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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활발하게 예능 도전 나선 스포츠 스타들... 성적표는?

by오마이뉴스

허재, 박찬호, 박세리, 현주엽, 김병현, 이영표 등 존재감 과시


2020년은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활약상이 유난히 돋보였던 한 해였다. 안정환과 서장훈 등 이미 방송가에서 전문 MC급으로 자리잡은 멤버들 외에도 허재, 박찬호, 박세리, 현주엽, 김병현, 이영표, 심수창, 하승진, 김연경, 한유미, 김온아 등 많은 스포츠 출신 스타들이 예능에 도전하여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보이거나 고정멤버 자리까지 꿰차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운동선수들의 방송출연을 두고 이런저런 선입견이 많았다. 재치와 입담, 순발력, 출연진간의 인맥과 친목질 등이 요구되는 낯선 방송 환경에 평생 운동만 해온 선수들로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은 당연했다. 운동선수가 '운동은 안 하고 외도를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도 강했다. 실제로 10여년 전만 해도 스포츠스타 출신이 연예계로 전업해 전문 방송인으로 성공한 경우는 강호동 정도 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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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훈 ⓒ SBS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선입견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운동선수로서 어떤 한 분야에 정점을 이룬 이들은 강한 승부욕만 아니라 지능과 센스에서도 남다른 면모를 갖춘 경우가 많다. 여기에 큰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봤거나 해외무대에서 뛰어본 경험, 선수 시절의 일화 등 방송에서 풀어낼 수 있는 화제 거리도 풍부하다.


또한 최근에는 예능의 트렌드가 전통적인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위주에서 벗어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관찰·체험·체육예능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히 신체능력이 뛰어나고 틀에 박힌 방송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스포츠 스타 출신들을 방송에서 활용할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과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은 강호동의 뒤를 잇는 2세대 스포테이너 출신으로 방송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들로 꼽힌다. 안정환은 <뭉쳐야찬다> <위대한 배태랑> <안싸우면 다행이야> <편애중계> <위캔게임> 등을 통하여 까칠한 듯하면서도 속깊은 '츤데레'의 정석을 보여준다.


올해 그가 활약했던 프로그램들의 특징을 보면, 감독-주장-선배 등 어쩌다보니 하나의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맡은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안정환은 어려운 미션에 처할 때마다 툴툴대고 불평하는 듯하면서도 정작 솔선수범하며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파 리더의 진가를 선보인다. 동료를 구박하거나 깐족대는 멘트를 날릴 때조차 밉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장난기 뒤에 가려진 안정환의 따뜻한 인간미와 책임감 덕분이다.


서장훈은 뛰어난 입담과 진행능력을 살려서 <아는 형님> <미운우리새끼>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연애의 참견> <편애중계>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을 '실내 스튜디오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중에서도 서장훈을 대표하는 방송 캐릭터라면 '냉철한 카운슬러'라고 할 수 있다. 연애사를 소재로 젊은 세대의 '사랑과 전쟁'으로 불리는 <연참>, 출연자들이 직접 찾아와 다양한 인생 고민을 상담받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서장훈은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으로 아프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는 역할을 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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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엽 ⓒ KBS

이밖에 또다른 농구스타 출신 현주엽은 대표작인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를 비롯하여 숨낳은 프로그램에서 가공할 '먹방'을 선보이며 큰 화제가 됐다. '농구대통령' 허재는 <뭉찬>에서 보여준 '화많은 아저씨+허당' 캐릭터를 통하여 농구감독 시절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를 깨는 귀여운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야구스타 박찬호는 <축구야구말구>에서 특유의 말도 많고 정도 많은 '투머치 토커'로 웃음을 안겼고, 김병현도 <뭉찬> <편애중계> 등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적인 정신세계로 '유니크 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 방송인들이 아니다보니 매 프로그램마다 비슷한 설정과 캐릭터만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서장훈은 전공을 살린 스포츠 예능 <핸섬 타이거즈>에서 연예인 팀의 감독 역할로 나섰으나,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일방통행적인 리더십으로 오히려 프로그램의 재미를 망친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현주엽은 <당나귀귀>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먹방을 답습하고 있으며, 메인 MC로 나선 < TV는 사랑을 싣고 >에서는 미숙한 진행과 실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허재도 <뭉찬>에서 보여준 개연성 없는 '버럭'과 '허당' 캐릭터를 여러 프로그램에서 재탕하는데서 벗어나지 못하며, 일회성 패널을 넘어선 방송인으로서 자생력을 증명하는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한때의 유행과 이미지에만 의존하는 패턴으로는 반짝 인기를 끌 수는 있어도, 방송인으로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는 어렵다는 게 스포테이너들이 극복해야할 숙제다.


<뭉쳐야 찬다>와 <노는 언니>는 올해 스포츠 스타들을 메인으로 내세워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하다. 2019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뭉찬>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각 종목 레전드들을 모아 조기축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성장드라마를 내세워 1년 반에 걸쳐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안정환, 허재, 여홍철, 이형택, 모태범, 김동현, 이만기, 이대훈, 박태환 등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발굴해내며 스포테이너들의 방송출연 활성화에 물꼬를 텄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의 또다른 업적이기도 하다. <뭉찬>은 조만간 시즌1을 조영하고 내년에는 종목을 바꿔 시즌 2에 돌입할 예정이다.


<뭉찬>이 축구라는 소재와 남성 스포츠 스타들에게 집중했다면 <노는 언니>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과 예능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남성 스포츠 스타들에 비하면 여성 운동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운 방송은 찾기 힘들었다. 연예인 멤버없이 박세리, 한유미, 곽민정, 정유인, 남현희 등 여성 스포츠 레전드들만이 출연하는 <노는 언니>는 '운동만 열심히 하느라 제대로 못놀아본 국가대표 언니들의 세컨드 라이프 도전기'를 표방했다. 일일 게스트로 출연한 탁구 선수 서효원이나 핸드볼 선수 김온아 등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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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리 ⓒ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는 '여성판 무한도전'이나 '놀면 뭐하니'라고 할만큼 하나의 고정된 포맷없이 매주 도전 과제가 바뀐다. '명랑운동회' '캠핑체험' '일일식당' '노는 세끼'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평소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진솔한 매력과 숨겨진 예능감을 마음껏 발산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선수시절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은퇴 시기, 임신과 출산, 경력단절, 악플에 대한 고민 등 여성 운동선수들만의 현실적인 애환을 들려준다는 것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은 항상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비판을 들어야하고, 승부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건강이 나빠지는 일도 다반사다. 대중들은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미디어를 통하여 한정적이거나 왜곡된 이미지로만 잘못 알려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스포츠스타들도 방송에서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적다보니 좀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며, 오히려 방송출연을 선수 시절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창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은퇴 선수들만이 아니라 현역들도 미디어를 활용하여 본인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참신한 소재와 이야깃거리에 목마른 국내 방송가에서 당분간 스포테이너들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