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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관악산 제일의 해거름을 볼 수 있는 호암산성길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by오마이뉴스

붉은 노을과 범종소리가 은근한 호압사와 불영암


관악산에서 시흥동과 독산동 방면으로 뻗어나온 삼성산 줄기에 자리잡고 있는 호압사는 타는 듯한 붉은 노을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이다. 시흥2동에서 도보로 10여분이면 도달하는 짧은 거리이며 제법 지대가 높고 시야를 가리는 사물이 없어서 산책코스로도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호압사 바로 뒷산(호암산)으로 오르면 관악산 정상에서 보는 것 만큼이나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해발 높이는 약 400m 정도이며 호압사에서 2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마루에서는 좌편으로 인천 앞바다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잠실벌과 하남시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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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압사에서 불영암 코스. ▲ 인천에서부터 하남시까지 조망할 수 있는 호암산 루트. ⓒ 이상헌

호압((虎壓)이란 범의 기운을 압박한다는 뜻으로서, 조선 개국 당시 관악산의 불 기운과 삼성산(호암산)의 호랑이 지세가 한양 궁궐을 위협한다고 여겼다. 이에 따라 왕명에 의해서 1391년 무학대사가 이곳에 절을 짓고 호압사라 명명한다.


굳이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풍수지리설을 말하지 않더라도 호암산에 올라보면 그 지세를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바위가 경복궁을 향해서 삐죽삐죽 솟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호압사에서 시작하여 불영암(호암산성)을 거쳐 석수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노을을 감상하며 신랑각시 바위의 다정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빠른 걸음이라면 한 시간 정도, 쉬엄쉬엄 걸을 경우 두 시간이 안 되는 루트다.


필자와 같은 길치를 위하여 대중교통으로 호압사 입구까지 오는 방법은 3가지다. 첫 번째는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투썸플레이스 앞에서 6515를 타고 가는 방법. 두 번째는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로 나와 헌혈카페 앞에서 152번 승차. 마지막은 1호선 금천구청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횡단보도 앞에서 마을버스 금천01과 금천01-1을 타고 가는 길이다. 참고로 호압사에는 30대 정도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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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이 오밀조밀 한 호압사 경내. ▲ 관악산의 주산이 되는 삼성산 자락에 위치한 호압사. ⓒ 이상헌

입구인 호암산문을 지나 포장도로를 오르면 10분도 안 되어 호압사에 도착한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약사전과 삼성각, 8각9층석탑과 범종각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종무소 옆에 보면 전망데크가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 벤치에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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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압사의 해넘이. ▲ 호압사에서 구름산 너머로 불타는 석양이 지고 있다. ⓒ 이상헌

서편 구름산 너머로 붉은 노을이 아지랭처럼 진다. 범종각의 종소리가 은은한 가운데 석양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볼 수 있다. 어떠한 고가의 스피커로도 재현할 수 없는 현실감이다. 꼭 호압사에서 보는 해거름이 아니더라도 산세가 서쪽을 향해 있기에 불영암을 지나 석수역으로 가는 코스 어디서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호압사를 뒤로하고 데크 계단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호암산 정상이다. 산마루에 오르면 어디서나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헬기장 넘어 전망대가 있고 시야를 가리는 수목이 없어서 호압사에서 보는 것보다 더 훌륭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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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산 정상부의 탁 트인 풍경. ▲ 좌하단에 보이는 호압사에서 호암산까지는 겨우 20분 정도의 거리. ⓒ 이상헌

지세를 따라 불쑥 솟구친 바위에 오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아마도 관악산 제일의 조망지점이 아닐까 한다. 너무 높이 오르면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비교 대상이 있어야 그 차이를 더 극명하게 느낀다.

▲ 호압사에서 불영암까지. 관악산 제일의 석양. ⓒ 이상헌

결을 따라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불영암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호암산성은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에서 건축되었다. 과거에는 북한산성, 행주산성, 남한산성 등과 연계하여 수도 방위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호암산성 옆 불영암에는 통일신라 시대에 판 한우물이 있는데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관악산이 대체로 돌산임에도 이렇게 물이 샘솟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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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암의 저녁 예불. ▲ 타종할 때 스님을 지키고 있는 칡개 복실이. ⓒ 이상헌

불영암을 지키는 개가 복실인데 스님이 타종할 때 그 앞에 앉아 낯선 객을 경계한다. 스님의 말에 따르면 새끼를 100여 마리나 낳은 다산 장수개라고 한다. 진돗개의 한 종류로서 털 색깔이 오묘한 칡개다. 털이 뻣뻣하고 거칠지만 겉 모습과 달리 순한 녀석이라 절밥을 얻어먹는 고양이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접두어 "칡" 또는 "측"은 칡덩굴 같은 줄무늬를 가졌다는 뜻이다. 칡소와 칡개, 측범잠자리, 칡범 등으로 쓰인다. 예전에는 표범과 구별하기 위해서 호랑이를 칡범이라고 불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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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암의 수문장 노릇을 하는 복실이와 고양이. ▲ 스님이 범종을 울릴 때마다 지킴이를 자처한다. ⓒ 이상헌

불영암은 벼랑 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산신각, 요사채, 대웅전 등이 있으며 돌탑과 더불어 범종도 있다. 저녁 예불 때 타종 소리가 그 아래 시흥동까지 들린다. 한편, 암반 위에는 큰 바위를 몸체로 하는 불두가 모셔져 있다.


불영암 옆에는 석구상(해태상)이 있으며 길을 따라 내려가면 칼바위, 사랑바위(신랑각시바위) 등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내친김에 계속 진행하여 석수역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중간에 호암산폭포 방면으로 빠져나오면 호암1터널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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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모습의 신랑각시바위. ▲ 불영암에서 석수역으로 내려가는 길에 서 있는 바위 한 쌍. ⓒ 이상헌

한편, 호압사와 불영암 사이에는 시흥동을 바라볼 수 있는 제법 넓직한 암반이 있는데 이 지점에서 좌측으로 빠지면 깃대봉(국기봉)을 넘어 삼막사로 가게 된다. 경인교대에서 올라오는 코스가 삼막사까지 가장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인데, 이 경로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소개해 볼 것이다.


정상까지 포장도로를 굽이굽이 걷다보면 삼성산에 이르게 되는데 왕복 코스로 훌륭하다. 경관도 훌륭하고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이 길은 자전거 라이딩을 위해 여러 사람이 찾는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