임 재판장이 "저희 재판부는 변호인, 검사 말 하나 놓칠까봐 계속 집중해서 듣고 있었는데 왜 방해를 했느냐"고 묻자, 위반자는 "아까 검사님들, 이 세 분 정도가 계속 얘기하시는데 그 말이 너무 우리 시민들하고 동떨어지는 얘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검사) 본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을 여기서 하는데, 굉장히 화가 났다. 그래서 '개소리하네'라는 말을 혼잣말로 했다."


임 재판장은 다른 두 재판장과 함께 상의한 이후 위반자에게 불처벌 결정을 내리되 방청권은 압수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선고 기일에도 방청권을 얻을 수 없으며, 방청권을 빌려서도 본법정 및 중계법정에서 볼 수 없도록 추가 조치도 내렸다.


강연주 기자(play224@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