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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요리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집밥 품귀 시대, 저는 이렇게 먹습니다

by오마이뉴스

'수미네 반찬'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요즘 미디어 콘텐츠는 연예인이 직접 음식을 하거나, 전문 셰프가 솜씨를 자랑하거나, 음식점 순례를 하는 등 먹방이 대세다. 그런데 이날은 결이 다르게 느껴졌다. 메인 음식보다는 주로 반찬을 다뤘다. 나물, 국, 찜의 기초 재료를 다듬는 방법과 조리 과정을 특유의 맛깔 나는 입담으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연예인 패널들이 각자의 조리대에서 김수미 선생이 시키는 대로 요리했는데, 똑같이 따라 하는데도 음식의 모양과 맛이 달랐다. 그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밝히고 비교하는 가운데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가사 실습 시간에 조리실에서 음식 만들기를 하던 때가 생각났다. 웃고 떠드는 가운데 배움의 과정을 겪는 것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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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손질하는 법을 따라하며 배우고 있다. ⓒ tvN

신혼 때 EBS 요리 프로그램에서 가수에서 요리전문가로 변신한 진미령씨가 아침 요리를 한 적이 있다. 남편 출근시키고, 설거지도 미룬 채 그녀가 진행하는 요리를 줄곧 보았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었다. 시금치국, 콩나물국, 황탯국, 멸치볶음, 꽈리고추볶음, 계란찜 등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해주시던 반찬들이었다.


당장 오늘 저녁에 나도 해야겠다 싶었다. 냉장고에 늘 있는 재료인 데다가 기본을 알려주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 배워 평생을 써먹는 것 중 하나가 국수 삶는 법이다. 국수를 삶을 때 부르르 끓어오를 때마다 찬물을 세 번 넣어주면 넘치지 않을 뿐더러 국수 면발이 탱탱했다. 또 튀김을 할 때 튀김 가루에 얼음물을 넣고 반죽을 하면 튀김이 더 바삭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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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는 음식에 따라 써는 방법이 다르다. 칼질을 통해 재료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 ⓒ 최수경

식문화가 '끼니를 때운다'에서 '음식을 차려 먹는다'로 바뀌고 있다. 이제 음식이란 영양이 풍부해야 하고, 재료는 생산부터 가공·유통까지 친환경이어야 한다. '눈으로 먹는다'라는 말처럼 보기에도 좋아야 하고, 먹는 곳도 식사에 어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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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이 집밥 도시락 ▲ 집밥하면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도 집밥에 속할 수 있다. ⓒ 최수경

환경 감염병 시대에 식문화는 또 달라졌다. 외식의 또 다른 형태인 배달 음식이 우리 곁에 자연스럽게 오다 보니 외부 음식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려가 클수록 외부 음식을 먹는 빈도에 영향을 미치고(<외부음식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집밥 섭취 횟수와의 관계, 가구형태를 중심으로>, 소비자문제연구, 진현정, 2018), 이럴 때일수록 집에서 해 먹는 '집밥'이 뜨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며 집에서 밥 해 먹는 일이 드물어졌다. 한 사람 해 먹자고 재료를 사느니, 차라리 사 먹는 게 낫기 때문이다. 실제 한 끼 장바구니 물가가 한 끼 외식 비용을 넘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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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금치나물. 아주 단순한 요리법이지만 맛을 내기 어려운 요리가 나물무침이다. ⓒ 최수경

현실이 이러하니 '집밥을 먹었다'는 '마음의 허기를 채웠다', '조미료에 지친 내 몸에 약이 되는 밥을 먹었다'는 뜻으로 통한다. 그러다 보니 집밥은 고가의 일류 식당에서 먹는 식사에 비견된다. 된장찌개에 호박나물 무침, 구운 고등어 한 마리, 금방 한 윤기 나는 따스한 밥 한 공기가 차려진 집밥. 상상만 해도 환영받는 식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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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 먹고가라 차려주신 집밥 ▲ 찬거리가 별로 없다면서 뚝딱뚝딱 차려주신 된장찌개와 밥 한 공기. 고맙고 귀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 ⓒ 최수경

