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연예 ]

최대 위기에 빠진 '대상 수상자' 박나래를 위한 조언

by오마이뉴스

[주장] '헤이나래' 성희롱 논란... 표현의 자유 중요하지만, 지켜야 할 선 있다

오마이뉴스

▲ 메인 화면 ⓒ 스튜디오와플

희극인 박나래가 웹예능 <헤이나래> 방송 중 성희롱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박나래는 26일 자필 사과문을 SNS에 게재했다.


박나래는 "방송인으로 또 공인으로서 한 방송을 책임지며 기획부터 캐릭터, 연기, 소품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저의 책임과 의무였는데 저의 미숙한 대처 능력으로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앞으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더 깊게 생각하도록 노력하겠다. 늦은 밤까지 심려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박나래는 지난 23일 CJ ENM의 디지털 예능 채널 스튜디오 와플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웹예능 <헤이나래>에 유명 유튜버인 헤이지니와 함께 출연했다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방송에서 박나래가 무한대로 늘어나는 남성 고무 인형의 신체를 가지고 부적절한 연출을 하고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서 누리꾼들이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논란이 거세지자 <헤이나래> 제작진은 25일 "무리한 욕심이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큰 잘못을 통감하고 이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밝혔다. 제작진은 "<헤이나래>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제작된 콘텐츠임에도 영상 중 특정 장면 및 자막이 과도한 성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었다"며 "편집 및 검수 과정에서 해당 내용들이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영상을 발행했다. 영상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구독자 및 시청자, 아울러 제작진을 믿고 출연을 결심해준 두 출연자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기존 <헤이나래> 콘텐츠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제작진과 박나래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박나래가 현재 고정 출연중인 타 방송 프로그램 게시판에도 그녀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박나래의 연예계 데뷔 19년 만에 맞은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수 받던 박나래의 추락

박나래는 현재 한국 여성 희극인을 대표하는 인기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SBS <진실게임>에서 '가짜 무속인'을 연기하며 방송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비쳤고 상명대 연극과와 개그동아리를 거쳐 KBS 21기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예능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초기에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여성 멤버들이 흔히 그러하듯, 박나래 역시 유난히 작은 체구와 걸걸한 발성 등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 '못난이' 캐릭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박나래는 자신의 외모적 개성을 개그 퍼포먼스의 소재로 적극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을 통하여 차별화에 성공했다.


자신을 능청스럽게 '미녀 개그우먼'이라고 소개하며 민감할 수 있는 성형 이력마저도 당당하게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하이 패션을 패러디한 파격적인 분장쇼, 여자 신동엽으로 불릴만큼 거침없는 19금 성인개그 등을 통하여 박나래는 국내 여성 희극인들의 캐릭터와 표현 수위를 확장시킨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박나래는 <개그콘서트>를 떠나 <코미디 빅리그>에 도전하는 등 본업인 공개 코미디를 비롯하여 뮤지컬, 패션, 관찰예능, 라디오, 1인 스탠딩 코미디와 토크쇼 MC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도 <나 혼자 산다> <비디오스타> <썰바이벌>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 중이다.


2019년에는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나 혼자 산다>로 3수 끝에 대상까지 거머쥐며 커리어의 정점에 올랐다. 당시 유재석, 신동엽, 김구라, 이영자, 전현무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후보 중 가장 막내였던데다 여성이었던 그가 수상했기에 더 의미가 깊었다. 박나래는 당시 눈물을 흘리며 "저는 착한 사람도 아니고 선한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예능인 박나래는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예능인이 되겠다"는 소감으로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오마이뉴스

▲ 2019 MBC 대상을 수상한 박나래 ⓒ MBC

하지만 박나래는 불과 2년도 되기 전에 큰 위기를 맞았다. 그녀의 장기였던 19금 성인개그가 오히려 본인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성인 개그는 양날의 검과 같다. 적절한 타이밍에 구사하면 박장대소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분위기와 타이밍에 맞지 않으면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거나 본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성인 토크와 유머로 인기를 모았던 JTBC <마녀사냥>, MBC <놀러와-트루맨쇼>, tvN < SNL 코리아 >같은 프로그램도 있었고 신동엽, 안영미, 성시경, 한혜진, 권오중, 곽정은은 화끈한 19금 어록과 개그로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과 박나래의 19금 개그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마녀사냥>이나 < SNL >은 모두 심야시간대에 방송되며 애당초 시청층과 콘셉트가 뚜렷했다. 반면 이번 노란이 된 박나래의 언행은 불특정 다수가 관람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 벌어졌고, <헤이나래>는 성인개그를 주된 콘셉트로 표방한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출연자 개인의 자질과 역량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신동엽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섹드립'으로 많은 이슈가 되었지만, 논란이 되었던 경우는 많지 않다. 함께 등장한 출연자나 시청자가 불쾌하지 않게 웃음을 주는 선에서 수위 조절을 했고, 한 차례 '센 드립'을 하고 나면 잠시 화제를 돌리거나 다른 출연자에게 발언권을 넘기며 자극적인 토크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율했다.


안영미는 이른바 '가슴 춤'을 몇 년째 계속 추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동료 출연자들이나 MC가 먼저 그녀를 야단치고 제재하는 식으로 선을 그어줬다. 그래서 이들의 19금 개그는 대체로 방송의 맥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설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헤이나래> 사태에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을 제재하거나 편집하지 않은 제작진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박나래는 이미 고무인형을 만지기 전부터 선을 넘은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연이어 폭주했고, 결국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상대(시청자)와의 소통이나 공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성적 농담이나 장난은 그저 저급한 '음담패설'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된 일이다.


이번 사태는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하지만 항상 지켜야할 선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 19금 개그와 유튜브의 표현수위가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남겼다.


이준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