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연예 ]

"이 장면, 얄미운데..." '스타트업' 김선호도 예상 못한 것

by오마이뉴스

[인터뷰] tvN 드라마 <스타트업> 배우 김선호



오마이뉴스

▲ 배우 김선호 인터뷰 사진 ⓒ 솔트엔터테인먼트

'서브병 유발자', '멜로 눈빛', '예뽀'.


이는 모두 최근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선호를 가리키는 말이다.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서달미(배수지 분)를 짝사랑하는 한지평으로 분한 김선호는 안타까운 서사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극 중에서 서달미를 바라볼 때 한지평이 보여주는 다정한 멜로 눈빛은 많은 시청자들을 남자주인공보다 서브 남자주인공을 더 응원한다는 '서브병'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런 한편 KBS 2TV 예능 프로그램 < 1박2일-시즌4 >에서는 허당기 넘치고 순한 모습 때문에 '예뽀(예능 뽀시래기의 준말, 예능 초보라는 의미)'로 불리기도 한다. 더구나 점점 예능에 익숙해지면서 최근에는 게임에 몰입해 멤버들을 다그치고, 서슴 없이 망가지기도 하는 등 물오른 예능감을 뽐내고 있다.


올 한해 이러한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면서 김선호는 방송가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김선호의 SNS 팔로어는 두 달여 만에 400만까지 치솟았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김선호는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주시는 이 상황이 너무 감사하고 좋다. 이 바쁜 나날도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앞으로 또 경험하지 못할 거니까, 과분한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근 종영한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성장을 그린 작품. 김선호는 돈의 흐름을 귀신같이 읽고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돕는 천재 투자자 한지평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 중 한지평은 현재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것과 달리, 어린 시절을 보육원에서 보낸 아픈 과거를 지닌 인물이었다. 보육원을 나와 오갈 데 없던 지평을 거둬준 원덕 할머니(김해숙 분)에 대한 고마움과 부채감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겐 냉정하고 딱딱하지만 할머니 앞에선 늘 '순딩이'가 되는 양면적인 캐릭터이기도 했다.


김선호는 입체적인 캐릭터인 한지평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 모두 신경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극 중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한지평이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한지평이라면 어떻게 걸을까, 어떻게 말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많이 고민했다. 당당하게 걷는 것, 서있는 모습, '한지평이라면 이때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등 한지평이 할 법한 제스처를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스타일링에도 많이 신경 썼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한지평이 지닌 다양한 모습이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지평이라는 인물이 보이는 태도에 차이를 많이 두려고 했다. 원덕을 만났을 때, 달미를 만났을 때, 도산이를 만났을 때 각각 지평이는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서 지평이란 인물을 만들어나갔다."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지평은 서달미를 향한 짝사랑에 보답받지 못했다. 대신 보육원 출신 청소년들을 돕는 후원 스타트업 '고길동'에 1억을 투자하고 3억을 기부하는 등 한지평은 나름의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앞서 "가치 창출 못하는 자선사업에 왜 힘들게 모은 LP(민간 출자자)들 돈을 쓰냐"고 비난하던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김선호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놀이터에 '샌드박스'(모래상자)를 설치하는 것처럼, 한지평 역시 많은 이들에게 샌드박스같은 존재가 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고, 사랑받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것 같던 지평이가 도산, 달미, 삼산텍에 샌드박스라면, 지평이의 샌드박스는 원덕이었다. 결말을 맞을 때쯤 지평이 주변에는 '지평이 샌드박스가 되어주는 사람', 또 '지평이에게 샌드박스인 사람들'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지평이가 앞으로는 전보다 훨씬 더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좋았다."


오마이뉴스

▲ 배우 김선호 인터뷰 사진 ⓒ 솔트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은 앞서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합작했던 박혜련 작가와 오충환 PD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중후반부 아쉬운 전개가 이어지면서 여러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에피소드는 김용산(김도완 분)의 '복수'였다.


극 중에서 김용산은 한지평에게 "왜 우리 형을 죽였냐"며 멱살을 잡고 울부짖는다. 5년 전 한지평의 독설 때문에 김용산의 친형이 자살을 택했다는 것. 그러나 드라마에서 드러난 한지평의 발언은 독설이라고 비난 받기에는 너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럼에도 한지평은 사실을 알게된 후 스스로를 자책하고, 죄책감에 앓아 눕기도 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다소 공감하지 못했던 대목이었다. 김선호 역시 이러한 반응을 알고 있었다고. 그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라 놀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지평이 한 독설들이 감독님과 제 의도와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당연한 얘기를 하는데 왜?'라는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부분은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과 '이 장면은 지평이가 너무 얄미운데, 사람들이 반감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란 부분들이 있다. 그건 한지평이라는 인물이 지닌 서사의 힘이었던 것 같다."


이어 김선호는 독설 장면을 연기할 때 고민했던 부분을 고백하며 "한지평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시청자들이 알아준 덕분"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말이어도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따라서 (느껴지는 게) 다른 것 같다. 같은 말을 어떤 음이나 높낮이로 하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있다. 사실 한지평이 누군가를 몰아붙이기 위한 독설을 하는 건 아니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독설을 하는 편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 잘못하고 있다는 걸 팩트로 얘기하려고 했지, 없는 얘기를 하는 성격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지평이 (극 중에서) '순딩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시청자분들께서 알아주셨던 것 같다. 저 역시 대본을 보면서 시청자분들이 납득하려면 (한지평이) 독설하는 부분과 반성하면서 알아가는 부분들에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두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평이 독설을 하고 앓아눕거나, 할머니에게 찾아가 눈물을 터트리는 장면 등으로 지평이가 독설하는 부분들이 많이 희석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만약에 시청자분들께서 지평의 서사 없이 독설하는 모습만 보셨다면 또 다른 반응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한편 최근 < 1박2일 >에서 김선호는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미술 심리 전문가는 김선호의 그림에서 내면의 고민이 엿보인다고 진단했고, 김선호는 "(예능과 연기를 병행하는) 요즘 이도저도 아닌 것 같다, 지금 뭘하고 있나 그런 고민을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해당 방송분 이후 김선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때 같이 있던 '1박2일' 멤버들과 감독님, 작가님뿐만 아니라 주변에 계신 분들도 따로 연락해주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팬분들의 잘하고 있다는 한 마디, 한 마디들이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다시 한번 느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더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노력하고, 주어진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오마이뉴스

▲ 배우 김선호 인터뷰 사진 ⓒ 솔트엔터테인먼트

드라마와 예능을 종횡무진 하는 한해를 보낸 김선호는 오는 1월부터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장진 연출의 2인극 <얼음>을 준비 중인 그는 요즘 연극에 대한 새로운 고민 때문에 여념이 없다고. 이어 김선호는 2021년에는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시대적 배경이나 사용하는 언어 등 연극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떤 극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번 작품도 연습이 많이 필요해서 대사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인물에 어떤 면을 보여드리면 좋을까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2021년엔 < 1박2일 >을 통해 계속 인사드리면서 1월 <얼음>을 통해서도 관객 여러분들을 만날 것이다. 내년에는 조금 더 편안한 배우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다. 무엇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오수미 기자(foul.homer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