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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윤스테이'에 나온 그 동네, 산수유꽃이 절정이라오

by오마이뉴스

넓은 뜰 감춘 비밀의 정원 구례 쌍산재에 찾아온 봄

오마이뉴스

▲ 오래된 옛집 쌍산재의 안채와 사랑채. 최근 이 집에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 이돈삼

완연한 봄날을 되찾았다. 촉촉하게 내린 봄비 덕분인지, 만물이 살아서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겨우내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도 봄물이 잔뜩 올랐다. 땅에서는 봄까치꽃, 광대나물, 냉이꽃, 춘란이 무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섬진강변의 매화,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꽃도 다 피어서 만발하고 있다.


<윤스테이>가 있다. 케이블 텔레비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제목이다. 외국인들이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우리 전통의 멋과 맛을 체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윤여정과 이서진·박서준 등이 출연한다. 나영석 PD가 연출을 맡고 있다.


<윤스테이>가 첫 전파를 탄 게 지난 1월 초였다.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중심은 배우 윤여정도, 이서진도 아니었다. 배경무대로 나온 쌍산재(雙山齋)였다. 촬영장소로 활용된 쌍산재는 섬진강변, 지리산 자락 구례에 있는 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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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스테이' 촬영지 쌍산재의 옛집 내부 풍경. 흡사 봄날을 맞은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단장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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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스테이'를 보고 쌍산재를 찾은 방문객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월 28일이다. ⓒ 이돈삼

<윤스테이> 촬영에 따른 뒷정리를 하느라 그동안 문을 닫았던 쌍산재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주말·휴일과 이어지는 삼일절 연휴를 앞두고서다. <윤스테이> 촬영 준비를 위해 지난해 9월 문을 닫은 지, 6개월 만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쌍산재를 찾은 것은 당연지사. 섬진강변의 매화,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꽃을 보러온 나들이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연휴 기간, 하루에 수백 명씩 입장을 했다. 방문객들이 타고 온 차량이 줄을 이으면서, 마을 앞길도 막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지난 6일 쌍산재를 찾았다. 쌍산재는 개인이 만들고 가꾼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전라남도가 2018년 민간정원으로 지정하면서 정원관광의 중심으로 거듭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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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산재의 안채와 서당채를 연결해 주는 돌계단 길. 양쪽으로 대나무와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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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산재 주인장 오경영 씨가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쌍산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이다. ⓒ 이돈삼

쌍산재는 오래된 집, 고택이다. 구례의 옛집을 생각하면 운조루가 먼저 떠오르는 게 인지상정이다. 쌍산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200년 넘은 종갓집이다. 예스런 건축물이 다양한 나무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정원이 아름답고,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그 집이 넓은 정원에 감춰져 있어 시크릿 가든, 비밀의 정원으로 불린다.


쌍산재는 구례읍에서 하동 방면으로 화엄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서 왼편,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상사마을은 구례를 대표하는 장수마을에 속한다. 쌍산재는 장수마을의 상징이 된 당몰샘과 한몸으로 이뤄져 있다.


당몰샘이 만들어진 게 1000년이 넘었다고 전한다. 지독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 수량이 일정하고, 맛도 좋았다. 마을을 장수마을로 만들어 준 공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리산 자락의 약초 뿌리가 녹아 흘러든 물이어서 영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웃마을은 물론이고 멀리 순천과 여수, 남원사람들까지도 와서 물을 받아 간다.


당몰샘은 본디 쌍산재에 속한, 쌍산재의 샘이었다. 마을사람들을 배려한 쌍산재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배어 있다. 물을 받는다고 집안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불편해 하고, 집주인의 눈치도 보는 것 같아 집 밖으로 뺐다. 집안의 담장을 다시 쌓으면서, 담 밖으로 당몰샘을 뺀 것이다. 지금도 쌍산재의 주인이 수시로 샘을 청소하며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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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산재와 한몸처럼 연결돼 있는 당몰샘. 왼쪽으로 소박하게 보이는 문이 쌍산재로 드나드는 출입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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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영역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서당채인 쌍산재.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공부를 했던 공간이다. ⓒ 이돈삼

쌍산재는 당몰샘을 오른편에 두고 안으로 들어간다. 대문도, 양반집치곤 좁고 소박한 편이다. 대문을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아담한 마당이 있다. 마당을 둘러싸고 사랑채와 안채, 바깥채, 사당 그리고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다. 왼편으로는 관리동과 별채, 호서정이 배치돼 있다.


