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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노는 언니' 박세리도 놀라게 한 기보배의 진가

by오마이뉴스

[TV 리뷰] 빠른 적응력으로 기대감 높인 '신궁' 기보배


JTBC의 <뭉쳐야 찬다>와 <뭉쳐야 쏜다>는 스포츠 경기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각 종목의 레전드들이 축구와 농구라는 낯선 종목에 도전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허재 같은 늦깎이 예능 스타가 발굴되기도 했다.


남자 스포츠 스타들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뭉쳐야 찬다>와 <뭉쳐야 쏜다>라면 여성 스포츠 스타들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은 단연 E채널의 <노는 언니>다.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을 표방한 <노는 언니>는 어느덧 방영 6개월을 맞이하면서 E채널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노는 언니>는 박세리를 주축으로 하는 5~6명의 고정 멤버에 타 종목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그 종목을 소개하고 고정멤버들이 해당 종목을 체험하는 포맷으로 진행된다. 특히 지난 2일과 9일 방송에 출연했던 이 게스트는 아주 빠른 적응력과 친화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 눈길을 끌었다. 올림픽 금메달만 3개를 따낸 여자양궁의 레전드 기보배가 그 주인공이다.

올림픽 금메달만 3개, 여자양궁의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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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보배는 런던 올림픽 2관왕을 비롯해 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E채널 화면 캡처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양궁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부담을 어깨에 짊어졌다. 1984년 LA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무려 20년 동안 이어온 여자양궁 개인전 6연패의 위업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탈환에 실패한다면 한국 여자양궁은 더 이상 '올림픽 금메달 보증수표'라고 부르기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끊어질 위기에 놓여 있었던 한국 여자양궁의 위대한 역사는 바로 이 선수에 의해 다시 이어지게 됐다. 서향순, 김수녕, 조윤정, 김경욱, 윤미진, 박성현으로 연결된 한국 여자양궁의 신궁 계보를 이은 기보배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기보배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며 런던 올림픽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런던의 여왕'으로 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진 않았다. 8강에서 러시아, 4강에서 미국 선수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기보배는 결승에서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을 만났다. 기보배는 로만과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슛오프(한 발로 승패를 결정하는 방식)에 들어갔고 먼저 활을 쏜 기보배는 긴장한 듯 8점을 쏘고 말았다. 하지만 로만 역시 8점을 쐈고 결과는 과녁에 5mm 정도 가까웠던 기보배의 극적인 승리였다.


기보배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대표팀 되는 게 더 어렵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KBS의 객원해설로 중계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대표팀 자리를 되찾은 그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리우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건 기보배는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쓸어 담았다.


2017년 결혼한 기보배는 출산 후 2020년 도쿄 올림픽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2차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코로나19로 선발전이 다시 치러졌을 때도 24위로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의 꿈이 좌절됐다. 많은 사람들이 리우 올림픽 이후 대표팀에서 뜸한 기보배가 은퇴한 줄 알고 있지만 기보배는 여전히 광주시청 소속으로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밝은 성격으로 프로그램에 빠르게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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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보배는 반장선거에서 서열을 없애겠다는 살벌한(?) 공약으로 '큰 언니' 박세리를 놀라게 했다. ⓒ E채널 화면 캡처

기보배는 지난 2일 방송된 <노는 언니>의 양궁특집에서 언니들의 선생님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기보배는 수년 간의 국가대표 생활에도 불구하고 펜싱의 남현희와만 안면이 있을 뿐 대부분의 언니들 사이에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양궁체험을 끝내고 김온아의 고향인 무안으로 이동하는 길에 언니들과 수다를 떨면서 기보배는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태릉선수촌 불암산 달리기를 두고 한유미, 김온아, 남현희와 한바탕 설전을 벌인 기보배는 숙소에서의 요리 대결에서는 쉽지 않은 낙지호롱구이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 언니들을 놀라게 했다. 다음 날 아침으로 토스트를 만들 때는 어느덧 동갑내기 김온아와 편하게 말을 놓는 친구 사이가 돼 있었다. 김온아의 모교를 방문했을 때도 "서열을 없애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으로 <노는 언니>의 터줏대감 한유미와의 반장선거에서 접전을 벌였다.


기보배의 진가는 추억의 놀이 시간에 더욱 빛을 발했다. 기보배는 지우개 싸움에서 곽민정을 KO승, 박세리를 반칙승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며 선전했다(결승에서는 한유미에게 KO패). 이어진 공기놀이에서도 기보배는 쌀 씻기, 피아노, 막도장, 콩콩이, 널뛰기, 고추장, 고비, 전봇대 등 온갖 전문용어들을 쏟아내며 '옛날사람' 박세리를 큰 혼란에 빠트렸다.


흔들림 없이 언제나 진지한 표정으로 활을 쏘던 신궁 기보배의 인간적인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였다. 동료들과의 편한 자리에서 많이 웃고 주위를 즐겁게 해주는 기보배 선수를 보면서 <노는 언니>의 진가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양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