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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과연 바다 위의 미술관이로다

by오마이뉴스

해식애 발달해 눈길 가는 곳마다 주상절리의 섬, 완도 금당도

오마이뉴스

▲ 바다 위를 부표가 덮고 있다.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이다. 그 사이로 배 한 척이 지나고 있다. 장흥 노력항에서 출발해 완도 금당도로 가는 뱃길에서의 풍경이다. ⓒ 이돈삼

'양평선'이다. 땅이 끝없이 펼쳐지는 걸 지평선, 수면이 하늘과 맞닿은 선을 수평선이라고 한다. 여기에 빗대,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을 '개평선'이라 부를 수 있다. 여기는 사방이 온통 바다 위 양식장이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양평선'이라 불러도 괜찮겠다.


크고 작은 부표가 떠 있는 모습에서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임을 직감한다. 간간이 김 양식장도 보인다. 배가 양식장 사이로 빠져나간다. 뱃길만 빼고 모두 양식장이다. 양식장이 섬을 둘러싸고 있다. 섬이 양식장에 둘러싸여 있다.


가까이서 본 섬의 지형은 주상절리다. 섬이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과 모진 비바람을 견뎌낸 해송으로 덮여 있다. 해금강에 견줄 만하다. 풍경이 예술 작품이다. 신이 빚고 자연이 다듬은 걸작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도 달리한다. 바다 위의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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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기묘묘하게 생긴 금당도의 해안 절벽.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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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와 주변 섬 풍경. 고흥 소록도와 거금도를 이어주는 거금대교도 보인다. 금당도의 세포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 이돈삼

한반도의 끝자락, 완도에 딸린 섬 금당도다. 완도가 품은 250여 개 섬 가운데 하나다. 풍광은 완도를 대표한다. 전라남도의 '2021 가고 싶은 섬' 가꾸기 대상으로 선정됐다. 금당도에는 내년부터 10억 원씩 5년 동안 모두 50억 원이 투입된다. 경관 개선, 생태 복원, 문화관광자원 개발, 주민소득사업 발굴 등을 한다.


"해변을 정비하고, 둘레길도 단장할 계획입니다. 금당8경 전망대를 만들고, 고래 조형물도 세우려고 합니다. 폐교를 리모델링 해서 숙박공간으로 꾸미고, 주민소득 향상을 위한 멸치·미역 건조장도 만들고요. 여기가 가수 거미의 고향입니다. 거미와 노래를 연계한 사업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이용신 금당면장이 밝힌 '가고 싶은 섬' 사업의 개략적인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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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으로 빼곡한 바다 위 풍경. 장흥 노력항에서 완도 금당도로 가는 배 위에 본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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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 해상에 점점이 떠 있는 양식장의 부표 사이로 배가 곡예를 하듯이 빠져나가고 있다. ⓒ 이돈삼

금당도는 전라남도 완도군에 속한 섬이다. 지리적으로는 장흥 회진과 고흥 녹동에서 가깝다. 주민들도 회진과 녹동을 생활권으로 삼고 있다. 배편도 회진과 녹동이 한결 수월하다. 회진(노력항)에서 금당도 가학항으로 하루 여섯 번, 녹동에서 금당도 울포항으로 하루 세 번 배가 오간다.


금당도의 면적은 1370만㎡. 사면이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화강암이 많다. 해안은 전형적인 리아스식이다. 크고 작은 반도와 곶, 만으로 연결돼 있다. 해안선의 드나듦이 복잡하다. 침식을 받아 형성된 절벽, 해식애도 발달해 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주상절리, 수직절리다. 해안선의 길이도 면적에 비해 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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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 가학항에 멈춘 여객선. 장흥 노력항에서 금당도 가학항을 하루 여섯 번 오가는 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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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 차우리의 해질 무렵 풍경. 한옥으로 지어진 마을회관과 뒷산이 연못에 반영돼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행정구역은 면 소재지인 울포리를 비롯 차우리와 육산리, 가학리 등 모두 10개(본섬 8개)로 이뤄져 있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5000∼6000명이 살았다. 부자 섬이었다.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높았다.


지금은 530여 가구 990여 명이 살고 있다. 미역과 다시마, 톳을 기르고 채취한다. 문어, 장어, 멸치도 잡는다. 낚시꾼들은 감성돔과 볼락, 서대, 그리고 붉은 생선 쏨뱅이가 잘 잡힌다고 좋아한다.


