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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기후위기가 덮친 식탁,
나는 당장 '이걸' 시작했다

by오마이뉴스

1년 전보다 227.5% 오른 대파 가격... 베란다 화분에 상추, 당귀 모종을 심다


'대파 한 단 6,500원.'


채소 가게를 지나다 내 눈을 의심했다. 2,000~3,000원이면 대파 한 단을 손에 쥘 수 있었는데, 6,500원이라고?


"사장님, 대파가 왜 이렇게 비싸요?"

"지난해 태풍에다 비가 잦아서 농가에서 대파 심는 시기를 놓쳤답니다. 어제는 한 단에 7,500원이었어요. 오늘은 1,000원 내린 가격이에요. 4월이 되면 봄 대파 물량이 늘어나서 가격이 내려갈 거예요."


실제로 파 값은 널뛰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파 가격은 1년 전보다 227.5% 뛰어올랐다. 1994년 5월(291.4%) 이후, 2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은 지난 8일 기준 대파 1kg 가격은 평균 7,598원으로 지난해 2,170원보다 2.5배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1년 대표 유통실태조사 결과'는 대표 가격 인상 요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파는 지난해 겨울 한파와 폭설 등으로 수확량이 줄었고, 지난 1~2월 도매시장 대파 반입량은 3만 6,267톤으로 전년 7만 4,217톤의 절반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와 재테크를 합성한 '파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사람들은 심어두기만 하면 빠르게 자라는 대파를 직접 키우기에 나섰다.


지난해 몸소 체감했던 기후 위기가 내 밥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첫째 탄소발자국 줄이기. 둘째 소비 줄이기. 셋째 비닐, 플라스틱 등 줄이기. 넷째 베란다 텃밭 가꾸기.


생각을 곧바로 행동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집에서 1.4km 떨어진 재래시장을 찾았다. 재래시장에서 상추, 당귀, 적겨자 모종과 흙을 샀다. 돌아오는 길 채소 가게에 들러 그나마 저렴해진 대파 한 단을 5,000원에 구입했다.


"대파 비닐봉지에 넣어드릴게요. 흙이 손에 다 묻잖아요."

"괜찮아요. 장바구니에 넣어가면 되요. 손에 묻은 흙은 씻으면 되죠."


집에 돌아와 대파 한 단을 초록색 부분만 잘라 냉장고에 넣고, 흰 뿌리 부분을 남겼다. 뿌리 부분은 흙이 가득 찬 화분에 심었다. 물만 줘도 잘 자라는 대파는 주방 근처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초록색 부분만 자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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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에 흙을 넣고 파를 직접 심었다. ⓒ 김예린

이미 대파 기르기를 실천하고 있는 지인은 대파를 주방에 두고 된장찌개 등 각종 음식에 넣어 잘 먹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사온 상추, 당귀, 적겨자 모종을 화분에 심었다. 뿌리는 흙 속에 둔 채 잎만 '똑똑' 따면 언제든 싱싱한 채소를 밥상 위에 올릴 수 있다. 보름 뒤면 풍성해질 잎 채소를 기대하며 흙이 젖을 때까지 물을 듬뿍 줬다.


"한 번 심어두면 올해 여름까지 먹을 수 있을 거예요."


모종 가게 사장님 말을 다시 새기며, 잎 채소를 향해 "잘 자라줘"라고 외쳤다. 4월이 되면 고추 모종을 사 베란다 텃밭에 추가할 예정이다. 유튜브에서 본 한 농부는 "고추는 가정에서 한 번 심어 1년에 1,000개씩 수확할 수 있다" 했다. 게다가 고추는 다년생이라 한 번 심으면 7년까지 키울 수 있다.


땅의 정직함, 식물의 부지런함을 믿는다. 기후 위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 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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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란다 화분에는 상추, 당귀, 적겨자 모종이 심어져 있다. ⓒ 김예린

김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