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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터널에 긴 줄... '센과 치히로의 칼국숫집'에 가봤습니다

by오마이뉴스

경주 흥무공원 지하 통로 지나면 찾을 수 있어... 한옥 고택 대청마루에서 먹는 재미

맑고 화창한 가을 하늘이다. 연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을 보며, 따가운 가을 햇살을 만끽하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차가 심해 제법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이럴 때에는 옛날 엄마가 해준 뜨근뜨근한 칼국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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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단위 피크닉 명소로 소문한 경주 흥무공원 ⓒ 한정환

칼국수는 지금의 중, 노년 세대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그러나 경주 흥무공원 금산재 칼국수는 다르다. 일명 '센과 치히로의 칼국수'로 입소문이 자자해, 최근 들어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하다.

가족 단위 피크닉 명소, 경주 흥무공원

경주 금산재 칼국숫집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흥무공원을 찾아야 한다. 흥무공원은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용차로 5분여 거리에 있는 소공원이다. 2005년 9월 준공한 경주 흥무공원은 나들이하기 좋은 경주의 가을 여행지로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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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금산재 칼국숫집 가기 전, 지하통로 앞에서 인생 사진을 찍는 모습 ⓒ 한정환

흥무공원 넓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철책을 따라 일직선으로 쭉 가다 보면 작고 좁은 지하통로가 보인다. 얼핏 보면 어두컴컴하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처음 지나가는 사람들은 섬뜩함도 느낀다.


일명 '공포의 터널'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하 통로 위로는 동해남부선 철로가 지나간다. 열차가 지나갈 때 이곳을 지나다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오후 늦게 지하 통로를 지나다 보면 산속에서 내려오는 물소리까지 더해 으스스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저녁에는 조명이 켜지지만 지나가기가 껄끄러운 곳이다.


이 지하 통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몇 달 전부터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뭔가 하고 의아해 했는데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다.


지하 통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를 봐야 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기이하고 신비한 매력이 있는 흥미로운 영화이다. 영화에 나오는 낯선 터널 같은 수상한 공간이 바로 여기 지하 통로의 모습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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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신 장군 위패를 모신 숭무전과 부속건물 모습 ⓒ 한정환

영화에는 수상한 터널을 통과하면 금지된 신들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흥무공원 지하 통로를 지나면 초록의 잔디가 깔린 아름다운 모습의 풍광이 펼쳐진다. 김유신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배향을 하는 사당인 숭무전과 부속 건물인 금산교육관, 금산재가 눈 앞에 펼쳐진다. 영화의 한 장면과 비슷하다. 영화를 즐겨 보던 MZ 세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옥 고택 대청마루에서 먹는 칼국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 치히로의 부모는 수상한 터널을 지나 신들의 음식을 먹은 뒤 돼지로 변한다. 하지만 흥무공원 지하 통로를 지나면 맛있는 금산재 칼국숫집이 기다리고 있다. 고택의 정취가 느껴지는 금산재 칼국숫집은 금산재를 관리하는 관리채로 사용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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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금산재 칼국숫집 모습 ⓒ 한정환

판매하는 메뉴로는 기본 칼국수와 들깨 칼국수 그리고 부추전, 수육이 있다. 손님들이 적을 때는 한옥 고택 대청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칼국수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데,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요즘은 손님들이 많이 찾다 보니 야외 천막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고택에 천막까지 설치해놓으니 옛날 잔칫집 분위기가 물씬 난다.


가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본 칼국수 5000원을 받았지만, 인건비와 재룟값 상승으로 지금은 6000원, 들깨 칼국수는 8000원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이곳을 찾아 들깨 칼국수의 맛을 음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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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금산재 들깨 칼국수 ⓒ 한정환

고명으로 김, 부추, 들깨를 듬뿍 얹었는데 국물 맛이 일품이다. 보통 칼국숫집에서 사용하는 멸치, 건새우 등 기본 재료 외에 10여 가지를 추가하여 주인장만의 특별한 국물 맛을 우려낸다고 한다. 칼국수 면은 쫄깃한 맛이 아니고, 메밀 같이 금방 뚝뚝 끊어지는 그런 담백한 맛이다. 손님들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 집만의 독특한 비법인 것 같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이 집에도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이다. 이 시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관리채 바로 옆 초록의 잔디가 깔린 금산재 대청마루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칼국숫집의 맛도 맛이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수상한 터널을 통과하면 금지된 신들의 세상에 닿는 듯한 경험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MZ세대들이 많다. 요즘 대세인 지하 터널도 구경하고, 흥무공원 산책도 하고, 칼국수 한 그릇 맛보고 오면 어떨까.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충효동 9-2(경주 흥무공원)

- 입장료 및 주차료 : 없음


한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