"옛날에 정말 부촌(富村)이었어요. 집집마다 김을 했고,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으니까요. 그때는 김값이 금값이었죠. 학교 선생인 동생을 설득해서 그만두게 하고, 김 양식을 시키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김 농사가 돈이 됐죠."


금당도에 다시 들어와 살면서 완도문화관광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동훈씨의 말이다. 그때는 김이 호황을 누리고, 수출도 잘 됐다. 김 가공공장도 많았다. 오래 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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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의 코끼리바위와 남근바위. 금당도 해안은 기암괴석과 주상절리로 이뤄져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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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챗살을 펴놓은 듯한 부채바위. 금당도의 해안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풍경이다. ⓒ 이돈삼

금당도의 풍광은 예나 지금이나 비경이다. 섬 밖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배를 타고 섬을 돌아보는 여정은 주상절리로 둘러싼 비경과의 만남이다.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이 빚어낸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하나같이 신비롭다.


영락없는 코끼리 형상을 한 코끼리바위가 가장 압권이다. 금방이라도 코끼리가 물을 한 바가지 뿜어낼 것만 같다. 그 옆에 불쑥 솟은 남근바위도 있다. 부챗살을 펼쳐놓은 듯한 부채바위와 초가를 꼭 빼닮은 초가바위도 있다.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병풍바위와 금강산의 천불전을 닮은 천불바위에서 상여바위, 스님바위까지 걸작이 줄을 잇는다. 여느 섬에서나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자연이 위대한 예술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다.


시루섬도 비경이다. 층층이 포개진 바위가 시루떡 같다. 해군함정 같다고 '함정바위'로도 불린다. 연산호 군락지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금당도에 딸린 무인도 소화도(小花島) 주변이다.


금당도의 주상절리를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유람선은 거금도 금진항에서 출발한다. '미술의 섬' 연홍도와 천관산을 배경으로 선 정남진전망대를 바라보며 금당도를 오간다. 지금은 확산되는 코로나19 탓에 잠시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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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 형상을 한 초가바위. 금당도의 해안을 유람하면서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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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의 시루섬 풍경. 바위가 겹겹으로 포개진 모양새가 시루떡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이돈삼

섬 안에서 보는 주상절리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바위 벼랑이 하늘로 치솟아 우뚝 서 있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세파에 깎이고 파인 것처럼 기기묘묘하다. 거대한 벼랑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가히 적벽에 버금가는 풍경이다.


주상절리를 따라 세포전망대로 오가는 숲길도 조붓하다. 숲에는 곰솔이 유난히 많다. 남녘의 섬답게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생달나무, 붉가시나무, 사스레피나무도 눈에 띈다. 진달래, 고사리, 망초, 억새, 수크령도 보인다.


세포로 오가는 길의 전망도 탁 트여 후련하게 해준다. 숲길에서 보이는 소록도, 거금도, 득량도, 시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금일도, 생일도, 약산도, 충도, 비견도, 신도 등 크고 작은 섬도 첩첩의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섬과 바다 풍경이 황홀하다. 숲길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흑염소 무리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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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깎아지른 듯이 우뚝 선 금당도의 적벽. 해안은 물론 섬 안의 절벽도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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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를 안내해 준 박동훈 완도문화관광해설가.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살며 금당도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 이돈삼

금당도의 경물은 일찍이 '금당8경'로 전해지고 있다. 금당8경은 <금당별곡>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금당별곡은 위세직(1655∼1721)이 배를 타고 금당도 일대를 유람하고 쓴 가사작품이다. 백광홍의 <관서별곡>, 정철의 <관동별곡>과 달리 남녘 섬의 풍광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공산제월(孔山霽月), 사동효종(寺洞曉鐘), 기봉세우(箕峯細雨), 울포귀범(鬱浦歸帆), 적벽청풍(赤壁淸風), 화도모운(花島暮雲), 학령낙조(鶴嶺落照), 각암목적(角岩牧笛) 등이 그것이다. 금당8경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경물과 역사문화가 제대로 버무려지는 금당도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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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당도는 해상은 물론 섬 안의 바위도 기기묘묘하다. 세포전망대로 가는 길, 용굴 앞 풍경이다. ⓒ 이돈삼

이돈삼 기자(ds203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