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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금 15톤 찾으러 온 마피아... 악당 잡는 '악'에 열광하는 이유

by오마이뉴스

[TV 리뷰] tvN 토일 드라마 <빈센조> 박재범 작가표 '히어로물' 또 성공할까?


드넓은 포도밭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그를 겁박하는 마피아의 새 후계자에겐 "다음 번에는 네가 탔을 때일 것"이라며 자동차 폭발을 선물한다. 침실에 잠입한 킬러들까지 자비 없이 모두 몰살시킨다. 마피아 수장이 사망한 이후 자신을 견제하던 무리들을 제압한 빈센조 까사노 콘실리에리(마피아 보스의 자문 변호사)는 그렇게 유유히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금가 프라자 지하에 숨겨둔 금을 찾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선 킬러들을 단숨에 제압했던 빈센조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사기를 당한다. 공항에서 탄 리무진 택시 기사가 약을 먹이고 모든 것을 털어갔기 때문. 겨우 버스비를 남겨줘서 그는 금가 프라자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냉혹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지만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상황은 빈센조의 '평정심'에 틈을 벌린다. 어디 그뿐인가. 금을 묻어놓은 금가 프라자가 바벨 그룹에 의해 철거될 위기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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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새 드라마 포스터 ⓒ tvN

tvN 새 토일 드라마 <빈센조>는 <김과장> <열혈 사제>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재범 작가의 차기작이다. '악을 악으로 처단한다'는 드라마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빈센조>는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의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

박재범 작가 전작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지방 폭력배들의 회계 장부처리를 해주던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 전직 국정원 특수요원 출신의 <열혈사제>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빈센조>의 주인공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의 윤리적, 도덕적 잣대로 보았을 때 함량 미달처럼 느껴지는 인물들이다. 지방 소도시 폭력배들의 회계 담당이었다가 대기업 TQ의 경리과장이 되었지만 김성룡은 한탕 해먹고 한국을 떠날 꿈에 부풀었다. 이는 금가 프라자에 묻힌 금을 파내 몰타로 떠날 꿈을 꾸는 빈센조와 다르지 않다. 그런가 하면, 전직 국정원 출신 김해일 신부 역시 작전 중에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일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회개'라기보다는 분노조절 장애에 가깝다. <빈센조>의 빈센조 역시 변호사이지만 킬러와 다르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로 그의 꿈은 늘 피 범벅이다. 이들은 더욱 부도덕한 상대를 마주하며 각성에 이르게 된다.


지방 소도시 폭력배 푼돈이나 주무르던 김성룡은 TQ 그룹 전 경리 과장의 부인을 구하면서 본의 아니게 선의의 인물로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TQ그룹 내 비리를 접하면서 진짜 정의의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자신의 감정조차 조절할 수 없었던 김해일 신부도 은인과도 같은 가브리엘 신부의 죽음을 겪고, 그 죽음을 매도하며 성당을 집어삼키려는 지역 경찰과 구청장, 검사에 이르는 카르텔에 저항하며 의인으로 승화된다.


빈센조는 금가 프라자 지하에 묻힌 금 15톤을 챙기는 게 목표였지만, 그 과정에서 금가 프라자를 불법적으로 점유한 바벨 그룹 그리고 그 하수인들과 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본의 아니게 지푸라기 법률사무소를 중심으로 철거 반대 위원회에 합류하게 된 빈센조는 바벨 그룹에 대해 조사하며 한국 재벌의 극악무도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김과장>의 TQ그룹의 대를 이은 부도덕한 승계 과정과 분식 회계, <열혈 사제>의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구청장으로 이어진 악의 카르텔, <빈센조>의 바벨 그룹과 법무법인 우상의 제약·건축 산업을 둘러싼 비리는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들이다. 이러한 부패와 비리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구조적 모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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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포스터 ⓒ SBS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악'이라 스스로 자처하던 주인공들을 각성시킨다. 반영웅적인 인물들의 각성은 시청자들이 정서적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동시에 그들의 각성과 실천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그렇게 <김과장>과 <열혈 사제>는 그 해의 가장 통쾌한 드라마로 기억되었다.


정서적으로는 보통 이하의 인물들이지만 정작 이들의 능력치는 영웅에 가깝다. '티똘'(TQ 또라이)라 불리던 <김과장>의 김성룡은 지방 소도시 조직폭력배들의 하수인이었지만 거대 그룹 TQ의 분식 회계를 주무를만큼 비상한 두뇌와 근성을 지닌 인물이다. 전직 국정원 출신의 김해일 신부의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빈센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금가 프라자에 나타난 철거 하청업체 앤트컴퍼니 대표를 줄 하나로 대번에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아 버리기도 하고, 깜짝 와인 파티를 여는 기지로 철거 위기를 넘겨버리기도 한다.


악인이지만 밉지 않은 주인공, 알고 보면 능력까지 갖춘 양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건 배우들이다. 자타공인 연기 잘하는 배우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를 만든 <김과장>의 남궁민, 김남길표 연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던 <열혈 사제>의 김해일 신부 모두 배우들이 가진 매력을 최고조로 뽑아낸 드라마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빈센조>의 개연성은 송중기다. 남궁민, 김남길과 또 다른 송중기만의 냉소적인 캐릭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의 변호사 빈센조를 설득시킨다.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박재범표 드라마의 매력은 그저 주인공의 양면적인 캐릭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 사는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듯 <김과장>도, <열혈사제>도 주인공의 영웅적 행위를 완성시키는 방점은 그의 조력자인 보통 사람들이다.


<김과장>은 극 초반 남궁민의 원맨쇼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중반부 이후부터는 매회 등장인물 모두가 주목받을 수 있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박영규, 정석용 등 중견 연기자는 물론 이준호, 정혜성, 임화영, 김선호, 동하 등 많은 배우들을 알린 작품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열혈사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과연 저 등장인물이 어떤 능력자일까'를 궁금해하게 만드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소머즈'같은 능력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 태국 왕실 경호원 출신의 무술 능력자 중국집 배달원, 아역 배우 출신의 신부님, 타짜 출신의 수녀님 등 출연 배우들의 이중적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듯 <빈센조> 역시 등장 인물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딸과 인연을 끊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내는 홍유찬 변호사 역을 맡은 유재명도 인상적이지만, 법무법인 우상의 변호사이자 홍유찬의 딸인 홍차영(전여빈 분) 캐릭터는 그야말로 독특한 개성으로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열혈 사제>에서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드러냈던 박경선 검사 역의 이하늬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2회 만에 법무법인 우상의 대표 변호사 자리를 꿰어찬 최명희 역의 김여진 캐릭터 역시 기대되는 바다. <열혈사제>의 동네 사람들처럼 금가프라자 주민들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궁금해진다.


이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