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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옥정호 물안개길을 걸으며 느끼는 섬진강의 마음

by오마이뉴스

섬진강은 옥정호에서 항상 푸른 계절이 된다

오마이뉴스

옥정호 운암대교 ▲ 옥정호 물안개길 들머리에서 처음 맞이하는 풍경이다. ⓒ 이완우

임실 옥정호의 물안개길

청명 이전부터 봄기운 가득한 임실군 옥정호 순환도로에 벚꽃의 화사한 꽃 사태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벚꽃이 지는 가지 끝에는 어느새 연두색 새싹이 돋아나며, 꽃잎과 어울려 새싹도 아름답다. 옥정호 서쪽을 끼고 도는 749번 지방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고, 산맥과 호수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이 길은 봄가을 이른 아침에 옥정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배경으로 별천지(別天地)를 연출한다. 안개가 걷힌 한낮의 요즘은 벚꽃이 절정을 지났다. 그래도 아직 화사한 꽃그늘을 따라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는 수채화처럼 주위의 자연과 친근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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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구간 ▲ 옥정호 드라이브 코스의 벚꽃이 장관이다. ⓒ 이완우

금남호남정맥의 진안 데미샘에서 기원한 섬진강 상류 맑은 강물이 임실 관촌을 지나며 사선대의 절경을 이루고, 이곳 임실 운암에 이르러 용트림하듯 감입곡류 형태로 생동감 있게 흐른다. 운암강이라 부르던 이 구간에 섬진강댐을 조성하여 호수가 형성되었다.


운암강은 이제 옥정호 호수 바닥에 침묵처럼 잠겨서 흐르고, 운암강이라는 이름은 역사와 설화의 이야기 속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옥정호는 서쪽으로 호남정맥 산줄기에 기대고, 동쪽으로 백련산과 그 산에서 뻗어내린 올망졸망한 산기슭과 산비탈을 바라보고 있다.


옥정호 물안개길은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와 용운리 사이의 옥정호 호숫가 오솔길 12km 구간이다. 물안개길은 호숫가를 따라 조성되어 있지만, 비교적 한적한 749번 지방도로와 인접하여 있어서 물안개길의 시작, 중간 곳곳, 끝부분에서 749번 지방도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옥정호 물안개길은 세 구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1구간은 마암리 둔기 정류장에서부터 운암정(雲岩亭) 아래까지 1.25km 구간이다. 이어서 2구간은 운암정에서 못지골 생태숲쉼터까지 2.25km 구간인데 이 못지골에서 749번 도로로 샛길이 있다. 3구간은 못지골에서 내마 마을 용운 마을을 지나 749번 도로변 용운리 양지흰바위 부근 용운 버스정류장까지 8.5km 구간으로 되어 있다.


호숫가에 오솔길은 중간중간 소나무 숲으로 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계단이 있으며 2구간에는 제법 가파른 등산로 같은 곳이 있다. 호숫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에 눈길을 주면서 걷다 보면 세상 시름을 잊고 녹색으로 반짝이는 새싹처럼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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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길 오솔길 ▲ 물안개길의 오솔길이 호수 옆으로 이어진다. ⓒ 이완우

물안개길 들머리, 운암대교 풍경

옥정호 물안개길 1구간의 처음 풍경은 운암대교다. 옥정호를 가로질러 힘차게 건너고 있는 웅장한 교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교량은 27번 국도가 전주에서 삼천천을 따라 올라와 막은 댐 부근에서 순창 방면으로 옥정호를 동서로 건너지르고 있는데, 다섯 개의 주탑에 돛단배의 돛을 상징하는 모형으로 설치되었다.


백련산에서 뻗어온 나래산이 운암대교를 굽어보며 지키고 서 있다. 운암대교 멀지 않은 곳에 구 운암교가 여전히 튼실한 모습으로 교량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구 운암교 부근에 섬진강댐 물문화관이 있다. 물안개길을 얼마 걷다 보면 호숫가의 갈대밭에 오래전에 활용을 멈춘 낡은 배가 몇 대 있다.


잠시 어촌인 듯 색다른 풍경이 흥미롭다. 옥정호 물안개길을 출발하는 곳 가까이에 운암대교 부근에 막은 댐이 있다. 이 막은 댐은 옥정호에서 홍수 등 예기치 않게 물이 역류하여 구이 삼천천의 전주 방향으로 흐를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보조 둑이다.


이 막은 댐이 있는 곳은 마근재(馬近峙)라는 고개 길목이었다. 옛날에는 전라도 바닷가 해남이나 광주, 순창 등 남쪽에서 임실 갈담(현재 강진)을 지나 재를 넘어 하운암 강변길을 따라 이곳 마근재를 넘어 구이 삼천천을 따라 전주 관아나 한양으로 관리들이나 행인들이 오고 갔다.

물안개길 쉼터, 조삼대 설화의 운암정

고요히 머문 호수를 바라보며, 야생화에 눈길을 주면서 20여 분을 걸으면 어느덧 1구간 종점이다. 여기에서 운암정(雲岩亭)으로 올라가 멀리까지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할 수 있다.