집밥은 요란한 메인 요리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인터넷의 친절한 요리 안내를 따라 하면 전 세계 각국의 음식을 직접 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요리는 너무 어렵다. 재료도 구하기 쉽지 않고, 기구도 복잡하고, 어떤 요리 영상은 마치 쇼를 보는 것처럼 기술이 난무한다. 심지어는 뭉근히 오랫동안 끓여내야 하는 우리 곰국마저도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하도록 강요하는 요리 경쟁 프로그램을 볼 땐 우리 음식에 대한 모독같이 느껴진다.


조리 과정은 물질이 화학적·물리적으로 변하는 과학과 같다. 그러나 음식은 자로 잰 듯 한 매뉴얼이 있다 해도 수많은 경험치가 성패를 결정한다. 밥을 많이 해본 사람이 밥을 덜 태우고, 어떤 쌀로 밥을 해도 맛있게 하는 법을 알고 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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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셰프가 만든 갑오징어 먹물 쪽파 요리 ▲ 같은 재료라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요리는 주로 전문 요리사를 통해 맛 볼 수 있다. ⓒ 최수경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친정엄마가 해주신 김치를 나이 들어 직접 해보니 번거로웠지만 여기에 들어간 정성을 알게 되었다.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조리했기에 김치의 숙성에 따라 좋은 맛이 나는 때를 안다. "밖에 한나절 놔뒀다가 냉장고에 넣어라", "시면 맛이 없으니 언제까지 먹어라"와 같은 말은 만든 이만이 할 수 있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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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 ▲ 김치를 직접 담아보면 재료비와 정성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되어 정말 알뜰하게 먹게 된다. ⓒ 최수경

된장이고 고추장이고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며느리와 사위 볼 때가 되니 집 된장, 집 고추장에 관심이 간다. 생물학적으로 수컷은 수렵 및 채집, 암컷은 새끼 돌보기의 역할을 갖고 있다. 사람 역시 자손을 건강하게 번창시키고픈 모성에 후대에 조리법을 전수하고자 하는 본능이 발동한다. 기술을 전수받을 어르신이 계실 때 그 기술을 익히고, 나도 내 자식들에게 언젠가는 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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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 소금 ▲ 같은 소금이라도 간수를 충분히 뺀 소금은 달고 짜다. 김치를 담그면서 소금에 대해 자세히 알게된다. ⓒ 최수경

기본은 밥을 직접 해보고, 찌개와 국을 끓여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음식에 간을 내는 간장과 소금의 차이, 콩나물국을 끓일 때 뚜껑을 덮고 안 덮고의 차이, 다 된 밥은 바로 헤쳐둬야 하는 이유 등 요리를 통해 재료의 속성을 파악하고, 열과 시간에 대해 어림을 하고, 예측과 추론의 과학적 태도를 기르고 창의적 활동을 하니 이만한 체험교육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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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선병국 가옥의 종손 며느님께서 차려주신 아침 밥상 ▲ 별채에서 숙박 체험을 하며 맞은 아침상은 식당밥과 구별되는 집밥이었다. 선병국 가옥의 유명한 종지 간장이 반찬의 베이스가 되어 맛이 진미다. ⓒ 최수경

음식 하는 법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고, 집에서는 안전상의 이유와 공부가 우선이라 가정교육의 관할 밖이다. 필요한 사람이 온전히 스스로 눈동냥 귀동냥 하며 배워 익히고 있다. 하지만 음식 만들기는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전수해야 할 기본적인 생존의 기술이자 지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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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엄마 집밥 ▲ 일년에 한번 있는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지어 자식네 불러 양껏 먹여주신다. 집밥의 최고봉이다. ⓒ 최수경

최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