쌍산재가 자랑하는 비밀의 정원은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다. 안채와 별채 사이 장독대 옆, 대숲 사이로 난 돌계단을 따라가서 만난다. 돌계단 양쪽으로 대나무가 쭉쭉 뻗어 있고, 아래에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길이 동백나무 터널과 이어진다. <윤스테이> 시청자들이 가장 감탄했던 길이고, 풍경이다.


대숲과 동백숲으로 어둑어둑한, 좁은 돌계단을 따라 한 계단씩 오르면 봄햇살이 양탄자처럼 깔린 넓은 잔디밭을 만난다. 잔디밭을 앞에 두고 서당채와 경암당,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가 쌍산재의 비밀 정원이다.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대문 안에 들어와서도 짐작할 수 없는 정원이다.


경암당 옆으로 난 영벽문을 열면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가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다. 이 저수지까지도 품에 안을 수 있는 게 쌍산재의 큰 장점이다. 쌍산재의 면적이 1만6500㎡ 남짓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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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경영 씨가 방문객들에게 쌍산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오 씨는 현재 쌍산재를 지키며 살고 있는 주인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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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산재의 안채에 딸린 나눔의 뒤주. 쌍산재 옛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다. ⓒ 이돈삼

쌍산재는 두 영역으로 나뉜다. 대문을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안채와 바깥채, 사랑채를 중심으로 한 곳이 여성의 영역이다. 대숲과 동백숲 사이로 난 돌계단을 올라서 만나는 쌍산재 주변 공간이 남성의 영역이다. 두 영역이 완전히 다른 풍광으로 펼쳐지는 게 쌍산재의 특징이고 매력이다.


이 집이 2000년대 중반부터 한옥체험장으로 운영돼 왔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하룻밤을 체험했다. 외국인들도 좋아했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윤스테이> 촬영 준비를 위해 문을 닫았다. 촬영은 11월과 12월에 했다.


쌍산재는 200여 년 전, 지금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오경영씨의 6대조 할아버지가 터를 잡았다고 전한다. 오씨의 고조부가 집안에 서당을 짓고, 자신의 호를 따서 '쌍산재'라 이름 붙였다. 주인장 오씨는 "선조들이 책을 가까이 하면서 검소하게 살았고, 화목을 가훈으로 삼은 가풍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집"이라고 쌍산재를 소개했다.


그 때문일까. 쌍산재는 목이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양반집이 결코 아니다. 양반집이지만, 소박한 여염집 같은 느낌을 준다. 찾는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정겨움을 안겨주는 이유다.


쌍산재에 특별한 뒤주도 있다.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처럼, 나눔의 뒤주다. 안채에 딸려 있다.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아서 식량이 부족하던 춘궁기 때다. 봄엔 보리나 밀을, 가을엔 쌀을 뒤주에 채워두고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했다. 궁할 때 먼저 가져가서 먹고, 나중에 다시 채워두도록 한 것이다. 쌍산재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배어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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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계곡에 산수유꽃이 활짝 피었다. 계곡의 물까지도 샛노랗게 물들일 기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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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를 맞아 빗방울을 머금은 산수유꽃. 지리산 자락의 봄을 샛노랗게 물들여주는 꽃이다. ⓒ 이돈삼

쌍산재를 보러 오가는 길에 만나는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꽃 군락은 덤이다. 지리산의 긴 겨울잠을 깨우며, 샛노랗게 피어나서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산수유꽃이다. 꽃도 활짝 피어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샛노란 산수유꽃은 구례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 있다. 주택가, 골목길은 물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두렁과 밭두렁 할 것 없이 눈길 닿는 곳마다 어김없이 산수유꽃이 피어 있다. 굽이굽이 돌담길을 따라서 방글방글 피어난 산수유꽃을 보노라면, 별천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리산 자락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 쌍산재와 샛노란 산수유꽃을 다 만날 수 있는 2021년 구례의 새봄이다. 그 꽃봄이 절정의 때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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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자락을 샛노랗게 물들인 산수유꽃. 구례와 지리산의 봄을 대변하는 풍경이다. ⓒ 이돈삼

이돈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