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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첫 회부터 왜곡 논란 '조선구마사', 지켜야 할 선 넘었다

by오마이뉴스

[주장] SBS <조선구마사>, 고증 무시한 설정에 시청자 항의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연출 신경수)가 첫 회부터 뜻하지 않은 중국색 논란에 휘말렸다.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엑소시즘 판타지 퓨전 사극이다.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생시(좀비)라 불리는 괴이한 생명체를 부리는 악령, 이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조선왕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으며 태종(감우성), 세종(장동윤), 양녕대군(박성훈) 등 역사적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역사적 고증 무시한 설정에 시청자 비난

오마이뉴스

▲ SBS 월화드라마 한 장면. ⓒ SBS

22일 방송던 첫 회에서는 충녕대군 시절의 세종이 서역무당 요한을 접대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조선에 출몰하기 시작한 악령들의 습격에 대처하고자 충녕대군이 부왕 태종의 밀명을 받고 의주 근방 명나라 국경 부근으로 찾아가 주루에서 요한과 통역 마르코를 만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접대 장면에서 눈썰미가 예리한 시청자들은 술상에 차려진 음식들에 주목했다. 조선의 기방에서 마련된 자리임에도 술상에는 월병과 만두, 피단같은 음식에서 술병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확연한 '중국색'으로 가득했다. 언뜻 보면 무대가 조선이 아니라 중국인줄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아무리 판타지물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실존인물까지 등장시킨 사극임에도, 최소한의 역사적 고증마저 무시한 설정에 시청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조선구마사> 제작진 측은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이라는 해당 장소를 설정했다"며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대중문화계 곳곳을 침투는 중국의 '문화공정'에 국민적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중국식 술상 장면이 연출 과정의 부주의에서 나온 실수라고 치더라도, <조선구마사>에서 문제되는 장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개 수행원에 불가한 통역사가 조선의 왕족인 충녕대군에게 반말을 쓰며 접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태종은 부왕 이성계의 환영에 시달리다가 백성을 무참히 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태종은 군주로서는 조선 역사에 손꼽힐 만한 성군 중 한 명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퇴마나 엑소시즘을 소재로 할 것이었다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킹덤>처럼 온전히 가상의 인물들로 설정해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굳이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실존 인물을 데려와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 제작진의 무성의한 역사의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이미 역사왜곡 논란에 관한 전적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최근 종영한 tvN <철인왕후>에서 극중 인물들의 대사를 통하여 '조선왕조실록은 다 지라시였네', '언제까지 종묘재례악을 추게 할 거야' 등 전통 문화유산을 폄하하는가 하면,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 조씨를 미신에 심취한 캐릭터로 묘사해 풍양 조씨 종친회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철인왕후>가 종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나온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가가 전작에서 일으켰던 논란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이나 문제의식이 없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평가받는 상품을 넘어 시대의 정서와 대중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 콘텐츠다. 아무리 허구의 드라마라고 할지라도 고증, 메시지, 역사관, 개연성, 표현 수위 등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다. <조선구마사>는 겨우 첫 회부터 선을 넘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비판에 대하여 얼마나 진정성있는 대응을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준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