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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젤리라 부르지마!" 정형돈-태연이 소환한 12년 전 추억

by오마이뉴스

[TV 리뷰]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고정된 포맷 속 색다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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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방영된 tvN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마켓'의 한 장면 ⓒ CJ ENM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이하 <놀토>)가 색다른 변주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10일 방송된 <놀토>에서는 포크 듀엣 '잭 & 드미츄리'로 변신한 방송인 정형돈, 데프콘이 출연해 평소처럼 노래 가사 맞추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런데 여기서 추억의 조합이 빛을 발했다.


<놀토> 고정 멤버 태연은 과거 정형돈과 인기리에 방영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서 가상 부부로 호흡을 맞춘 사이였다. 공교롭게도 방영 도중 정형돈이 실제로 결혼 발표를 하면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하차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놀토>에서 가상 부부가 오랜만에 재회하는 재미난 광경이 연출되었다. 당시 '젤리(태연)-푸딩(형돈) 커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들은 그때의 모습과 달라진 현재를 적극 활용하는 상황극으로 쉴 틈 없는 '꿀잼'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냈다.

화제와 비판을 한몸에 받은 가상 결혼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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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방영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한 장면. 당시 정형돈과 소녀시대 태연은 가상부부로 출연해 인기를 얻은 바 있다. ⓒ MBC

<우결>은 지난 2008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로 출발해, 2017년 시즌4로 종영할 때까지 약 10년간 토요일을 책임져 준 MBC의 대표 예능 중 하나였다.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연애 예능'의 범주를 넘어, 신혼 부부라는 설정을 곁들여 알콩달콩한 관계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이끌어 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후일 JTBC <님과 함께 - 최고의 사랑> 등 후발 주자들을 낳게 할 만큼 예능 판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관찰 예능이라는 포맷이긴 하지만 '가상 결혼'이라는 설정이 말해주듯, <우결> 속 결혼은 일종의 판타지 드라마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화면 속 커플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시즌1의 알렉스-신애, 서인영-크라운제이, 시즌2의 조권-가인 등 아직도 회자될 만큼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 시절 <우결>은 스타 유망주들의 등용문으로 활용되면서 연예계 새 얼굴을 발견하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우결>의 특유의 강점은 역설적으로 프로그램의 약점이 되기도 했다. 예능 속 커플을 응원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넘어 가상 부부관계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일부 출연자에 대한 인신공격이 이어지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때론 예능 속에서 결혼에 대한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답습하거나 왜곡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면서, 아이돌 팬클럽들 사이에서는 출연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우결>은 팬들 사이에서 출연 기피 대상 프로그램으로 전락했고 결국 2017년 쓸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12년 만에 재회한 예능 속 이혼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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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방영된 tvN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마켓'의 한 장면 ⓒ CJ ENM

<우결> 젤리와 푸딩 커플의 재회는 <놀토> 고정 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유튜브에 등록된 예고편과 선공개 영상은 1주일도 되지 않아 1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다. 모처럼 재회한 '예능 속 가상 부부'는 마치 해외 토픽에서 접할 법한 할리우드 유명 스타 이혼 부부들을 방불케 하는 상황극을 펼쳐, 기존 <놀토>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재미를 유도했다.


오프닝 토크에서 정형돈이 "태연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너스레를 떨자 태연은 치를 떠는가 하면, '젤리'라는 추억의 애칭을 부르자 "호칭 부르지마"라며 화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 식 토크는 간식 타임에서 절정에 달했다. 정형돈은 게임에서 어렵사리 획득한 마늘치즈 빵을 태연에게 양보하면서 "저는 다시 도전하겠다"고 능청을 부렸다. 이에 태연은 "됐어! 가져가! 꼴보기 싫다"고 재치있게 대응해 '(가상) 이혼 부부'의 현재 모습을 적나라하게 재현했다.


물론 이러한 장면을 두고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인 시청자들은 없을 것이다. 탁월한 코미디언 정형돈과 예능감 넘치는 태연은 과거 예능 속 인연을 유쾌한 상황극으로 풀어내면서 노래 가사 맞추기라는 고정된 틀에 매여 있던 <놀토>에 독특한 기운을 불어 넣는 데 성공한다.

시트콤 못잖은 상황극으로 색다른 재미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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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방영된 tvN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마켓'의 한 장면 ⓒ CJ ENM

정형돈과 태연이 펼친 예능 이혼부부의 냉전 상황극은 <놀토>로선 제법 의미 있는 시도였다. 햇수로 벌써 4년째에 접어든 인기 예능 <놀토>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못지 않은, tvN 주말 저녁의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영화, 드라마, 신곡을 홍보하기 위해 어김 없이 방문하는 1순위 예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래 가사 맞추기, 먹방이라는 포맷은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제약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안정적인 시청률에 비해 화제성 확보가 날이 갈수록 쉽지 않았다. 유명 초대손님 출연에 따른 반짝 효과를 매주 기대하기도 어려운 요즘이기에, <놀토>로선 변화의 기로에 선 시점이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정형돈의 등장은 초대손님 vs. 고정 멤버 사이의 독특한 케미 형성의 좋은 기회가 되었다.


12년 전 인연도 웃음으로 승화해 기존 가사 맞추기를 능가하는 재미를 함께 마련했다. 또 다른 출연자 데프콘은 '전 남편의 친구'라는 추가된 설정과 더불어 쉴 틈없이 쏟아내는 입담으로 고정 멤버 키의 귀를 괴롭히는 '오디오 빌런' 역할로 웃음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비록 초대손님의 특성을 고려한 일회성 시도가 될 머물 공산이 크긴 하지만 이번 방영분에서 적극 활용된 상황극은 음악 퀴즈 예능이라는 범주에서도 색다른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기존 멤버와 적절한 게스트가 좋은 합을 이루면서 <놀토>는 모처럼 웃음꽃 피우는 토요일 저녁 시간을 만들어줬다.


김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