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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현자로 추앙받던 이 남자의 실체... 살인과 독극물 살포까지

by오마이뉴스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Osho Rajneesh,1931-1990)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를 위대한 현자로 여기는 이들이 제법 있다. 한국에 번역된 그의 저서로 <배꼽>, <사랑의 연금술>, <버려라, 타인과 친해지는 두려움>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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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쇼 라즈니쉬 ⓒ 나무위키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2018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으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총 6부작이며 각각의 러닝타임은 60-70분가량이다.


한 가지 더. 이 다큐멘터리는 오쇼를 위대한 현자로 기념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롤스로이스 승용차 수집벽이 있었고 모든 반짝이는 보석을 좋아했던 한 지성인 오쇼를 둘러싼 범죄혐의들(이민 사기, 전염병균 살포 및 살인, 최악의 도청사건 등)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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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쇼는 실제로 재무에 밝았으며, 물욕도 많았다고 한다. ⓒ 넷플릭스

미국 땅에 건설된 유토피아

미국의 오리건 주, 황량한 황무지에 1981년 어느 날, 빨간옷을 입은 한 떼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산야신(sannyasin, 수행자)'들이었고 그들의 옷은 모두 붉은 색이었다. 티셔츠도 빨강, 치마와 바지도 빨강, 양복도 빨강, 산야신들은 모두 빨강으로 깔맞춤했다. 그들은 즐겁게 집을 지었고, 서로 협력하여 명상센터를 세웠으며, 농약 없는 논밭을 일궜다. 일찌감치 '친환경' 농법을 촉진했으며, 로컬푸드를 지향해 자급자족 코뮌 라즈니쉬푸람을 형성했다.


그들에게, 코뮌 형성 이후의 과제는 미국 안에서 법적 지위를 갖는 도시가 되는 거였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시민 숫자가 일정 수(150명)에 달하면 미국헌법을 따라 자치권과 치안권을 소유할 수 있다. 라즈니쉬푸람 사람들은 154명 산야신들을 불러모아 자치권을 확보했다. 이후 코뮌은 호텔업과 제조업을 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헌데, 이는 주변 지역의 산업균형을 깨는 일이었다. 토지용도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산야신들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옆 마을을 인수하고 라즈니쉬푸람 인구를 늘려나갔다. 산야신들 가운데 시장이 선출되었다. 시의회 의원들도 (1명 빼고) 전원 산야신으로 구성했다.


그러자 주변지역 원주민들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총을 소지하고 다니는 주민들이 생겨났다. 그러자 라즈니쉬푸람 코뮌도 이에 대응했다. 사격훈련이 실시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연방검사 살해 저격수 팀이 조직되기에 이른다(실제 저격에 성공하지는 못함).


코뮌은 합법적으로 카운티 의회에 진출하려 했다. 그들의 작전은 미국 전역에서 노숙인들을 데려와 투표권자로 등록시켜 산야신 찬성표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주 노숙인들의 투표권자 등록이 무산되고, 시간이 흐르며 관리에 난관을 겪은 코뮌은 데려왔던 노숙인들을 하나하나 내다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이웃 마을에 갑자기 살모넬라 식중독 사태가 대대적으로 일어났는데 산야신들의 짓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쇼 공동체의 명상방법

오쇼의 가르침과 명상법의 핵심은 요컨대 인생의 괴로움을 내버리고 즐거움에 초집중하는 것이다. 하여 라즈니쉬푸람 안에서는 남녀가 자주 알몸으로 한자리에서 명상을 하고,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성관계를 한다. 이 명상법은 참선 같은 류의 명상이 아니다. 뛰거나 뒹굴거나 소리치거나 울고 춤추는 등 매우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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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즈니쉬 명상법 중 영화에 공개된 장면. ⓒ 넷플릭스

이 명상의 적나라한 실체가 공개되자 이를 본 지역주민들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그때는 존스타운 사건(이단종교공동체의 집단자살) 직후라서 더 그랬다. 라즈니쉬푸람은 '성적(sexual) 컬트집단'이란 의심을 받았다.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의심을 극대화했으며, 강박적으로 불안해했다. 한편 미국 정부 측이 보기에도, 미국의 모든 자치정부가 종교로부터 분리되어있어야 하는데, 라즈니쉬푸람이 그렇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궁여지책 격으로 이민국이 오쇼에 대한 추방명령을 내렸는데, 라즈니쉬푸람은 20명의 변호사팀으로 맞서, 승소해버린다.


