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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아동학대 증거 기록 이웃, 고맙고" 강력계 형사의 찡한 고백

by오마이뉴스

[TV 리뷰]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오마이뉴스

▲ 지난 1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매주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인생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번엔 '끝까지 간다' 특집을 마련했다.


17일 방영된 <유퀴즈> 98화에선 화제의 가수 브레이브걸스를 비롯해서 분쟁지역 다큐멘터리 PD, 번역가, 인터폴 등 각기 다른 직업에서 일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매진한 이들을 만났다. 많은 시청자들에겐 '역주행 신화'를 쓴 브레이브걸스의 출연이 큰 화젯거리였지만 필자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사실 따로 있었다.


조직폭력배로 대표되는 강력범을 잡기 위해 지금도 온 힘을 기울이는 정희석 광주경찰청 강력3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폭 잡는 형사' 이야기는 드라마, 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 중 하나다. 덕분에 경찰 중에서도 이러한 형사들의 애환은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이번에 <유퀴즈>가 만난 정 팀장의 이야기는 조금 특별했다.

조폭들에겐 '정거장' 으로 불리는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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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정 팀장은 지역 조폭들 사이에선 이른바 '정거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수감자를 통해 들은 바로는 교도소 내에 새로 입감하게 된 조폭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너 누구 한테 잡혔냐?"

"정 형사요..."

"너는?"

"저도 정 형사인데요..."

"정 형사가 무슨 광주교도소 오기 전에 들르는 정거장이냐?"

코미디 같은 일화에 큰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정 팀장이 그만큼 엄청난 숫자의 조폭들을 체포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는 역설적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로 2018년 광주 지역 조폭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경기에서 조폭들이 대거 내려왔다가 집단 시비가 붙은 일을 손꼽았다. 이 과정에서 보복을 위해 30여명을 대기시켰다는 서울 지역 조폭 정보를 입수하고 그들을 잡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49일 만에 35명을 전원 구속시켰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진짜 고생을 많이 해서 잡으면 화를 낼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나니까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더라."


이어진 정 팀장의 이야기에선 잠복 근무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용의자 한 명을 잡기 위해 무려 11일 동안 잠복 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한 5일 정도면 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사건은 그의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용의자가 새벽 2시에 혼자서 집을 나오는 걸 따라가 국밥집에서 잡았다고 한다.

제2, 제3의 정인이 사건은 곳곳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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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이번 <유퀴즈> 속 정 팀장이 내놓은 일화 중 시청자들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 건 아동학대 사건이었다. 그가 형사 생활 초창기에 겪은 것이라며 해 준 사건 이야기는 최근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한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사건'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3살 동생 포함 두 자녀를 어머니 혼자 키우는 가정에서 5살 남자 아이가 사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엄마는 "애가 침대에서 놀다가 모서리에 부딪혀 갈비뼈를 다쳤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고 다음날 병원에 가보자고 했는데 아침에 깨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한다.


정 팀장은 이러한 경우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아이는 숨을 거뒀고 집안에서 일어난 일이다보니 원인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건 해결의 열쇠는 의외의 곳에서 드러났다. 정 팀장이 천진난만하게 경찰서 안에서 뛰놀던 3살짜리 동생을 데리고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사줬는데, 꼬마가 귓속말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아빠가 때렸어요."


이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정 팀장은 즉각 동네 주민들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최근 아이들의 어머니에게 동거남이 생겼고 아동 보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되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동네 주민이 아이가 볼 때마다 항상 멍들어 있다보니 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사진을 찍어 놓았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동네 주민은 이뿐만 아니라 (죽은) 아이로부터 "그 아저씨가 때렸어요"라고 말한 것을 동영상으로 담아 놨고 이는 결정적인 증거물이 될 수 있었다.

'정거장 형사님'이 지닌 마음 속 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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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DNA 감식을 통해 13년만에 잡은 성폭행 범죄자 등 각양각색 흉악범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분노케할 만큼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날 방송에선 앞서 76화 국과수 연구원의 인터뷰를 첨부시켜 DNA 조사 법률에 대한 이해를 상기시켜주는 등 이전 방영분과의 연계성 마련 및 범죄 전문 관련 정보도 제공하는 유익함을 함께 마련해 준다.


가족과 대화를 할때도 마치 범인 취조하는 분위기 같다는 아내와 집에서 대화가 단절되었다는 웃픈 사연은 영화 속 고달픈 강력계 형사 이야기의 현실 버전을 보는듯 해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머 넘치는 화술로 경찰의 애환을 무겁지 않게 들려주면서도 가정 폭력, 성범죄 등 요즘 뉴스 속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소개되다 보니 마음 한쪽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묻힐 수 있었 뻔한 사건을 평소 이웃 중의 누군가가 기록에 남겨놨다는게 너무 고맙고...그분도 힘닿는데까지 그 애를 지키려고 했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먹먹하고...우리가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우리 형사님의 이러한 고백은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려웠다.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이는 정 팀장에겐 늘 마음의 짐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가슴 속 품고 있던 미안함이 때론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범죄와의 전쟁을 매일 치르는 일상을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 되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기도 했다. 일명 "정거장 형사님" 같은 분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울타리가 세워진게 아니었을까.


김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