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연예 ]

"드라마로 시비... 한심", '언더커버' 방송 철회 요구에 싸늘

by오마이뉴스

국민의 힘, <언더커버> 중단 요구... 정윤희 위원장 "블랙리스트 주범다워"



오마이뉴스

▲ JTBC 드라마 주연을 맡은 지진희, 김현주 배우 ⓒ 이끌엔터테인먼트, YNK엔터테인먼트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드라마를 사전에 검열하고 재단하는 것은 국민의 '문화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와 다를 게 없다. 문화기본법 제4조는 '정치적 견해나 성별, 종교 등과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힘이 최근 2021년에 편성된 JTBC 드라마 <언더커버>의 방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리스트 위원장은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JTBC가 내년 초 방영 예정인 드라마 <언더커버>는 영국 BBC에서 방영된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정보기관 요원과 정의를 위해 최초의 '공수처장'이 된 여성 인권변호사의 이야기다. 지진희, 김현주, 연우진, 한선화, 허준호, 한고은 배우 등이 출연한다.


그런데 드라마에 공수처장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 힘이 발끈했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 힘 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JTBC는 '정의를 위해 살아온 최초의 공수처장이 된 여성 인권 변호사'를 다루는 드라마를 내년 1월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라며 "한마디로 '공수처 홍보물'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밀고 있는 공수처장을 미화한 드라마를 기획한 것은 정권의 입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JTBC를 비판했다.


또한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가 영화를 '인간의 무의식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매체'라고 했듯이, JTBC는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국민의 감성적인 영역에까지 공수처를 '정의와 인권, 여성'으로 포장하여 선전과 선동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 전원은 JTBC에 공개 경고한다"면서 "문제가 된 프로그램의 기획을 철회하라"라고 요구했다. 또 "JTBC가 향후 방송 편성과 보도에서 중립성을 훼손하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정권에 잘 보이려는 방송사가 되기를 고집한다면 법적인 수단을 비롯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황당한 궤변... 검찰 드라마는 검찰 미화?"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25일 성명을 내고 "정권 비판 언론인을 탄압하고 시트콤 대사 하나 하나까지 제재했던 '왕년'을 추억하는 것이라면 이쯤에서 자중하기 바란다"며 "세상이 변했는데도, 아직도 미디어를 통해 국민 의식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는 낡은 사고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참 황당한 궤변"이라며 "그럼 검찰 드라마는 검찰 미화인가요?라고 되묻고는 "공수처 출범을 훼방 놓는 거뿐 아니라 방송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도 27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헌법적 가치 침해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 시대착오적 논란의 핵심은 '이 드라마가 공수처를 미화하느냐 아니냐' 이전에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 광화문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에술인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드라마의 경우 완성도와 재미가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소재를 문제 삼아 드라마 제작 중단을 국민의 힘의 요구는 다소 무리해 보인다. 지난 2014년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제작되자 부산영화제 상영을 막기 위해 정치적으로 압박하던 행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겁박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이 문화예술계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리스트 위원장은 27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수처'를 반대하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이 '공수처'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그 자신들이 집권당 시기 자행된 국정농단 세력의 블랙리스트 주범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이다"라며 "이들은 여전히 '정치적, 이념적 차이가 있는 문화예술을 검열하고 배제하는데 전혀 거리낌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문화기본법 침해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그토록 그 드라마가 우려된다면 방영된 이후에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면 되는데, 국민들을 우매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블랙리스트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적폐 정당의 오명을 벗을 수 없으며 문화예술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가범죄로 규정된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 문제에 큰 책임이 있는 국민의 힘이 지금까지 사과와 반성이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비판한 것이었다.


한편 국민의 힘이 드라마 중단을 요구하면서 관심은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드라마로 시비 거는 한심한 야당"이라며 "어떤 드라마인지 꼭 챙겨봐야겠다"거나 "그냥 <부부의 세계> 같은 스릴러물 같은데, 여주인공 직업만 가지고 트집 잡는 국민의 힘 너희들이 드라마를 알아?"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성하훈 기자(doomeh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