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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단 3개월 활동으로 가수왕 차지한 '절대동안' 엔터테이너

by오마이뉴스

[응답하라 1990년대] 연기와 노래 실력 겸비한 장나라


2002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던 16대 대선을 비롯해 영화로도 제작된 제 2 연평해전, 부산 아시안게임, 김동성 금메달 박탈 사건으로 대표되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 등 유난히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2002년에 가장 인상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을 비롯한 수 많은 축구영웅들을 탄생시킨 2002 한·일 월드컵을 떠올릴 것이다.


그 시절 자의반·타의반으로 '월드컵 특수'를 누린 연예인도 많았다. 윤도현 밴드는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일약 '국민 로커'로 떠올랐다. 특히 윤도현이 솔로로 활동하던 시절에 발표했던 노래 < 사랑 Two >는 무려 8년의 세월을 거스르는 '차트 역주행'을 했다. '월드컵 응원녀'로 유명세를 탄 미나 역시 곧바로 <전화 받어>라는 곡으로 가수데뷔를 했다(물론 이는 데뷔를 준비하던 미나를 위한 소속사의 홍보전략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특수에 기대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2002년 최고의 인기 스타는 따로 있었다. 연초에는 시트콤 배우와 신인가수로 대중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고 봄에는 시청률 40%를 찍은 인기드라마의 단독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며 연말에는 2개 지상파 방송국에서 가요 대상을 수상한 입지전적인 22세의 만능 엔터테이너. 대한민국이 사랑한 '나라짱' 장나라가 그 주인공이다.

동안의 신인가수 등장

장나라의 아버지는 1988년 연극 <술>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주호성이다. 예술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장나라 역시 어린 시절부터 예능 쪽에 관심이 많았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아역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90년대 중반엔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어른들은 몰라요>는 하지원, 송혜교, 최강희 등 인기배우들을 대거 배출한 스타의 산실이었다).


장나라는 예일여고 재학 시절 모 제과회사의 CM송을 부르다 음색이 좋다는 이유로 H.O.T, S.E.S, 신화 등 많은 아이돌가수들이 속해 있던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만약 장나라가 SM에서 계속 트레이닝을 받다가 가수로 데뷔했다면 2000년대 초반에 데뷔했던 걸그룹 밀크나 신비의 멤버가 됐을지도 모른다.


SM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던 중 제작자로 변신한 8~90년대 인기가수 이상우에게 캐스팅돼 소속사를 옮긴 장나라는 2001년 6월 1집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타이틀곡은 원태연 시인이 가사를 쓴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였다(<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는 2000년에 출간된 원태연 시인의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가수 장나라가 데뷔곡을 통해 들고나온 콘셉트는 '보이시 섹시'였다. 장나라의 데뷔초 이미지를 기억하는 대중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는 장나라의 초창기 숨은 명곡으로 꼽히지만 그 시절 학생처럼 보이던 장나라에게 '보이시 섹시'가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게 장나라의 데뷔곡 활동은 큰 성과를 얻지 못했고 장나라는 귀여운 외모를 앞세워 음악 프로그램의 순위소개 VJ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가수로 데뷔하기 전 드라마와 CF를 통해 연기 경험을 쌓은 것이 도움이 됐다. 장나라는 데뷔 앨범의 활동이 지지부진하던 2001년 늦가을, MBC의 청춘 시트콤 <뉴 논스톱>을 연출한 김민식PD에게 캐스팅되며 한창 방송되던 인기 시트콤에 중도 합류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이 한 편의 시트콤은 신인가수 장나라의 운명뿐 아니라 대한민국 연예계의 판도를 순식간에 뒤바꿔 놓았다.

2002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장나라 신드롬'


오마이뉴스

▲ 에 출연하면서 장나라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신예스타로 떠올랐다. ⓒ MBC 화면 캡처

장나라는 <뉴 논스톱>에서 귀엽고 어리바리한 대학생을 연기하며 가수활동에서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양동근과의 알콩달콩한 커플연기는 또래의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친구들 등쳐먹는 게 주특기였던 의도적인 비호감 캐릭터인 '구리구리' 양동근 역시 장나라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면서 '츤데레 캐릭터'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감을 얻었다).


장나라가 시트콤을 통해 큰 인기를 얻자 지지부진하던 가수 활동도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1집의 후속곡이자 <뉴 논스톱>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곤 하던 발라드 <고백>이 장나라의 높아진 인지도와 함께 큰 인기를 얻은 것이다. 장나라는 <고백>에서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에서의 보이시한 이미지를 버리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며 뒤늦게 MBC <음악캠프>와 SBS <인기가요>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고백>의 히트를 통해 가수로서의 능력을 재평가 받은 장나라는 2001년 방송3사의 연말가요제 신인상을 싹쓸이했다(남자는 '버터왕자' 성시경, 여자는 '나라짱' 장나라가 그 해 신인상을 독식했는데 두 사람은 이후에도 듀엣곡을 부르는 등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나라는 2002년 팬서비스용 홍보곡 <4월 이야기>까지 크게 히트시켰고 장나라 1집은 여성 솔로가수의 데뷔앨범으로는 드물게 3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트콤을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장나라는 2002년 3월 SBS 미니시리즈 <명랑소녀 성공기>의 주인공 차양순 역에 캐스팅됐다. 드라마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주인공 장나라가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아무리 떠오르는 스타라곤 하지만 정극 연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장나라가 16부작 미니시리즈의 원톱주연을 맡기엔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장나라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장나라의 천연덕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큰 화제를 모은 <명랑소녀 성공기>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고르게 사랑 받으며 최고 시청률 42%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명랑소녀 성공기>에서는 장혁과 류수영의 신인 시절도 볼 수 있다). 장나라는 여름 시즌에 MBC의 10부작 드라마 <내사랑 팥쥐>에도 출연했는데 <내 사랑 팥쥐>는 대만 등 해외에도 수출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2 월드컵 역시 '장나라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동 통신사의 모델이었던 장나라는 광고를 통해 폴란드전을 앞두고 황선홍과 유상철, 미국전을 앞두고 안정환에게 골을 넣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장나라가 언급한 황선홍과 유상철, 안정환이 실제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차례로 골을 넣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트콤 <뉴 논스톱>과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 그리고 다수의 CF를 통해 2002년 최고의 신예 스타로 떠오른 장나라는 서둘러 2집을 준비했고 2002년 10월 정규 2집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2년을 불과 석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발매된 장나라의 두 번째 앨범은 2002년 대한민국을 휩쓸고 간 '장나라 신드롬'의 정점을 찍으며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 3개월 활동으로 지상파 가수왕 차지한 장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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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10월에 2집을 발표한 장나라는 그 해 연말 KBS와 MBC의 가수왕을 휩쓸었다. ⓒ (주)비씨에스뮤직

