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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지상파 연말 시상식, 언제부터 '그들만의 잔치'가 되었나

by오마이뉴스

[주장] 3사가 펼친 각종 시상식... 의미 있었지만, 고질적 문제 여전해

오마이뉴스

▲ MBC < 2020 방송연예대상 >의 한 장면 ⓒ MBC

지상파 방송3사의 연말 시상식은 한때 국내 대중문화의 동향과 성과를 결산하는 성대한 축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케이블과 종편, 유투브, OTT 등 다원화된 미디어 채널의 영향으로 독주체제는 이미 무너졌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까지 겹치며 지상파의 컨텐츠 제작과 흥행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라야먄했다.


2020년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예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규모가 축소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치열한 경쟁이나 이변의 수상보다는 자사에 오랫동안 꾸준한 기여한 출연자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공로상' 성격 위주의 시상이 더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또한 코로나19 방역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시상식 역시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서로에 대한 위로와 감사를 나누는 따뜻한 격려의 분위기가 부각되기도 했다.


연예대상은 방송3사 모두 '장수 예능'의 강세가 뚜렷했다. SBS는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의 김종국을, KBS는 <사장님귀는 당나귀귀>,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김숙을, MBC는 <놀면뭐하니>의 유재석에게 각각 대상을 안겼다. 모두 자사의 간판 장수 예능 프로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주역들이다.


유재석 혼자 이끄는 '무한도전 시즌2'로도 불리는 <놀면 뭐하니>는 올해 지상파 3사 예능을 통틀어 가장 많은 화제와 인기를 끌어모았던 성공작으로 꼽힌다. 특히 '싹쓰리', '유산슬', '환불원정대' 프로젝트 등을 잇달아 대히트시키며 부캐(부캐릭터)와 음악예능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일찌감치 MBC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 MC' 유재석은 예상대로 통산 7번째이자 방송 3사 통합 1위인 16번째 대상 수상에 성공하며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반면 김종국과 김숙의 수상은 다소 의외로 꼽힌다. <런닝맨><미우새><당나귀귀> 등은 모두 해당 방송사의 간판 예능으로 꼽히지만, 정작 이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1인자라거나, 올해 특별히 더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SBS는 간판 공익예능인 <골목식당>을 이끌어가고있는 백종원이 몇 년째 수상을 고사하면서 마땅한 대상후보가 없는 상황이었고, KBS는 <개는 훌륭하다>와 <펀스토랑>에서 활약한 이경규라는 강력한 후보가 있었다.


하지만 SBS와 KBS는 오랫동안 자사의 간판예능에 기여해 온 2인자들의 공헌도를 우대하는 길을 선택했다. 김종국은 이효리에 이어 역대 2번째로 가요대상과 연예대상을 모두 석권하는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고, 공동이 아닌 단독수상으로는 역대 최초다. 남자가수 출신으로 연예대상을 수상한 사례는 이승기와 탁재훈이 먼저지만, 이들은 가요대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김숙은 2018년 이영자에 이어 KBS에서 여성으로는 2번째 연예대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 지상파3사 모든 시상식을 통틀어 유일한 홍일점 대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김종국과 김숙의 수상을 두고 '개근상'이라는 냉랭한 평가도 있지만, 굳이 화려한 1인자가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개성과 노력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언젠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지상파 3사가 모두 기존 장수 예능을 제외하면 새로운 포맷이나 인기 출연자를 발굴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MBC는 <놀면뭐하니>가 9관왕, <전지적참견시점>이 7관왕, <나혼자산다>가 4관왕을 차지했다. KBS도 <1박2일>이 5관왕, SBS는 <미우새>가 9관왕(공동수상 포함)을 차지하는 등, 이른바 '되는 집 몰아주기' 관행은 여전했다.


수상 후보들의 경우 셀럽이나 연예인의 가족같은 일반인-비연예인 출연자들이 득세하던 관행이 주춤하고 연예인들이 대부분 수상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소수 유명 연예인들의 장기 독식 현상이 뚜렷했다. 지상파 방송국의 다양성 부재와 아이디어 고갈에 대한 숙제를 남긴 대목이다.

희비 극명하게 갈린 연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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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기대상' ▲ 31일 오후 열린 <2020 KBS 연기대상>의 한 장면. ⓒ KBS

연기대상은 방송 3사의 희비가 가장 엇갈렸다. SBS의 경우 그나마 <펜트하우스> <스토브리그> <앨리스> <낭만닥터 김사부> <하이에나> 등 초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엇비슷한 히트작들을 여러 편 배출하며 대상 수상을 놓고 흥미진진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최종 대상은 <스토브리그>의 남궁민이 연초 종영이라는 불리한 구도를 극복하고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배우 데뷔 20년차였던 남궁민의 첫 대상 수상작이자 스포츠 드라마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수상이었다.


KBS는 올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극의 자존심을 지킨 <한번 다녀왔습니다>의 독주가 일찌감치 예상된 바 있다. <한다다>는 대상을 수상한 천호진을 비롯하여 올해 지상피 시상식중 최다인 15관왕을 휩쓸었다. 하지만 <한다다>가 시청률에 비하여 작품적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력 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못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친 몰아주기와 비인기 작품 홀대에 대한 비판도 동시에 남겼다. 천호진은 2017년 김영철과 공동 수상에 이어 3년만에 KBS에서만 두 번째 연기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중견배우의 저력을 발휘했다.


MBC는 최악의 드라마 시청률 기근 현상을 보여주듯 시상식 분위기도 방송 3사중 가장 화제성이 떨어졌다. MBC는 올해 새롭게 선보인 작품중에서 시청률 10%를 넘긴 드라마를 단 한편도 배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나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미니시리즈 <꼰대인턴>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평균 시청률은 5~6% 정도에 불과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치정 로맨스, 웹툰 원작, TV 영화 등 다양한 장르극 위주의 실험적인 편성에 도전했지만 대중성과 완성도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오피스 코미디물이었던 <꼰대인턴>은 요즘 세대의 화두인 직장문화와 세대차, 갑을관계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며 호평을 받았다. 코믹 연기에 첫 도전했던 박해진은 데뷔 이후 첫 대상의 영예를 누렸고, 실질적인 진주인공이었던 김응수 역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5060세대 중견 배우들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올해도 방송가의 진정한 최고 화제작들은 대부분 지상파가 아닌 다른 채널에서 나왔다. 해외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던 치정미스터리극 <부부의 세계>(jtbc) 전국적인 트로트 광풍을 일으킨 <미스앤 미스터 트롯> 시리즈와, 파격의 부부관찰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이상 tv조선), 웹예능 <가짜사나이><찐경규>(카카오tv) 등은 비록 지상파가 아닌 탓에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올해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몰고다닌 작품들이었다. 최근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왜 이런 작품들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고 점점 '그들만의 잔치'로 외면받고 있는지 신중하게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