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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폭력' 아빠 때린 유치원 교사... 교장의 의외의 선택

by오마이뉴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변신 <유치원에 간 사나이>


이제는 기억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유치원에 다니던 미취학아동 시절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선생님 말씀 안 듣고 말썽만 피우던 개구쟁이였다. 특히 '유치원 졸업반'이던 7살 때는 야외교육의 일환으로 뒷산에서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의 시선이 소홀해 진 틈을 타 무리에서 몰래 빠져 나왔다가 산에서 길을 잃어 부모님과 선생님을 크게 걱정시킨 일도 있었다(유치원이었으니 망정이지 군대였으면 '탈영'이다).


보육교사 폭행 같은 끔찍한 사건들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보내기가 겁나는 세상이라지만 거꾸로 교사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 아무리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어린 아이들 가르치는 과정을 수료했다고 해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데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덩치도 크고 한 손으로 아이를 번쩍 드는 남자 선생님이 유치원 교사로 나타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할리우드 최고의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유치원 선생님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은 영화 <유치원에 간 사나이>처럼 말이다.

<터미네이터>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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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에서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 유아이피코리아

영화 배우, 혹은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더 유명한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과거 미스터 올림피아와 미스터 유니버스를 도합 10차례나 제패했던 전설적인 보디빌더였다. 당시엔 금지약물에 대한 제재가 심하지 않아 약물 의혹을 받기도 하지만 아놀드는 현역(?) 시절 매일 5~6시간을 운동에 투자했던 성실한 보디빌더였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놀드는 1970년 미국으로 건너와 몇몇 영화에 출연했지만 어색한 영어발음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81년 <코난-바바리안>을 통해 액션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아놀드는 1984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에 출연하며 일약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딱딱한 영어발음은 사이보그 T-800의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터미네이터> 이후 아놀드는 <코만도>, <고릴라>, <프레데터>, <토탈리콜> 등 액션 영화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의 특급 배우로 군림했다.


그렇다고 아놀드가 항상 진지하고 심각한 액션영화만 찍은 것은 아니다. 대니 드비토와 쌍둥이로 나온 <트윈스>에서는 순박한 연기를 보여줬고 <유치원에 간 사나이>에서는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기도 했다. 초반에는 어린이들의 돌발 행동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호루라기로 아이들을 제압(?)한 후에는 유치원 교사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휴먼 코미디 장르에 근육질 배우 아놀드가 주인공으로 나온 자체가 당시로선 매우 신선했다.


하지만 아놀드는 결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1990년 <유치원에 간 사나이>로 코미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아놀드는 1년 후 <터미네이터2>를 통해 액션배우로 화려하게 컴백했고 <마지막 액션 히어로>, <트루 라이즈> 등에 출연하며 90년대 초·중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물론 중간중간 <주니어>, <솔드아웃> 같은 가벼운 영화를 통해 여전히 건재한 코미디 감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놀드도 얼굴에 갚은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최고의 자리를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 윌 스미스 등에게 물려 줬고 200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 들면서 영화 출연이 뜸해졌다. 물론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명배우와는 거리가 멀지만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I'll Be Back"을 외치는 아놀드는 영원히 관객들의 친근한 근육질 형님으로 기억될 것이다.

인형 같은 아이들이 외치는 민주주의 실천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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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연기파 배우는 아니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오른쪽)는 코미디 장르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발산한다. ⓒ 유아이피 코리아

범죄자들도 무서워하는 LA경찰서의 강력계 형사 존 킴블(아놀드 슈왈제네거 분)은 마약업자 크리스프(리처드 타이슨 분)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그의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파견된다. 당초 계획은 킴블이 크리스프의 아내에게 증언을 받는 것이었지만 유치원 교사 역의 여형사 포비(파멜라 리드 분)가 갑자기 병이 나는 바람에 킴블이 포비를 대신해 원치 않았던 유치원 교사 역을 떠맡는다.


낯설고 덩치 큰 남자 선생님의 등장에 아이들은 긴장하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가 나타나면서 금방 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의 멜빵 바지 단추를 풀지 못해 당황하던 킴블은 앞 교실의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킴블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교실은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변한다. 그리고 킴블은 유치원생 도미닉(조셉 쿠진스, 크리스찬 쿠진스 2인1역)으로부터 "선생님은 우리 야구코치보다 못해요"라고 디스를 당한다.


유치원 교사 출신의 포비에게 조언을 들은 킴블은 아이들 교육에 '경찰 학교 놀이'를 도입하고 이는 의외로 큰 효과를 얻는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아이들에게 우유를 나눠 준 킴블은 자신의 아들 알렉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비록 '어른들의 이야기'라 아이들이 완전히 몰입하진 않았지만 킴블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만큼 아이들과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영화 중반부 '만악의 근본' 크리스프가 석방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절정으로 치닫지만 그와 별개로 학교 축제에서 아이들이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재연하는 장면은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자유가 있는 곳,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신조로써 우리의 이 위대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이 지상에서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아이들의 외침처럼만 정치를 한다면 정치인들이 욕 먹을 일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냉정한 듯하지만 인간적인 교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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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다 헌트(왼쪽)는 영화 출연이 뜸해진 최근에도 드라마 NCIS 시리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 유아이피 코리아

<유치원에 간 사나이>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단독 주연 영화다. 아놀드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동료교사 조이스 역의 페넬로피 앤 밀러와 파트너 형사 포비 역의 파멜로 리드 같은 여성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터미네이터>의 린다 해밀턴이나 <트루 라이즈>의 제이미 리 커티스처럼 비중이 크지 않다. 오히려 원장선생님 역의 린다 헌트가 안정된 연기로 이야기의 무게를 잡고 의외의 웃음코드를 선사한다.


린다 헌트는 1980년 30대 중반의 나이에 <뽀빠이>를 통해 영화에 데뷔했다(놀랍게도 뽀빠이 역이 고 로빈 윌리엄스였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이었던 <가장 위험한 해>에서 멜 깁슨, 시고니 위버와 함께 명연기를 펼치며 1984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뉴욕 비평가 협회상, LA 비평가 협회상에서 여우 조연상을 휩쓸었다.


<유치원에 간 사나이>에서 깐깐한 원장 선생님을 연기한 린다 헌트는 새 유치원 교사로 들어온 근육질의 남자 킴블을 영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킴블이 경찰 학교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가까워 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교사로서 그를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킴블이 가정 폭력을 일삼는 학부형을 폭행하는 것을 본 원장 선생님은 추궁과 뒷조사 끝에 그가 교사 자격증이 없는 강력계 형사임을 알게 된다.


자칫 LA 경찰의 잠입 수사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는 위기의 순간, 교장 선생님은 "당신이 어떤 경찰인지는 모르지만 선생으로서는 매우 훌륭해요"라며 킴블의 교육방침을 칭찬한다. 그리고 폭력을 쓰는 아버지를 때린 기분이 어땠는지 솔직하게 묻는다. 킴블이 나간 후 교장 선생님이 웃는 얼굴로 허공을 향해 펀치를 날릴 때는 웃음과 함께 왠지 모를 쾌감마저 느껴진다. 린다 헌트의 명연기가 만들어낸 <유치원에 간 사나이>의 숨은 명장면이었다.


양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