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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택배기사의 100% 리얼 브이로그, 그걸 본 사람들이 하는 말

by오마이뉴스

[인터뷰] 택배기사 금종명씨... "택배기사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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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택배 서비스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심지어 오늘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택배를 받아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서비스지만, 그 뒤에는 고강도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의 고단함이 있다.


그 고단함 속에서 행복을 말하는 택배기사가 있다. 바로 'CJ 대한통운 택배기사' 겸 유튜브 '택배아저씨 Taek-A' 채널을 운영 중인 금종명씨다. 그가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묻기 위해 11월 12일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 카페에서 금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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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던 30살, 그의 선택과 깨달음


"대학교 때 진학을 하고 무조건 좋은 회사를 가는 게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거든요. 저는 컴퓨터 전공이어서 그쪽으로 갈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


한 통신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꽤 안정적이라는 중학교 동창의 말에 택배기사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직장생활이 우울했던 그는 동종업계에서는 일하기 싫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창업하기도 힘든 현실이었다.


꿈이 없던 30살,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그에게 딱히 선택지란 없었다. 보수적이었던 그의 부모님은 '무슨 그런 일을 하냐, 친구들이 하고 있으니까 그게 좋아 보이냐'며 탐탁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그 말에 겁먹기도 했지만 5년째 택배기사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남들이 봤을 때 하찮은 직업이라고 보여질지 몰라도 나는 되게 만족하면서 살 수가 있구나 싶어요."


그는 현재 일이 이전의 회사생활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좋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육체적으로 힘든 것 못지않게 힘들다고 답했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내 할 일만 끝내면 바로 퇴근할 수 있고, 중간에 개인 업무도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지금의 생활이 더 좋다고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자신의 스케줄대로 일할 수 있는 이유는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가 유튜브를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튜브라는 걸 한 번 해보자"


'택배아저씨 Taek-A' 채널을 운영하는 그는 구독자 5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택배기사 일은 굉장히 바쁠 텐데 유튜브를 함께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했다.


당시 그는 거래처 3~4개가 동시에 날아가 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택배기사가 돈을 버는 방법에는 흔히 소비자들이 아는 배달,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과 계약해 거래처를 운영하는 방법 이 두 가지가 있다.


우연히 시간이 남은 그는 한창 직장 브이로그가 유행했던 유튜브에 눈길이 갔다. 택배기사라는 직업으로 직장 브이로그를 찍은 사람들이 없어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영상 만드는 공부 삼아 유튜브를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거래처가 없어져 심란할 법도 한데, 그는 이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택배기사 일과 병행하여 새벽까지 영상 기획, 편집하지만 그는 유튜브를 시작한 것에 후회한 적이 없다. 유튜브 덕분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고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할 때도 5시간 연속으로 앉아있던 적이 없었는데 영상을 만들 때만큼은 희한하게 엉덩이가 무거워진다고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를 붙인 그의 영상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저는 그냥 100% 리얼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부분이 열악해요. 이 부분이 택배기사라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내비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일상생활 모습을 쭉 보여줬거든요. 근데 봐주시는 분들이 '이분 되게 힘들게 일한다. 택배기사들이 힘들구나' 먼저 인지를 해주시는 거 같아요."


실제로 그는 평범한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영상에서 거짓말하면 언젠가는 들통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회사생활보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해왔지만, 사람들이 그의 고충을 먼저 인지해준다고 한다.


그의 고충에 관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최근 택배기사와 관련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로사, 택배 취업 사기, 열악한 근무환경 등 여러 이슈가 쏟아지는 가운데,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에 대한 대우도, 전반적인 시스템 자체도.


"어느 정도 이슈화가 돼야 변화를 해요. 저는 유튜브를 하면서 느낀 건데 '언론사나 이런 데서 나서 주지 않으면 별거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언론사에서 나서 주고 정부에서도 반응을 보여주고 대중들의 마음도 움직여줘야 확 좋아지거나 개선점이 나오는 거죠."


택배기사들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합니다


지난 11월 5일, 그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아래 세바시)에 연사로 나섰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강연회라 작은 화면으로 시청해야 했지만, 그의 뒤에 보이는 슬로건에 시선이 갔다. '택배기사들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합니다.' 이 슬로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가장 약자인 이 노동자가 근무환경도 좋고 힘차게 활기차게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 물건을 받는 사람들도 더 기분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드론 배송이나 로봇 배송은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는 그는 소비자와 가장 근접해 있는 택배기사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이 일을 하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러면 이 서비스 자체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사도 사람인지라 과중한 업무,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출근하는 상황 등이 반복되면 소비자한테 억양 자체도 부드럽게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또한 택배기사라는 직업을 갖기 전에는 택배 시스템에 대한 구조나 택배기사가 자신에게 불친절했던 이유 등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런 부분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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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도전, 뒤따르는 성취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택배기사를 선택한 것, 유튜브, 세바시 강연 등 어느 하나 쉽게 결단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에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유에 관해 묻자, "도전이라기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한 번 해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흔히 '공부할 때가 가장 좋을 때다, 공부가 제일 쉬운 거다'라는 말을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공부를 억지로 해야 했던 학창 시절이 끔찍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물론 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면서 '인생이 망했다'고 느낄 만큼 후회스럽기도 했다. 열정적으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낀 후로는 그저 성실하게만 살았다고 한다.


"학벌도 안 되고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열심히 사는 거밖에 없었어요. 그냥 해보는 거죠. 부딪쳐 보는 거고. 막상 그렇게 해서 끝나면 성취감도 많아요."


그는 중학교 때 했던 연극부 활동을 회상하며 성취감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남들이 공부할 시간에 연극 연습을 한다는 꾸중을 들으면서도 활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고생하며 만든 무대를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그 환호에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낀 그는 처음 성취감을 알게 됐다.


세바시 강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원고도 써야 하고 새벽까지 잠도 못 잘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긴장감 속에서 또 한 가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바쁘게 살아갈 때 따라오는 성취감. 이는 그가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


그의 터미널에는 택배기사라는 직업이 창피해 유니폼을 입고 식사를 하지 않거나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이 직업을 창피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 창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부러운 감정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을 시기하고 따라가려 할 필요는 없다며 내 인생, 내 갈 길을 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서 단단한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이란 게 남이랑 비교를 안 하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여행을 좋아하면 그냥 여행 가고, 차를 좋아하면 카푸어라는 얘기를 들어도 한 번 차를 사보고. 거기서 내가 후회를 느끼면 그다음부터는 그런 짓을 안 하면 되는 거고."


그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딸을 가지고 싶었던 그는 하늘이 내려준 것처럼 꿈 같이 아이를 가졌다. 아이가 태어나고 삶의 만족도가 엄청 높아졌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감 때문에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 즈음,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이에 구독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시간을 쪼개 가며 열심히 사는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며 더 유명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욕심을 부려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경험 자체로도 이미 너무나 만족한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이 상태가 좋다고 한다.


"저는 그래서 딱 그런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사람. 도전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냥 한 사람."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는 주어진다. 하지만 그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시간을 허비했다며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조민주 기자(mj0380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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