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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60대 신혼', 매년 6개월은 못 보는 이 부부의 사랑법

by오마이뉴스

[서평] 한비야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를 읽고... '336 생활'서 배운 점



오마이뉴스

책겉그림 ▲ 한비야·안토니우스 반 쥬드판의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푸른숲

나이가 들어 결혼한다면 어떨까? 주변에서 말리지는 않을까? 더욱이 60대에 결혼할 생각이라면 어떨까? 그것도 외국인과 함께라면? 다들 제정신이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이혼한 전력이 있는 남편이라면, 다들 말리려 하지 않을까?


하지만 서로가 잘 안다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것도 10년 넘게 만난 사이였다면? 서로의 가치관과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 더욱이 청소년 시절부터 각자 열심히 돈을 벌어 학비와 용돈을 조달했다면. 한 번쯤은 용기를 내서 같이 살도록 격려하지 않을까? 60대에 만났으니 30년 넘게 사이좋게 잘 살아보라고.


한비야와 안톤의 결혼 이야기다. 한비야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후 헤라트의 긴급구호 현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때 그녀는 월드비전 중동 지역 총책임자였지만 햇병아리 신입 구조 요원이었는데, 안톤이 그녀의 보스였다. 그 후로도 2003년 이란, 2004년 이라크, 2005년 인도양 쓰나미 현장에서 서로가 '전우애'를 다졌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3년간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이 되어 제네바와 뉴옥을 오가면서부터 둘 사이는 진전된 관계로 발전했다. 그때부터 동료애를 넘어 '찐한 친구 사이'로 깊어졌고, 4년 열애 끝인 2017년에 둘은 결혼했다고 한다. 와우! 축하할 일이 아닐까?


이건 일상의 습관보다는 시간관념의 차이다. 한 사람은 오래 먹고 자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행복과 직결된다고 믿는 차이!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다. 그러니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거나 상대방이 바뀌길 바랄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이 아무리 바꾸려고 노력해도 잘 바뀌지 않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71쪽

한비야·안토니우스 반 쥬드판의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에 나온 이야기다. 아무리 함께 하기로 결정했더라도, 각자의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1년에, 3개월은 한국에서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내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 살아가는, 결혼생활 3년 차 부부의 삶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일명 '3-3-6 신혼생활'에다 국제결혼이라면, 그것도 60대 신혼이라면, 둘 다 너그러울 것 같은데, 그런데도 두 사람은 초기 자주 부부싸움을 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는 걸까? 이 책을 보니, 둘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먹고 자는 문제까지 충돌했다. 비야는 꿀벌처럼 쉬지 않고 뭔가를 하려는 성격인 데 반해, 안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여유를 즐긴다. 여행할 때도 그녀는 사진을 찍어대고 뭔가 처리하는 데 바쁘지만, 그는 여행 자체를 느긋하게 즐기는 스타일이다.


더욱이 안톤은 욕실 세면대 아래 서랍장에 온갖 수건을 넣어두고 살지만 비야는 바람이 잘 통하는 선반 위에 그걸 펼쳐놓고 쓰길 원한다. 그는 의자 위에 뭔가를 올려놓거나 걸쳐놓는 걸 싫어하지만, 그녀는 걸쳐놓길 원한다. 그는 과일이나 채소를 제 때에 사다가 먹고자 하지만, 그녀는 장을 봐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꺼내먹길 원한다.


더 힘든 것, 3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좀체 좁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먹고 자는 문제가 그것이다. 비야는 아침을 간단하게 그것도 빨리 먹지만 안톤은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먹는 스타일이다. 더욱이 그녀는 한밤중까지 일하기 때문에 늦게 자는데, 그는 제 때에 자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하고 그게 증폭돼 심각한 문제로 변한 경우도 많단다. 그걸 경험하고 난 뒤, 또 '336 신혼생활' 3년을 지나오면서, 그 부부 나름대로 일상의 평화를 위해 지킬 것을 정한 게 있다고 한다. 녹색 소파에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과 오전 10시 전에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금지하는 게 그것이다. 그러면 오해도 풀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단다.


결혼 전 썼던 유언장, 달라진 하나... "네덜란드에도 유골 안치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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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씨(자료사진). ⓒ 남소연

물론 더 중요한 실천방안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둘이 '교차통성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게 그것이다. 아침이면 둘이 15분가량 소리를 내서 차례로 기도를 하는데, 그때마다 서로가 들을 수 있도록 한단다. 그때 각자의 뜻을 하나님께 얘기하면서, 동시에 서로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것만큼 확실한 소통법도, 잔소리 방지법도 없다고 얘기한다.


나는 10여 년 전에 유언장을 써 놓았다. 한 영성 수련회에 갔는데, 내일이 죽는 날이라는 가정하에 유언장을 쓰고 관 속에 누워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직업상 위험한 재난 지역에서 일해서일까? 이 과제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 기회에 제대로 한 번 써 볼 작정으로 깜깜한 골방에 들어가 굵은 양초가 거의 다 탈 때까지 생각한 후 써 내려간 유언장이 대학노트 5쪽을 훌쩍 넘겼다.- 285쪽

한비야는 안톤을 만나 결혼하기 10년 전에 이미 유언장을 써놓았단다. 큰 골자는 인위적인 생명연장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 장기 및 시신 기증은 서약대로 잘 처리해 달라는 것, 남은 재산은 가족과 형제들에게 반을 주고 나머지 반은 사회에 환원해 달라는 것 등이다. 남편을 만난 지금 달라진 것은 딱 하나다. 유골의 절반은 납골당에, 그 절반은 네덜란드에 안치해 달라는 것.


그 밖에도 이 책에는 둘이 신혼여행을 떠난 이야기, 신혼여행 중에 스페인어와 살사댄스를 배운 이야기, 곳곳의 여행지에서 기부한 모습도 담겨 있다.


이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30대에 만나 60년 넘게 사는 것도 좋지만, 60대에 만나 30년 넘게 사이좋게 사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것. '336 신혼생활' 3년 차 부부의 삶을 통해서도, 배울 것은 너무 많았다.


권성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