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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두번째독립50대] 50대를 리모델링하는 법, 속근육 키우기

by오마이뉴스

나이 50에 시작한 필라테스... 삶의 중심을 세우는 마음속 근육도 함께 키우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의 고민을 씁니다.


얼마 전 종로구 인왕산 중턱에 자리 잡은 북카페 '초소 책방'에 갔다. 책방 이름이 '초소'인 것은 원래 청와대를 방호하기 위한 경찰초소였기 때문이다. 1968년, 북한군이 청와대를 기습하려던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세워졌다. 50년 넘게 삼엄한 경찰초소였던 이곳은 2020년 가을, 따뜻한 빵과 커피가 있는 책방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초소 책방에는 벽돌로 된 초소 외벽, 철제 출입문, 초소의 난방을 위한 기름탱크 등등 기존 경찰초소의 구조물이 남아 있다. 겉은 여전히 초소의 모습이 남아 있지만 속은 책방으로 변신한 초소 책방을 보면서, 겉으로 보이는 몸보다 속근육을 바꾸려고 노력 중인 내 모습과 겹쳤다.


50에 알게 된 속근육



얼마 전 필라테스를 처음 배우면서, 속근육을 알게 됐다. 속근육이란 몸속 깊이 뼈와 가까이 위치한 근육을 말한다. 심장과 폐가 내려 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횡격막,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를 잡아주는 다열근, 내장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몸통을 감싸고 있는 복횡근, 골반 모양 유지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골반기저근 등이다. 속근육이 약해지면 근육들이 수축해 척추가 굽어지고 자세가 비뚤어진다.


"배 속에 지퍼가 있다고 생각하고 치골에서 배꼽까지 천천히 올려 끝까지 채워보세요."


필라테스 강사의 말을 따라 속근육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본다. 치골에서 배꼽 사이 깊숙한 곳에 작은 근육들이 있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갈비뼈를 부풀려 호흡을 하면서 올라갔다 내려가는 횡격막을 세심하게 느껴본다. 내 등을 세워주는 척추에 붙은 근육과 자세를 잡아주는 골반 근육도 의식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소홀했던 내 몸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요즘 속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내 안에 피가 돌고 있고, 수많은 뼈와 미세한 근육들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50세가 넘어서야 그 감각을 알게 된 것이다.


조 앤 젠킨스는 저서 <나이 듦, 그 편견을 넘어서기>에서 요즘 시대 50세는 노년을 향한 지루한 하강기의 출발점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기이며, 전과 달리 길어진 중년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길어진 중년기는 젊음의 잔재 이상이다. 이 시기는 새롭게 가치 있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새로운 역할을 발견하며,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가능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재정립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며 인생의 목적을 찾아 성취할 기회다. - 45쪽

올 봄, 친구 역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2~3년 전만 해도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던 친구다. 하지만 중년의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글을 읽고, 50세가 되면 시작하리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달리기 앱을 사용해 초보자 코스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해서 지금은 매일 3~4Km를 꾸준히 뛴다.


"달리면서 온몸에 열이 나고 땀이 나는 느낌이 좋아. 달릴수록 몸속에 힘이 생기는 것을 느껴!"


친구는 '나도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이 높아지고, 새롭게 도전하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 산악문화체험 센터에 갔다가 클라이밍도 체험해봤다 한다. 평소에 달리지 않았다면 시도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경험과 지혜가 고집과 불통이 되지 않도록


친구가 달리기로 쌓아가는 몸속의 힘은 감사하는 힘으로도 이어진다. 지금 뛸 수 있는 건강에 감사하고, 매일 뛰는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신의 상황에 감사한다. 오가는 길이었던 천변은 뛰는 공간이 되면서 길을 닦고 꽃을 심어준 모르는 손길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났단다. 달리면서 보는 자연의 풍경에 감동하고 감사할 지경이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 달리기 대회 봉사도 신청했다 한다. 페이스 메이커 봉사자가 되면 시각장애인과 손목에 줄을 묶어 함께 뛰게 된다. 달리기가 나눔의 힘으로 확장되는 친구를 보면서 몸뿐 아니라 마음의 힘, 마음의 속근육까지 단단해진 것을 느꼈다.


속근육은 쉽게 생기지 않는 만큼 한번 생기면 몸속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나이듦은 쇠퇴의 시작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운동은 50부터!'라는 마음으로 새로 시작한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세월이 가져다준 경험과 지혜가 고집과 불통이라는 지방 덩어리가 되지 않도록 마음의 속근육도 키워가야겠다. 속근육이 튼튼하면 몸의 중심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마음의 속근육이 단단하면 삶의 중심도 잘 지켜갈 수 있지 않을까?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초소 책방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어깨와 허리는 펴고 아랫배에 힘을 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전윤정 기자



두번째독립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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