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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이 성 하나 때문에... 거제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by오마이뉴스

인고의 시간으로 쌓아 올린 매미성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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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오게 되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라고 어느 티브이 방송국 작가가 인터뷰 요청을 했다. 비록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물음에 속으로 답하고 있었다.


거제도 '매미성'은 약 1~2년 전부터 소셜 미디어에 소위 '핫플'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매미성 주변에 상점을 운영하는 주인의 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금 보이는 대부분의 카페와 상점들이 들어섰다고 하니, 유명세와 더불어 개발도 빨라진 것 같았다. 또한, 그 멋진 풍광과 태풍 '매미'와 얽힌 사연 또한 참으로 흥미로워 나는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거가대교가 보이는 거제도 북단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 복항(洑項)마을이 나온다. 마을 뒤로 있는 대금산에 흐르는 물을 받아 모았다가 논에 물을 대는 보(洑)가 있었던 곳이라는 의미로 마을 이름을 '스며흐를' 복(洑)을 써서 복항마을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 작은 마을에 논도 보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물결처럼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작은 마을 주변은 공사와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컨테이너 건물에는 부동산 업자가 자리 잡았고, 나무에 매달려 바람에 휘날리는 현수막에는 '투자'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평일 오후라 '매미성' 주자창에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이제는 멸치, 대구 등과 같은 특산물보다 더 거제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어버린 '바람의 핫도그'를 파는 가게가 마을 입구에 있었다. 그 맞은편에 자리를 깔고 앉아 봄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모습이 어색했다. 인간의 손때가 묻자 변화는 급속하게 찾아왔지만 정작 그 동네 주민들의 일상은 아직도 그대로인 것 같았다. 이런 어색함은 매미성을 이어주는 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계속되었다.


마을 입구에서 바다까지 약 100여 미터의 내리막길을 걸었다. 길옆에는 작은 양옥집과 함께 카페와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맞은편 거가대교가 섬과 섬을 이어주고 있었다. 저 다리 끝에 곧 가덕신공항이 생길 것이다. 공항이 들어서면 그곳으로부터 약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궁금했다.


매미성이라는 근사한 로고와 설명이 붙은 안내문은 이 마을이 어떤 식으로 보존되고 발전하게 될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암절벽, 몽돌, 해수욕장이 이어진 거제 북동쪽 해안 길에 제주도처럼 둘레길을 만들려는 계획이 있다며 반가워하는 어느 상점 주인의 말은 희망으로 약간 들떠 있었다. 관광객은 늘고, 매출은 오를 터였다. 그러면 봄나물 캐는 동네 어르신들은 더 이상 대금산을 오를 일도 없어질 것 같았다.


십수 년간 이어온 인간과 자연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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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성에 얽힌 이야기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뤘다. 성주는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소실된 밭을 지키기 위해서 방벽을 쌓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돌은 성이 되었고 이제는 거제시에서 자랑할 만한 관광지가 되었다.


직접 가서 본 바위 위에 쌓은 매미성은 고독과 인내의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었다. 건축에 무지한 조선소 연구원이 지은 성이기에 투박했지만 멋스러웠다. 첫인상에 조금 실망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인고의 성 위에서 서서 바람이 몰고 오는 바다내음을 맡으며 몽돌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성벽에 걸터앉아 사진이며 영상을 찍고 있었다.


이미 노쇠한 매미성주가 더 이상 축조와 보수를 진행하기 어려운 시기가 온다면 이곳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궁금했다. 사유지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로 매매의사를 밝혀왔을 것이다. 하지만 성주는 "자신의 땅이고 자신이 만들었지만 이곳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중에게 열린 곳으로 내버려 두고 무료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는 이 성이 복항마을에 물 대신 복(福)이 스며들게 하여 더 나은 마을이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 성 앞 안내문에 적혀 있던 '작업 중 말 걸지 마세요'라는 짧고 단호한 글씨의 의미가 내게는 인간의 탐욕은 접근 금지라는 의미로 읽혔다.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매미성에서 빠져나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외포리까지 차를 몰았다. 차창 옆으로 보이는 절경은 여전히 눈부셨다. 간간히 새로 지은 집들과 카페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이곳에 몰려드는 인간의 욕심은 성난 파도와 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보다 더욱 해로울 것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지가 되기 위한 답을 찾기 위해 이곳에는 또 다른 인내와 고민의 시간이 이어질 것 같았다.


성주의 노력과 바람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방문객들이 기쁨과 감동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홍기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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