운암정 맞은편에 조선 시대 중기에 충신이며 효자인 이흥발의 조삼대(釣蔘臺) 설화를 기록한 비석이 있다. 이분은 어머니께 병환에 좋다는 온갖 약재를 구해 봉양해 드리는 효자였다. 자주 마을 앞의 운암강 바위에서 낚시하여 물고기를 구해 어머니 진지의 반찬으로 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낚시에 신기하게도 산삼이 낚였다. 이 산삼을 어머니께 올렸더니 어머니의 병환은 씻은 듯 완쾌되었다고 한다.


산삼을 강에서 낚시로 낚았다는 이야기는 색다른 소재의 효자 설화이다. 설화 속의 효자가 낚시하던 곳이 어딘지 궁금해진다. 새롭게 호흡을 가다듬고 2구간을 출발하여 소나무 숲길을 지나 한참을 걷다 보면, 물안개길이 호숫가에 닿을 듯이 무성한 대나무밭 사이로 이어진다. 옥정호 수위가 높아져 이 대나무밭 아래에 있던 마을이 호수 속에 수몰된 것이다.

물안개길 종점 부근, 붕어섬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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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 붕어섬 ▲ 옥정호 물안개길 종점에서 붕어섬이 가깝다. 국사봉 정상에서 붕어 모양으로 잘 보인다. ⓒ 이완우

2구간 종점인 못지골에서 3구간인 용운리까지 길을 걷는다. 이곳 못지골은 간소한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용운리의 중심은 내마마을 용동이다. 옥정호 주위는 지명에 '구름 운(雲), 바위 암(岩)'의 글자가 많고 구름과 바위와 관련된 전설이나 설화 또한 많다. 이곳의 운암강 지역을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구름이 몸을 이루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몸을 풀면 구름이 된다'고 표현했다.


물안개길 3구간을 마무리하는 지점에 호수에서 가까이 붕어섬을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가 있다. 꼬리를 힘차게 헤엄치며 돌진하는 모습의 붕어섬은 원래 이름이 외앗날이다. 운암강이 감입곡류하며 물돌이동을 이루며 산 바깥 능선의 날등을 이루어서 외앗날이라 하였다.


물돌이동을 이룬 외앗날을 배로 멀리 돌아다니기 힘들어서 외앗날이 시작되는 곳의 입석이라고 하는 바위 맥의 한 부분을 끊어 배로 쉽게 통행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외앗날은 호수에 잠긴 육지 속의 섬이 되었다.


예전에 붕어섬 가까이 요산 공원 옆에 입석리가 있었고 운암면의 소재지였다. 지금은 옥정호에 수몰되어 운암면 소재지가 현재의 쌍암리로 이전하였다. 입석리 요산 공원에는 망향탑이 수몰민의 한을 머금고 옥정호를 내려보고 있다.

어머니 같은 섬진강, 물안개길에서 만나는 여러 종류의 길

감입곡류 형태로 흐르는 운암강이 옥정호가 되었다. 옥정호는 섬진강댐에서 물돌이동이 있는 월면리까지 약 20km 길이의 큰 반원 형태의 원둘레를 이루었다. 이렇게 호수가 원호를 이루고, 그 무게 중심이 되는 위치에 백련산(白蓮山)이 솟았다.


넓게는 동쪽의 지리산을 바라보며, 지리산을 멀리에서 북쪽, 서쪽, 남쪽을 에둘러 섬진강이 흐르는데, 그 가운데쯤에 백련산을 중심으로 하여 옥정호가 펼쳐졌다. 산과 물의 조화로운 섭리다.


옥정호 물안개길은 3구간을 다 걸으면 다시 749번 도로가 기다리고 있다. 이 물안개길에서 우리는 여러 종류의 길을 더불어 만날 수 있다. 749번 도로, 운암강의 물길, 역사와 설화의 길 등이 옥정호 물안개길과 함께 섬진강을 따라 흐르고 있다,


지리산은 어머니의 산, 섬진강은 어머니의 강이라고 한다. 섬진강은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옥정호에 모인 물을 아낌없이 서해로 보내주고, 섬진강댐 하류부터 흘러내린 지류를 다시 보듬어 남해로 이끌어준다.


옥정호는 섬진강의 강물을 동진강 유역으로 변경하여, 호남평야에서 쌀을 길러내게 하여 생명의 젖줄이 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가슴 깊이 강물의 흐름 속에 새겨서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사색하는 마음의 여유와 시간을 준다.


12km 구간 네 시간 동안, 옥정호 물안개길을 걸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며 맑아진다. 물안개길을 걸으며 느끼는 기쁨은 고향 마을의 느티나무처럼 우리의 삶에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다. 옥정호와 섬진강 물결에 반짝이는 햇빛의 미소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옥정호 물안개길을 답사하고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바로 이웃하는 국사봉과 붕어섬을 둘러보고, 운암면 죽치를 넘어 신평면으로 이동하여 신라 시대에 조성된 진구사지 석등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옥정호 국사봉 정상이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옥정호 붕어섬의 풍광은 일품이다.


진구사지 석등에 새겨진 연꽃 문양을 보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연못에서 연꽃이 싱그럽게 피어나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로 생동감 있다. 이곳에 찾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진구사지 석등 앞에서 오랫동안 벅찬 마음으로 감상하게 된다.


이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