장나라가 2집을 발표하던 2002년 10월은 '장나라 신드롬'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다. 장나라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최소 20%, 최대 40%의 시청률을 찍었고 장나라가 출연하는 광고의 제품은 매출 상승이 보장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앨범 역시 '모든 수록곡 표절시비' 같은 치명적인 악재가 없다면 큰 히트를 기대할 수 있었다.


장나라 2집은 자켓부터 장나라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진한 화장을 하고 찍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았던 자켓사진은 장나라 2집의 인기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드라마 <내 사랑 팥쥐>에 수록되기도 했던 장나라 2집 타이틀곡 < Sweet Dream >은 발매와 동시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순위프로그램을 정복했다. 대중들은 자다 일어난 장나라가 정신 없이 외출준비를 하는 장면을 찍은 단순한 내용의 뮤직비디오에도 열광했다.


1집에서 크게 신경을 썼던 무대 컨셉트도 2집에서는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장나라가 고급스런 드레스를 입으면 사랑스럽다고 좋아했고 집에서 입던 트레이닝복 같은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불러도 귀엽다고 좋아했다. 그 시절의 장나라는 그야말로 '뭘 해도 먹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 Sweet Dream >으로 늦가을과 초겨울을 완벽히 지배한 장나라는 겨울 시즌이 되자 활동곡을 성시경이 내레이션에 참여한 슬픈 발라드 <아마도 사랑이겠죠>와 랩에 도전한 신나는 겨울 댄스곡 < Snow Man >으로 변경했다. 비록 두 후속곡은 < Sweet Dream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장나라는 두 곡으로 동시에 활동하면서 팬들에게 '골라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1집과 마찬가지로 장나라 2집 역시 발라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 Finekiss >, <철부지>, < I'll Be There For You > 등은 공식적으로 활동을 했어도 충분히 사랑을 받았을 법한 곡들이다. 이 밖에도 장나라가 직접 작사에 참여한 <뙈지아가>, 이수영의 프로듀서 MGR이 만든 <다시 받아주겠니>, 80년대 후반 최고의 '하이틴 가수' 이지연의 히트곡 <바람아 멈추어다오>의 리메이크 버전 등이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해줬다.


1집에서 마냥 어리고 귀여웠던 장나라가 보컬리스트로서 더욱 성숙해 졌음을 느낄 수 있는 노래는 3번트랙 <혼자서도 잘해요>다. 윤종신의 뒤를 잇는 '감성 작사가' 심현보의 슬픈 가사가 돋보이는 <혼자서도 잘해요>에서 장나라는 1집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저음을 선보였고 고음에서도 한층 풍부해진 감정처리로 노래의 슬픈 감성을 극대화했다.


장나라의 2집앨범은 석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45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나라는 2집 앨범을 통해 2002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 최고인기가수상, KBS <가요대상> 대상, SBS <가요대전> 최고인기상을 휩쓸었다(SBS <가요대전> 대상은 <NO.1>의 보아였다). 그렇게 장나라는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열풍 속에서도 2002년을 지배한 최고의 연예인으로 등극했다.

뛰어난 재능과 확실한 자기관리

오마이뉴스

▲ 장나라는 지난 2018년 커플 양동근과 함께 에 출연했다. ⓒ jtbc 화면 캡처

장나라는 2003년 3집 <나도 여자랍니다>와 <그게 정말이니>, 2004년 4집 <겨울일기> 를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활동을 병행하느라 예전처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진 못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오로지 장나라의 개인기와 원맨쇼에 기댄 로맨틱 코미디 영화 <오!해피데이>로 100만이 넘는 흥행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장나라는 중국 활동에서도 그 시절에 활동했던 다른 한류스타들을 압도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2005년에 방영된 <띠아오만 공주>는 중국 전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장나라는 그 시절 중국에서 최고의 여자 연예인에게만 붙는 '천후'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부지런하게 활동하면서도 그 흔한 열애설이나 스캔들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자기관리도 철저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활동에 전념하던 장나라는 2012년 말 <학교 2013>을 시작으로 다시 국내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명랑소녀 성공기>의 커플이었던 장혁과 12년 만에 재회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MBC 그 해 <연기대상>에서 3관왕(여자 인기상, 베스트 커플상,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차지했다.


장나라는 <고백부부>,<황후의 품격>,<VIP>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지만 가수 활동은 2008년 6집 <흉터>(정규앨범 기준)를 끝으로 사실상 멈춰 있다. 장나라는 가수로서도 매력적인 음색을 가진 보컬리스트이기 때문에 여전히 '가수 장나라'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최강동안과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는 엔터테이너 장나라는 대한민국 연예계의 소중한 자산이다.


양형석 기자(utopia6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