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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벌거벗은 세계사' 설민석 강의, 이번에도 틀렸다

by오마이뉴스

[TV리뷰]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편으로 논란을 낳았던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가 26일 제3화를 내보냈다.


이번에는 난징대학살·731부대·전범재판 등을 중심으로 일본의 중국 침략 역사가 설명됐다. 이 방송은 신으로 군림했던 히로히토 일왕(천황)이 패망 직후에 격하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히로히토의 '인간선언'을 소재로 그가 신에서 인간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 tvN 한장면. ⓒ tvN

설민석 강사는 승전국 미국의 압박을 받은 히로히토가 '나는 신이 아니다. 신의 후예일 뿐이다'라고 발언했노라고 설명했다. 그런 방법으로 자신의 이미지 추락을 조금이라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방송이 1시간 2분을 경과할 때 이런 설명이 있었다.


"전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인간선언을 하는데요. 그 인간선언의 내용이 뭐냐. 스스로 '나는 신이 아니다'라는 거를 알린 거예요. '사람들이 나 히로히토를 살아 있는 신이라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나는 신의 후예일 뿐입니다.' 이걸 뭐라 그러냐면요. 이게 괴소리예요."

사실과 다른 '인간선언' 내용

재미있게 하고자 쉽게 설명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관계는 다르다. 설민석 강사는 인간선언의 핵심을 '나는 신은 아니지만, 신의 후예다'로 정리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될 만한 언급은 인간선언에 없었다. 1946년 1월 1일 '신일본 건설에 관한 조서(新日本建設に関する詔書)'라는 정식 명칭으로 발표된 인간선언 중에서 일왕의 신격에 관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짐과 너희 국민들 간의 결합은 시종일관 상호신뢰 및 경애로 둘러싸이는 것이지, 단순히 신화와 전설에 의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천황을 현어신(現御神)이라 하고 또 일본국민을 다른 민족보다 우월한 민족이라 하고, 나아가 세계를 지배할 운명을 가졌다고 하는 가공의 개념에 기초한 것도 아니다(朕とお前たちの国民の間の結合は、終始相互の信頼と敬愛で囲まれているのであって、単に神話と伝説によって生じるものではない。天皇を県現御神とし、また日本国民を他の民族よりも優れ民族と呼ばれ、ひいては世界を支配する運命を持つは架空の概念に基づいているわけでもない)"


일본군국주의가 일왕 신격화를 바탕으로 전개됐으므로, 승전국들 입장에서는 그 싹을 제거하자면 일왕의 신격부터 부정해야 했다. 그런 압력 앞에서 일왕이 내놓은 답변은 '짐과 국민의 결합은 짐을 신으로 인정하는 관념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일왕은 '나는 신은 아니지만, 신의 후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나를 신으로 인정하는 관념 위에서 나와 국민의 관계가 결합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자신이 신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하지 않는 방법으로 상황을 피해갔던 것이다.


'나는 신의 후예도 아니다'라고 발언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히로히토가 신의 후예로 자처했다'고 확대 해석할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인간선언에서는 그렇게 발언하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제국주의 침략 때 벌어진 주요 사건들의 맥락도 불명확하게 설명됐다. 방송이 15분을 경과할 때 있었던 일본과 독일의 동아시아 침략에 관한 설명이 그랬다.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부분에서 설민석 강사는 "일본의 정치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라면서 "1차 세계대전은 하늘이 일본을 도운 기회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라고 한 뒤 동아시아 지도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 왜 그런 말이 나오느냐, 여길 한번 보실께요. '남쪽에 있는 대양의 섬의 무리다' 그래서 이거를 남양군도라고 그러거든. 자 여기 일본이 차지하고. 다음에 독일이 어디를 차지했냐 하면, 여기거든. 여기도 일본이 차지를 한 거예요."


일본의 남양군도 점령을 설명한 뒤 "독일이 어디를 차지했나 하면"이라면서 설민석 강사가 가리킨 곳은 중국 산둥(산동)반도다. 이런 설명은 산둥반도가 제1차 대전 때 독일에 넘어간 듯한 느낌을 풍길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이 그곳을 침공한 것은 1897년이다. 제1차 대전으로부터 17년 전이었다.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에서 세력균형을 이룬 데 힘입어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직후에 벌어진 이 사건은 우리 민족의 운명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독일의 산둥반도 침공은 무엇보다 러시아를 긴장시켰다. 서해를 통해 남진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러시아가 도발한 사건이 서해 북쪽의 랴오둥반도 침공이다. 이 일은 1898년에 있었다.


랴오둥 침공은 러시아가 만주에 역량을 쏟아 붓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그들이 한반도에서 발을 떼는 원인이 됐다. 이로 인해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더 강해졌고, 이 때문에 조성된 정세 변화는 1905년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 및 1910년 국권 침탈로 이어졌다.


독일의 산둥반도 침공은 이처럼 1910년 대한제국 멸망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역사적 의의를 갖는 독일의 산둥반도 침공이, 이 방송에서는 제1차 대전 때의 사건인 듯이 불명확하게 설명됐다.

관동군에 속했던 731부대

방송에서는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731부대와 관련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다. 방송이 50분을 경과할 때 설민석 강사는 "731부대가 일왕 직속 부대로, 히로히토 직속 부대로 만들어지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독일이 산둥반도를 침공하자 러시아는 랴오둥반도를 침공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랴오둥반도 지배는 오래가지 못했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패배함에 따라 랴오둥반도를 일본에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랴오둥반도에 일본군이 주둔하고 이 군대가 관동군으로 발전했다. 이 관동군은 일왕 직속 부대였다. 이 때문에 관동군은 내각의 간섭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중국 침략을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었다. 731부대는 그 관동군에 속한 부대였다. 일왕 직속인 것은 관동군이었다. 731부대만 따로 떼어 일왕 직속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에서는 소소한 오류들도 드러났다. 난징 역사를 간략히 소개할 때 나온 게스트의 언급도 오해를 일으킬 만했다. "중국에서 서울 경(京)자를 쓰는 도시가 북경이랑 남경, 베이징과 난징, 그만큼 대도시 중의 대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죠"라는 게스트의 설명이 그랬다.


이런 설명은 경(京)자 붙은 도읍이 북경·남경 둘 뿐이었던 것 같은 오해를 줄 수도 있다. 시안(서안)도 호경이나 서경으로 불린 적이 있고, 뤄양(낙양)도 동경으로 불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설명이다.


또 중국인들이 자국 왕조로 간주하는 요나라·금나라 역시 랴오양(요양)에 동경을 설치했다. 이런 점까지도 간과한 설명이다. 게스트의 설명이 잘못됐을 경우에는 강사가 바로잡아주거나 자막으로라도 정정됐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었다.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 총리에 관한 설명이 나온 뒤에 있었던 전범재판 동영상에 관한 해설도 문제였다. 방송이 1시간 9분을 넘길 때 전범 오카와 슈메이가 법정에서 광인처럼 행동하는 동영상이 나왔다. 오카와 슈메이가 앞 사람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 갑자기 기도하기도 하고 웃고 울기도 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오카와 슈메이는 심신상실로 판정돼 처벌을 면했다.


이 영상을 가리키면서 설민석 강사는 "장관 뒤통수 때리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카와 슈메이한테 뒤통수를 맞은 사람은 장관이 아니라 총리였다. 그 영상이 나오기 조금 전에 설명된 도조 히데키 총리가 바로 그였다.


이처럼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제3화 방송에서도 주요 사실관계 및 배경 지식을 잘못 전달했다.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역사 지식을 퍼트릴 위험성이 있다. 계속되는 논란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종성 기자(jkim08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