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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다시 입은 롯데 유니폼, 그가 "미안합니다"를 달고 사는 까닭

by오마이뉴스

[리뷰] MBC <아무튼 출근>, 프로야구 2군 매니저의 일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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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방영된 MBC '아무튼 출근'의 한 장면. 프로야구 롯데 2군 최혁권 매니저의 일상이 소개되었다. ⓒ MBC

다양한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밥벌이' 생활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전해주는 MBC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이 이번엔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분야의 인물을 소개하고 나섰다. 지난 6일 방송분에선 프로야구팀 2군 매니저의 일상을 영상에 담아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국내 프로 야구단이 총 10개이기에, 해당 업무 및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때마침 2021년 시즌 개막이 되었고 <아무튼 출근>은 제법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직장인을 소환해 그들의 애환을 안방까지 전달했다. 선수단과 늘 함께 해야하는 그의 하루 일과는 일반적인 직장인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투수에서 2군 매니저로... 최혁권, 제2의 야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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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방영된 MBC '아무튼 출근'의 한 장면. 프로야구 롯데 2군 최혁권 매니저는 현역 시절 단 3경기 출장에 그친 채 유니폼을 벗었다. ⓒ MBC

<아무튼 출근>에 등장한 최혁권 롯데 자이언츠 2군 매니저는 원래 2005시즌 신인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역시 롯데에 입단했던 왼손 투수 출신이다. 당시 그와 함께 프로에 들어온 인물들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오승환(삼성)을 비롯해서 KBO MVP 윤석민(전 KIA), 국대 2루수 정근우 (전 LG), 2009년 다승왕 조정훈(전 롯데) 등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다수 존재했다. 이밖에 오재일(삼성), 진해수(LG), 전유수(kt), 정의윤(SK) 등 많은 입단 동기들이 아직도 현역 선수로 맹활약 중이다.


그런데 최혁권의 이름을 기억하는 야구 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신인이던 2005년 3경기 등판이 그의 1군 선수 경력의 전부였기에, 소속팀 롯데 팬들 중에서도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군 복무(경찰청 야구단) 후 기존 오버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투구폼을 바꾸는 모험도 했지만 결국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채 2013년 시즌 후 방출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이후 고등학교 야구부 코치, 롯데가 운영하는 티볼 아카데미에서 코칭 스태프로 일하면서 여전히 야구의 꿈을 놓지 않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구단으로부터 2군 매니저 제안이 들어왔고, 최혁권은 2020년 시즌부터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일하게 된 것이다. 비록 선수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1인 다역은 기본... 직장인이자 야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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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방영된 MBC '아무튼 출근'의 한 장면. 프로야구 롯데 2군 최혁권 매니저의 일상이 소개되었다. ⓒ MBC

매니저는 선수단 원정 경기 숙소 및 식당 예약, 세탁물 관리 등 운영 업무부터 경기 전 배팅볼도 던지면서 타격 연습을 보조해주는 등 각양각색 일을 처리해야 한다. 경기 직전엔 코칭스태프로부터 전달 받은 출장 선수 명단을 정리해서 통보하는 것 역시 매니저의 몫이다. 이 밖에 각종 보급품 지급, 아픈 선수 확인, 경기 중간 마다 구장 밖에 떨어진 야구공을 일일히 수거하는 잡다한 업무도 매니저가 처리한다.


프로 스포츠팀 속성상 매니저같은 프런트 직원들은 구단(회사)과 선수단 등 양쪽의 지시 또는 요구 사항을 모두 전달받고 관리해야 한다. 자잘한 실수가 발생한다면 감독, 코치 등 선수단의 불만 vs. 회사의 질책이 동시에 쏟아질 수 있는 고충이 늘 존재하는 영역인 것이다. 그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은 까닭이다.


더군다나 코칭스태프 및 담당 직원들을 제외하더라도 2군 선수 숫자는 40~50명 정도 해당되기에 매니저의 손길은 롯데 상동 구장 구석구석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야구 선배로서 2군 선수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것도 최 매니저가 해야하는 일 중 하나다. 비록 고달픈 하루였지만 히어로즈2군과 치른 연습경기는 큰 탈 없이 종료되었고 외국인 2군 감독(래리 서튼)의 칭찬 속에 선수단 미팅을 끝으로 일과를 마무리 짓는다.

고달프고 화려하지 않는 일상... 그래도 응원하게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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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방영된 MBC '아무튼 출근'의 한 장면. 프로야구 롯데 2군 최혁권 매니저의 일상이 소개되었다. ⓒ MBC

야구단 매니저는 보통 선수 출신들이 은퇴 후 맡을 수 있는 직종 중 하나다. 하지만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저액 연봉 무명 선수 경력자들이 거쳐가는 고달픈 영역이기도 하다. FA 계약으로 수십억을 손에 쥐는 유명 선수들이 은퇴 이후 코칭스태프나 TV 해설가, 또는 방송인 등 화려한 인생을 보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특히 모든 관심이 1군에만 쏟아지는 프로 스포츠에선 2군은 자주 소외되는 대상이기에 그들을 보살피는 매니저 역시 쉽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기 마련이다.


<아무튼 출근>에서 그동안 소개된 의사, 대기업 직원, 유튜버 등과 비교해 프로야구 2군 매니저는 선망의 대상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매니저는 늘 웃음기 머금고 선수단을 관리하면서 성실히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선수로선 성공하지 못한채 쓸쓸히 팀을 떠나야만 했지만 다시 입은 롯데 유니폼은 그에겐 새로운 자신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제2의 야구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고되고 지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제가 케어하는 선수가 일류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보살피는 후배들이 1군 무대 진출해서 성공하는 소박한 소망을 지닌 최혁권의 직장 생활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만루 홈런 인생'이 아니겠는가. 이른바 '고학력 엘리트'만이 성공의 모든 것이 결코 아님을 <아무튼 출근>은 최 매니저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프로 0승 투수'의 일상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김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