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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이혼 후에도 선우은숙이 이영하를 '자기야'라고 부르는 까닭

by오마이뉴스

[TV리뷰]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이혼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부부가 서로의 합의나 재판에 따라 혼인 관계를 끊고 헤어짐'을 의미한다.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상사 거의 모든 일들이 사전에 적힌 글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혼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과 갈등, 고통스럽고 지난한 이혼 과정 그리고 이혼 후에 따라오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단계마다 당사자들의 피를 말리곤 한다.


그뿐인가. 감정의 고갈, 가족들의 원망, 사회의 부정적 시선까지 이혼은 참으로 많은 숙제를 남긴다. 이혼 후 부부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또 어떠한가. 어떤 이들은 이제 남남이 됐으니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외도 등의 귀책사유가 있다거나 상대방에게 심한 상처를 주면서 헤어졌다면 이미 남보다 못한 원수 사이가 됐겠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경제적인 문제 혹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중압감 등으로 차라리 헤어지는 편이 덜 상처가 된다고 판단한 케이스라면 어떨까. 남녀의 관계의 끝이 났지만, 친구로서 혹은 동지로서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이런 고민이 성립조차 되지 않았다. 이혼 후에도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는 건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그런 고민도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이혼한 부부의 관계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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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한 장면. ⓒ TV조선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그런 관계의 가능성을 조명하고 있다. 애당초 이혼한 부부를 등장시키는 대담하고 발칙한 콘셉트로 사람들을 놀래켰지만, 그 기획의도를 최대한 선해하면 나름대로 생각이 깊은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신동엽이나 김원희, 김새롬 등 MC들이 로맨스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리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선우은숙과 이영하, 최고기와 유깻잎, 박재훈과 박혜영까지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있는 세 커플(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지만)은 자녀가 있는 케이스다. 이혼을 하면서 부부의 관계는 끝났지만, 부모로서의 관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앞으로도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안 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한다.


5회부터 출연한 박유선과 이하늘은 이혼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미묘한 관계처럼 보였다. 아직 구체적인 이혼 사유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에는 여운이 남아있었다. 박유선은 타이밍과 마음이 맞는다면 재결합도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자녀가 없다는 점에서 앞선 세 커플과는 다른 케이스다. 그들이 어떤 답을 찾아낼지 궁금하다.


그동안의 <우리 이혼했어요> 실시간 댓글을 살펴보면 무심한 이영하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간혹 선우은숙을 꾸짖는(?) 댓글도 있었는데, 그건 대부분 '자기야'라는 호칭 때문이었다. 이혼한 전 남편에게 '자기야'라고 살갑게 부르는 건 보기 좋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선우은숙에게 이제 그만 미련을 버리라는 조언도 제법 눈에 띄었다.


호칭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므로 제3자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궁금하기는 하다. '자기'는 주로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상대방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전 아내가 전 남편을 그리 부르는 건 뭔가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저들의 관계는 도대체 뭘까. 선우은숙은 어떤 마음으로 이영하를 '자기야'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가 지난 25일 방송을 통해 밝혀졌다.


제주도로 선우은숙을 초대한 이영하는 과거 신혼여행의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다. 요트까지 빌려 바다 한가운데에서 장미꽃 100송이를 선물했다. 결혼한 지 40주년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였다. 또, 약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유품인 반지를 건넸다. "당신밖에 가져갈 사람이 없더라"면서 말이다. 선우은숙은 가끔 시어머니 생각이 났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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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한 장면.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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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한 장면. ⓒ TV조선

선우은숙은 이혼 당시에는 원망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어머니가 야속했지만, 세월이 한참 흐르고 이제와서 되돌아보니 그 마음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와 함께 지냈던 옛 시절을 회상했다. 선우은숙은 자신은 자식과 며느리를 위해 그토록 무한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데, 시어머니는 한없는 내리사랑을 베풀어주셨다며 존경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우리가 삶은 따로 살지만 전 아내 전 남편 이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울타리인 가족으로 항상 옆에 있었으니까.. (나는) 그런 생각으로 자기가 잘 됐으면 좋겠고, 우리 애들도 잘 됐으면 좋겠고, 그냥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 거 같아. 그래서 자기도 이렇게 챙겨주게 되고, 같이 만남을 갖게 되고.."

'가족'의 의미

이어서 선우은숙은 '가족'이라는 말을 꺼냈다. 비록 과거에 이혼을 했고 지금은 부부라는 틀에 묶여 있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였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과감한 발언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법적인 관계(또는 형식적인 관계)는 끝이 났어도 실질적인 관계는 여전히 현실 위에 또렷이 남아 있기 마련 아니겠는가.


선우은숙은 헤어졌음에도 계속 이영하의 곁에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아들에게 만약 아빠에게 안 좋은 상황(임종)이 닥치면 엄마가 나서서 다 처리할 거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이혼한 여자가 왜 저러고 있어?'라고 비아냥거려도 자신의 몫을 하겠다며 그것이 선우은숙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김원희는 이를 두고 '의리'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인생의 든든한 친구 같았다.


"나는 전 남편이라는 말조차 하지 않아. 지금도 '자기야'라고 하잖아. 애들 아빠, 그냥 애들 아빠고 내가 생각하는 자기지. 이영하는 나의 전 남편이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아."


이처럼 이혼을 했어도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존재한다. 남녀 관계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가족으로서의 관계가 지속되어야 한다면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지 상호 간에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이혼은 실패도 아니고, 끝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종성 기자(transcend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