1980년대 라즈니쉬푸람은 오쇼에게 집중된 체제를 갖고 있었다. 지금도 산야신들은 오쇼에 절대적으로 매혹되어있고, 그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추억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름다운 사람이 사실상 코뮌의 멸망(?)을 자초한 장본인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비서인 쉴라가 코뮌 바깥 사람들에게 가하는 위협적 행위를 막지도 (혹은, 알지도) 못했다.


오쇼의 비서에 의한 여러 위협(위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라즈니쉬푸람은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자 오쇼의 비서이자 코뮌의 실권자, 그리고 이때까지 자행된 위협행위의 주동자였던 쉴라와 그녀의 측근들이 코뮌을 떠나버렸다.


그 즉시 오쇼는 태도를 바꾸어, 쉴라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헌데 이 비난이 마치 자승자박 격이어서, 오히려 FBI의 눈길을 더 끌게 되었다. 코뮌 전체가 수사대상에 오른 것이다. 코뮌 거주인원을 늘리기 위한 결혼이민 사기, 살인 미수, 독극물, 도청 등의 혐의가 부과되고, 관련 불법행위들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윽고 강제 압수수색이 벌어지려던 찰나, 오쇼는 비행기를 타고 라즈니쉬푸람을 떠났지만, 바로 체포된다. 얼마 안 있어 독일로 도주했던 쉴라와 그녀의 측근들도 체포되어 미국으로 이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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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 라즈니쉬 ▲ 합장한 모습과 수갑 찬 모습. ⓒ 넷플릭스

이들을 피고인으로 하여 희대의 재판이 열리는가 싶었으나, 혐의자들 중 오쇼와 쉴라는 형량거래로 사건을 종결짓는다. 쉴라는 형기를 마치고 출옥하여 현재 스위스에 살며 노인요양센터에서 일한다. 오쇼는 추방되어 인도로 갔는데 거기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스르르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삶의 공허, 절대적 충성으로 해결될 수 있다?

<라즈니쉬 인터내셔널>의 사장 자야난다는 한때 어마어마했던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 오쇼의 가르침과 명상의 인기를 '위대한 현자에 대한 인간적 갈증'이라는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설명한다. 실제로 1970-80년대에, 구루(스승, 현자)를 찾아 인도를 찾는 서양 젊은이들이 유독 많았다고 한다. 냉전시대를 휘감았던 혐오의 정서, 베트남전쟁의 후유증, 빈부격차의 병적 확대 등으로 사람들은 공허감에 시달렸었다.


그 사람들 중 한 여성은 라즈니쉬푸람에 들어가 즐겁게 지내다가, 불현듯 명사수가 되었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연방검사 저격팀에 뽑혔다가, 독극물 살인미수사건의 행위자로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갔다. 출옥 후 그녀가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자기의 사연을 고백한다. 그녀의 삶은 '오쇼에 사로잡혔다가 쉴라로 넘어갔다가 마침내 해방되는 과정'이었다.


21세기, 오늘날에도 삶의 공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많다. 무언가 단단히 붙들 대상이 없어서일까, 그들 중 대다수는 절대적 충성을 바쳐도 좋을 만한 인간을 찾아 헤매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value)가 아니라, 마치 그런 가치를 물질적으로 표상하는 인물(person)을 추앙하는 지점으로 쏠리는 듯하다.


혹시 지금 삶의 공허가 무겁게 느껴지고,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무엇인가가 없는 것 같고, 즐거움과 따뜻함이 가득한 공동체가 막연히 그립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면 좋겠다. 1980년대 초반 미국에 세워졌던 '문제적 유토피아'의 일시적 성공과 공식적 실패를 통해, 한 개인이 느끼는 삶의 공허를 다른 어떤 인간에 대한 절대적 충성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다큐멘터리가 차분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인미 기자(goodwoo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