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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선 넘은 양준혁 '몸값' 발언... 더 충격적인 제작진의 판단

by오마이뉴스

[TV리뷰] '몸값' 타령부터 '미우새' 신동엽의 부적절 드립... 적나라한 예능 현주소


요즘 예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후지다'. 그 중심에는 시대정신에서 몇 걸음씩 벗어나 있는 '아재'들이 있다. 얼마 전 '오빠'라는 호칭에 담긴 가부장적 질서를 완곡히 거부한 문소리에게 애교를 강요했던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전현무나 둔위 교정술을 받은 박은영에게 "그 정도는 참아!"라며 호통을 쳤던 TV조선 <아내의 맛>의 박명수처럼 말이다(관련 기사 : 문소리에게 애교 강요... 이 무례함,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http://omn.kr/1ryn6).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저런 '아재' MC들을 용인하는 제작진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행 능력 때문에 고용했을지라도 문제가 되는 발언은 지적하고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보편적인 성 감수성을 지녔다면 당연히 편집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저 무례한 발언들을 자막까지 붙여가며 방송에 내보냈다.

'몸값' 타령한 양준혁

오마이뉴스

▲ KBS2 한 장면. ⓒ KBS2

"생일에 오빠가 이것도 해줬잖아. 네 몸값보다 더 비싼 거야."

이번에는 양준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6일 방송된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에는 예비부부인 양준혁과 박현선이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친구들과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 공개됐다. 친구들은 '브라이덜 샤워(pidal shower, 결혼을 앞둔 신부를 위해 선물을 주며 축복해 주는 서양식 파티)'를 위해 신혼집을 찾았고, 박현선은 친구들에게 양준혁이 선물한 다이아 반지를 자랑했다.


양준혁은 "현선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니거든. 갑자기 바람이 든 거야. 자기들이 푸시한 거 아냐?"라며 농담을 던지더니, 난데없는 돈 타령을 시작했다. 그는 박현선에게 백금 목걸이, 명품 가방 등을 사줬다며 슬슬 허세를 부렸다. 거기까지였다면 웃어넘겼을 텐데, 양준혁은 그만 선을 넘어버렸다. 명품 가방을 어깨에 걸친 박현선에게 "네 몸값보다 더 비싼 거야"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본인은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지만, 아내의 몸값을 명품 가방에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당황한 박현선은 애써 웃음을 띠었지만 민망함으로 일그러졌고, 친구들은 장난을 섞어가며 양준혁을 나무랐으나 양준혁은 뭐가 잘못됐는지 전혀 모르는 해맑은 얼굴이었다. 친구들의 반응에 박현선은 "더 혼내줘. 가방 잃어버리면 이혼이래"라며 양준혁의 망언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빨래를 제때 하라 그랬잖아."

"빨래를 왜 나만 해?"

"아내가 메인으로 하고 난 옆에서 도와주고."

"전부는 아니라도 아내가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맞잖아."

왕년에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자신의 활약을 돈으로 치환하는 '몸값'이라는 표현에 익숙한 탓에 나온 말이었다고 치더라도 아내의 가치를 자본주의적으로 계산한다는 것 자체는 매우 부적절했다. 상대방에 대한 무례였고, 농담이라기에는 매우 경솔했다. 이어 친구들이 준비한 '결혼고사(부부의 가치관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에서 양준혁은 시대착오적 성 역할 고정관념을 여실히 드러냈다.


양준혁은 배우자가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이 신혼 로망이라고 했고, 가사는 아내의 일이라고 답했다. 우리의 집이기 때문에 가사일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박현선의 생각과 정반대였다. 결국 두 사람의 점수는 60점 만점에 19점에 불과했다. "물도 떠다주니까 (양준혁은 정수기에) 온수 기능이 있는지도 몰라"라던 박현선의 결혼 생활은 로망과는 굉장히 동떨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불필요했던 서장훈의 질문

이번에는 신동엽과 서장훈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지난 7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는 SBS <팬트하우스>에 출연하며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배우 윤종훈이 출연했다. 신동엽은 31살부터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윤종훈에게 "남자?"라며 능글능글한 섹드립을 날리고, 서장훈은 남자와 같이 살면 집안일 분담은 어떻게 하냐며 (큐시트에 적힌) 질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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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한 장면. ⓒ SBS

서장훈이 던진 질문의 기저에는 집안일은 여자의 몫인데 남자들끼리 살면 곤란하지 않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살림을 워낙 좋아한다는 윤종훈은 결혼 후 아내가 대외활동을 좋아하면 전업주부를 할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집안일에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서장훈은 그런 윤종훈에게 "결혼하면 이제 일은 안 하겠다?"는 말이냐고 되묻는다.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저 질문 속에서 '일'의 의미는 뻔하다. 가사노동은 그저 가치 없는 소일거리에 불과한 걸까. 역시 낡은 가치관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질문을 준비한 제작진도, 그 큐시트를 성실히 읽은 서장훈도 말이다.


양준혁의 농담을 가장한 헛말(과 성 역할 고정관념), 신동엽의 무례한 섹드립, 서장훈의 시대착오적 가치관. 이러한 장면들은 우리네 예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큰 아쉬움은 제작진에게 가닿는다. 이런 장면들이 관찰됐다고 하더라도 제작진이 좀 걸러낼 수는 없었을까.


예능이 좀 더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는 없을까. 좀 더 세심하고 예리한 감성을 탑재할 순 없는 걸까. 언제까지 아재들의 시대착오적인 농담을 들어야 하는 걸까. 제작진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위해 눈을 감아 버리는 걸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저런 장면들이 불편하다고 말했을 때 같이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