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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옥황상제가 매우 아끼던 이 돌, 한번 굴려보세요

by오마이뉴스

세월호의 아픔과 '관매 8경'을 함께 품은 섬, 진도 관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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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관매도의 꽁돌. 설악산의 흔들바위만 하다. 한 여행객이 꽁돌을 굴리는 흉내를 내보고 있다. ⓒ 이돈삼

햇살 좋은 봄날이다. 신선과 선녀도 풍경에 반해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걸 깜박했다는 곳으로 간다. 국립공원공단이 '명품마을'로, 전라남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한 진도 관매도다.


관매도는 풍광 빼어난 섬이다. 해안이 아름답고, 해송 숲이 울창하다. 이야기거리도 풍성하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슬픔의 섬으로 변해 버렸다.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주민들의 삶이 버거워졌고, 지역경제도 활력을 잃었다. 시나브로 회복되고 있다지만,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기엔 아직도 상처가 크기만 하다.


남도의 꽃봄이 절정을 향하는 지난 17일, 다시 관매도를 찾았던 이유다. 관매도와 세월호는 떼고 생각할 수 없다. 관매도로 가는 배를 진도항(팽목항)에서 타야 한다. 관매도의 돈대산 정상에 서면, 세월호를 삼켜버린 동거차도 부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관매도로 가는 길, 희생자 가족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길 다시 한번 빌었다. 진도주민들의 고통도 빨리 아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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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항으로 더 알려진 진도항에 남아있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흔적. 관매도로 가는 길에,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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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관매도의 해안 절경. 관매도 해안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있어 배를 타고 돌아보면 더 아름답다. ⓒ 이돈삼

흐드러진 매화는 없지만

관매도(觀梅島)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섬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니다. 산을 본다는 뜻의 '볼뫼'에서 '볼매(乶梅)'로, 앞바다가 잔잔한 호수 같다고 '관호도'로 불렸던 섬이다. 한자로 바뀌면서 관매도가 됐다.


볼 만한 것이 많아 '볼매섬'이라 했고, 제주도로 귀양 가던 선비가 해변에 많이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최근에 부러 매실나무를 심기도 했지만, 근거는 없다.


관매도는 거차군도와 맹골도·병풍도 사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조도지구에 속한다. 해상국립공원에 걸맞은 풍광을 지니고 있다. 주민 200여 명이 살고 있다. 마을은 관호·관매·장산평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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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도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는 관호마을 전경. 마을 뒤 언덕의 우실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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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호마을의 쑥밭. 마을주민이 밭에서 쑥을 채취하고 있다. ⓒ 이돈삼

풍경은 선착장에서 오른편, 관호마을이 빼어나다. 바닷가 마을 특유의 컬러 지붕과 담장 벽화로 눈길을 끈다. 마을 주변이 전부 쑥밭이다. 뒤편 언덕에 우실도 있다. 우실은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돌담을 가리킨다.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놓인 흔들의자도 멋스럽다.


관매마을엔 관매해수욕장과 해송 숲이 있다. 수령 100년 안팎의 소나무 수백 그루가 해수욕장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오래전,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으려고 조성한 방사림이다. 면적이 10만㎡ 남짓 된다.


우리나라 해변 송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넓다. 숲길 탐방로도 단장돼 있다. 곰솔이 뿜어내는 청량한 기운에 마음속까지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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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도 해송숲. 오래 된 소나무가 숲을 이뤄 관매도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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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도 후박나무에 붙어서 자라고 있는 일엽초. 관매도의 해송과 후박나무의 격을 더 높여주고 있다. ⓒ 이돈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박나무 한 쌍도 늠름하다. 수령 800년 됐다. 70년대까지 주민들이 차린 제사상을 받았던 나무다. 짙은 초록의 일엽초, 송담도 후박나무와 소나무 가지에 많이 붙어 있다. 솔숲 사이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명품 숲이다.


파도 소리를 들려주는 관매도해수욕장도 멋스럽다.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다. 모래결의 감촉은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단단하다. 마을 사람들은 모래가 떡처럼 단단하다고 '떡모래밭'이라 부른다. 해변의 길이가 3㎞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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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관매도해수욕장 전경. 가늘고 부드러운 모래가 단단해 '떡모래밭'으로 불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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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8경 가운데 하나인 방아섬. 하늘나라의 선녀들이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 이돈삼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는 이 풍경

관매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모은 관매8경도 있다. 관매도해수욕장과 해송숲이 먼저 꼽힌다. 옛날에 선녀들이 내려와서 방아를 찧었다는, 방아섬도 있다. 섬의 정상에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썰물 때가 되면 섬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돌묘와 꽁돌도 있다. 돌이 직경 5m 남짓 되는 꽁돌이다. 흥미진진한 전설도 서려 있다.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꽁돌을, 왕자들이 갖고 놀다가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옥황상제가 꽁돌을 가져오라고, 하늘장사를 내려보냈다.


지상으로 간 하늘장사도, 뒤를 이어 내려간 두 명의 사자도 거문고 소리에 매료돼 돌아오지 않았다. 진노한 옥황상제가 그 자리에 돌무덤을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꽁돌과 돌묘가 관호마을에서 하늘다리로 가는 바닷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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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돌과 꽁묘에서 하늘다리로 가는 해안 숲길.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유난히 많이 서식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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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서 본 하늘다리 풍경. 흡사 칼로 자른 듯, 섬과 섬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그 위를 나무다리로 이어 놓았다. ⓒ 이돈삼

칼로 자른 듯한 섬도 있다. 바위산의 가운데가 반듯하게 갈라져 있다. 그 폭이 3〜4m 된다. 갈라진 섬과 섬 사이를 나무다리로 이어 놓았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짜릿하다. 주변 풍광도 아름답다.


방아섬에서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어두고 잠시 쉬었다는 하늘다리다. 선녀들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풍광을 자랑한다.


하늘다리는 이 섬에 살았던 처녀·총각들의 추억과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하늘다리가 통나무로 놓였던, 오래 전의 얘기다. 옆마을 처자를 좋아하던 총각이 있었다. 그 속내를 안 친구들이, 하늘다리에 갔다가 둘이만 살짝 떼어두고 다리를 건너 통나무 다리를 치워버렸다는 얘기다. 그렇게 만난 부부가 지금도 마을에 살고 있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도 웃음을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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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도의 오페라하우스. 해안절벽의 생김새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빼닮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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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도 오레라하우스의 위용. 해안절벽이 수백 권의 책을 쌓아 놓은 것처럼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다. ⓒ 이돈삼

관매8경 외에도 비경이 더 있다.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오페라하우스도 있다. 관매도해수욕장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해식절벽이다. 주상절리로 이뤄진 섬의 모습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쏙 빼닮았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처럼 깎아지른 절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동굴도 있다.


4월 하순엔 관매마을과 장산평 사이가 노란 유채꽃밭으로 변한다. 그 풍경도 관매도에 더욱 가고 싶게 만든다.


관매도의 특산물은 해풍쑥과 톳·미역이다. 지금 쑥 수확이 한창이다. 수확은 5월까지 계속한다. 쑥향과 함께 쑥국, 쑥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톳은 늦봄부터 채취해 말리기 시작한다. 톳을 갈아서 밀가루와 버무리고 바지락과 함께 끓이는 톳칼국수가 별미다. 톳과 감자를 한데 반죽해 부치는 톳빈대떡과 톳튀김도 있다. 톳짜장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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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바라보는 관매도의 흔들의자.한 여행객이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관호마을 뒤편 언덕에 설치돼 있다. ⓒ 이돈삼

이돈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