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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나 혼자 산다'의 화사처럼 나도 쉴 수 있을까

by오마이뉴스

싱잉볼 명상 체험기


오마이뉴스

▲ MBC '나 혼자 산다' 화면 갈무리 ⓒ MBC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 힘든 일이 겹쳤다. 올해부터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늘었고 새로운 부서에 발령받아 적응해야 했다. 거기에다 바빠서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나는 어쩌다 이렇게 살고 있지? 지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문득 정신없이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게 허무해지고 이유 없는 억울함이 치밀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뭉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마음이 심란하고 잠이 부족해지니 일상이 지치고 피곤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져 주변 사람들과 예민하게 부딪혔다. 뭔가 감정의 숨구멍이 필요했다. 불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에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음악을 발견했다. 바로 싱잉볼 명상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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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싱잉볼 명상 수업 ⓒ 정무훈

싱잉볼은(Singing Bowl) '노래하는 그릇'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티베트의 전통 악기이다. 표면을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울림 파장이 일어나는데, 그 소리가 마치 노래하는 것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소리의 진동이 마음을 고요하고 평온하게 이끌어준다고 했다.


예전에는 지치고 힘들 때 훌쩍 떠나는 여행으로 일상의 답답함에서 잠시 벗어났다. 주말이면 이른 새벽에 출발해서 아침에 속초에 도착하여 바닷가를 거닐며 느긋하게 파도 소리를 들었다. 가끔은 가까운 산을 찾아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숲길을 걸으면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요즘 몸과 마음이 지치니 여행도 산책도 귀찮아져 집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많아졌다.


뭔가 답답함을 벗어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평소 집에서 명상을 하기도 했지만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심란해서 예전처럼 명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우연히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서 싱잉볼을 듣는 화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직접 싱잉볼의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무기력한 마음을 힘겹게 밀쳐내고 싱잉볼 명상 수업을 신청했다.


싱잉볼 명상은 여러 가지 수업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중 크리스탈 싱잉볼과 히말라야 싱잉볼(금속 싱잉볼) 명상 수업을 들었다. 요가 매트에 편안하게 누워 다양한 크기와 음역의 싱잉볼의 소리와 울림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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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탈 싱잉볼 명상 수업 ⓒ 정무훈

싱잉볼 연주가 시작되자 소리가 점점 확장되어 귀에 들어왔다. 싱잉볼의 파장은 몸에 미세한 떨림으로 다가왔다. 마치 절에서 종소리를 듣는 것처럼 소리보다 강한 울림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싱잉볼을 칠 때마다 소리는 중첩되고 더 큰 울림이 만들어졌다.


"싱잉볼의 울림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숨을 들이 쉬고 내쉬세요. 모든 걱정과 계획을 잠시 내려놓고 소리에 집중해 보세요."


강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싱잉볼 소리 사이로 간간이 들렸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싱잉볼이 울릴 때마다 서서히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문득 가슴 한구석에서 서글픈 감정이 올라왔다.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나 자신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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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볼 ▲ 명상 수업 ⓒ 정무훈

싱잉볼 연주가 진행되던 어느 순간 소리가 서서히 사라졌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명상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띵샤(티베트의 작은 종)소리가 청명하게 퍼져 나갔다. 강사의 편안한 목소리가 들렸다.


"싱잉볼 소리를 듣고 몸이 이완되고 긴장이 풀리면 잠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평소에도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편안함을 느껴 보세요."


그 말을 들으니 문득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지친 몸과 마음을 그동안 돌보지 않았구나. 지치고 힘든 마음이 올라오면 불안해서 감정을 외면하고 스스로 나약해진 마음을 오히려 비난하며 채찍질해왔구나.'


아기 같은 나비잠에서 깨어나니 한결 몸과 마음이 홀가분했다. 싱잉볼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강의실 벽면에 새겨진 문구에 시선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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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무훈

'무위이화 (無爲而化)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


문득 '다음에 얼굴 한번 보자'던 친구 마지막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다. 골목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숨죽여 흐느끼기 시작하자 내 등을 봄 햇살이 다가와 친구처럼 꼭 안아 주었다.



정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