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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2인자' 박명수 사용법, 웹예능 '할명수'가 찾았다

by오마이뉴스

[웹예능 리뷰] 적절한 소재 선정과 출연자 장점 살린 내용으로 눈길

오마이뉴스

▲ 웹예능 '할명수'의 한 장면 ⓒ JTBC

유명 예능인들의 유튜브 등장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대다수 예능인들이 개인 채널 개설 뿐만 아니라 전문 웹예능 출연 등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기존 TV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방송 진행으로 눈도장을 받기도 한다.


비(시즌비시즌), 유노윤호(발명왕), 강호동(라끼남, 동동신기), 이영자(케이밥스타) 등 톱스타들은 이를 계기로 본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예능인이 새롭게 이런 흐름에 합류하기 위해 낯선 유튜브 공간에 진출했다. '2인자 또는 쩜오'로 스스로를 칭했던 박명수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월부터 JTBC가 매주 금요일 오후 공개하는 <할명수>는 그동안 TV 방송에선 1인자,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예능 달인의 한(?)을 맘껏 풀어보는 웃음 해우소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


당초 <할명수>는 <무한도전> 시절 박사장, 십잡스, 지팍 등 수십 가지 애칭을 보유했던 일명 '별명부자' 박명수의 특징을 살려 최근 연예계 대세인 '부캐(부캐릭터)' 생성에 나서는 숏폼 예능으로 등장했다(매주 금요일 온라인 공개, 토요일 TV 편집본 방영).


하지만 할머니 분장을 하고 좌충우돌 입담을 뽐내던 초반 방영분은 기대만큼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의외의 내용물이 유튜브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으면서 채널 독립의 계기를 마련해줬고, 이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후배 개그맨 유민상과 등장한 외국 과자 맛보기를 비롯해서 온라인 게임, 사진 작가 도전 등 박명수의 장점을 살린 기획물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할명수>의 반등에 큰 힘을 보태주고 있다.


평소 입이 짧고 먹방과는 거리가 먼 그를 위해 <할명수>에선 이 분야의 대가(?) 유민상을 초대했다. 다양한 맛의 해외 과자를 먹으면서 즉석에서 각양각색 멘트를 쏟아내게끔 유도해 박명수 특유의 즉흥성을 극대화시킨다.


마피아 게임의 온라인 버전인 '어몽어스' 도전기는 과거 '박조커'로 대표되던 게임 규칙 이해 부족을 역으로 이용해 웃음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런가하면 그의 온갖 명언 제조에 착안해 자기개발서 집필에 나서기도 하고, 올해 tvN <더 짠내투어>를 통해 화제가 된 일명 '사진사 박씨'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져와 광고사진도 촬영하는 식으로 재미를 유발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할명수>는 부캐 생성기보단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보는 체험기로 변신에 나선다.

출연자 장점 잘 살린 제작진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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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예능 '할명수'의 한 장면 ⓒ JTBC

여타 웹예능도 마찬가지지만 <할명수>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건 제작진이다. 다수의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일반 TV 예능과 다르게 <할명수>는 철저히 박명수 1인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오랜 기간 '1인자 자리를 노리던 2인자'라는 특징을 내세웠던 박명수에 걸맞게 모든 것이 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마치 토크쇼의 메인 MC가 된 것처럼 그는 초대손님을 모신 자리에서도 맥락 없는 행동이나 멘트를 구사하면서 10분 남짓한 방송 분량을 책임진다.


기존 지상파 또는 케이블 TV 예능이었다면 자칫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자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속도감 넘치는 B급 감성 편집과 박명수 특유의 치고 빠지기식 화법이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그동안 박명수는 수년째 맡고 있는 KBS <라디오쇼> DJ를 제외하면 <무도> 밖 프로그램에선 크게 눈길을 받지 못해왔다. 이는 그가 출연한 TV 예능 상당수가 일찌감치 막을 내리면서 비롯됐다. 이렇다보니 TV 평론가, 전문 리뷰어들로부터 박명수라는 예능인은 종종 박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프로그램에 쉽게 융화되지 못하고 자신 위주의 전개만 보여준 당사자뿐만 아니라 '박명수 활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기존 방송 제작진들의 패착도 적지 않다.


반면 <할명수>는 '박명수 사용설명서'를 갖고 있는 것처럼 그를 쥐락펴락 하며 방송을 이끌어간다. 유재석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김태호 PD 못지않게 이곳의 제작진들은 매주 박명수가 맘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그러다가도 상황에 따라선 적절히 제약을 가하면서 프로그램 속 즐거움을 만들어 나간다.


때론 아이스초코 사달라는 담당 PD들에게 "회사에서 마시고 왔잖아!"라고 구박하기도 하지만 촬영장 화면 속에서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건 <할명수> 팀원 간의 교감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인공에 대한 적절한 이해 및 활용법을 재빨리 터득한 제작진과 여전히 투덜대지만 할 건 다하는 고정 출연자의 좋은 만남이 이뤄지면서 자칫 평범한 웹예능에 머물뻔 했던 <할명수>는 어느새 독립채널로서의 틀을 착실히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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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예능 '할명수'의 한 장면 ⓒ JTBC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