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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리뷰] tvN <엄마는 아이돌>

팬들 눈시울 붉히게 한 선예, "진짜 원망 많이 했지만..."

by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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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엄마는 아이돌' 첫회의 한 장면 ⓒ CJ ENM

tvN 금요일 밤 시간대는 이른바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는 제작진들이 담당한 프로그램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신서유기> <삼시세끼> <윤식당> <꽃보다 00>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둔 반면 타 제작진의 예능이 자리 잡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올해도 <바퀴달린 집 2> <식스센스 2> 정도 소수 프로그램만 해당 시간에 등장한 바 있다. 이렇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 'tvN 금요일 밤 = 나PD 예능'이라는 인식을 갖는 게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슬기로운 산촌생활> 종영 후 동시간을 책임진 신규 예능은 다름아닌 <엄마는 아이돌>이다. 나PD와 무관한 제작진들이 선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에 음악 예능이라는 점도 차별성을 드러낸다. 보통 음악 예능은 '엠넷'이라는 전문 채널의 주특기인데 반해 tvN에선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엠넷을 기본에 두고 동시 송출되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제외하면 특별히 성공을 거둔 tvN 음악 예능은 전무한 실정이다.


<수상한 가수> <아타카로 가는 길> 등이 방영되긴 했지만 이렇다한 인기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종영되었고 차기 시즌 제작은 이뤄지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민철기 PD가 모처럼 다시 시청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움직였다. MBC 시절 <복면가왕>을 만든 장본인이었지만 tvN에선 아직 이렇다 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그로선 절치부심의 자세로 <나는 살아있다> 이후 1년만에 새 예능이자 주특기인 음악 소재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것이다.

엄마 이전에 아이돌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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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엄마는 아이돌'의 한 장면. 선예, 가희, 박정아 등 2000년대 아이돌 스타의 재소환 무대가 펼쳐졌다. ⓒ CJ ENM

<엄마는 아이돌>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과거 무대 위의 스타로 화려하게 활동했지만 지금은 육아에 열중하는 엄마들을 재소환하게 된다. 보컬과 댄스 마스터들의 도움으로 트레이닝을 받고 새로운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된다는 제법 원대한 그림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존 음악 예능과는 나름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방영된 첫회에선 박정아(쥬얼리), 가희(애프터스쿨), 선예(원더걸스) 등 2000년대를 빛낸 전직 아이돌 스타들이 차례로 등장해 그들을 사랑했던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흔들어 놓는다.


그룹 탈퇴 이후 연기자 활동에 전념했던 박정아는 모처럼 쥬얼리 시절의 대표곡 '슈퍼스타'를 들려주며 화려한 컴백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진행된 댄스 평가 무대에선 난이도 높은 퍼포먼스 'Move'(태민 원곡)을 한창 시절 몸놀림으로 소화해 객석을 가득채운 후배 아이돌 청중의 박수를 받는다. 반면 박선주(보컬), 배윤정(댄스) 등 마스터들로 부턴 다소 냉담한 평가를 받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창법과 춤 모두 2000년대 중후반 무렵에 머물러 있었고 요즘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예리한 지적 속에 레벨 테스트에서 보컬 '중'-댄스 '중'의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이어 등장한 인물는 가희. 가수 데뷔 이전 보아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인기가수와 호흡을 맞춘 실력파 댄서이자 안무 선생님 답게 이날 무대에서도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제시 원곡 '나쁜 X', 블랙핑크 리사의 'LALISA'를 연달아 소화하면서 보컬 '하'-댄스 '상'의 극과 극 평점이 부여되었다.

동료-청중-시청자 함께 울린 선예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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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엄마는 아이돌'의 한 장면. ⓒ CJ ENM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무대에 오른 선예의 등장이었다. 3년전 <복면가왕> 출연을 통해 잠시 TV에 얼굴을 내비치긴 했지만 국내 연예계와는 담을 쌓고 지내왔던 세 아이의 엄마는 모처럼 용기를 내서 캐나다를 떠나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전성기 시절 비교적 이른 나이의 결혼으로 팬들과 멀어진 선예였지만 오랜 공백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보컬 및 춤을 동시에 선사한다.


소위 '2세대 걸그룹'의 대표 보컬 답게 듣기엔 편해도 결코 쉽게 부르기 어려운 '기다리다'(윤하 원곡)를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절묘한 기교 속에 훌륭하게 소화했다. 대기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동료 가희, 박정아 뿐만 아니라 객석에 자리한 후배들, 그리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옛 팬들 모두 그 순간 만큼은 하나된 심정으로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그냥 마음이 아프네. 고마워요 언니", "진짜 원망도 많이 했지만...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등 응원 댓글 처럼 '원더풀'(원더걸스 팬덤) 입장에서 애증과도 같은 존재였던 선예의 '기다리다' 선곡은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표하는 의미 마냥 받아 들여졌다. '하루 한 달을 그렇게 일 년을 / 오지 않을 그댈 알면서 또 하염없이 뒤척이며'라는 노랫말이 그저 허투루 들리지 않을 만큼 그 시절 원더걸스와 함께 울고 웃었던 팬들에겐 뒤늦게 나마 도착한 엽서 한장처럼 마음을 파고 들었다.

올드한 분위기의 편집과 전개...보완점도 엿보인 첫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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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엄마는 아이돌'의 한 장면. ⓒ CJ ENM

특별히 기대감 갖지 않고 시청한 입장에서 <엄마는 아이돌>은 제법 흥미진진한 재미를 제공하면서 다음 회에 대한 궁금함도 함께 선사한다. 첫날 모습을 드러낸 인물 외에 예고편을 통해 소개된 것처럼 3명의 숨겨진 전직 아이돌 스타가 추가로 합류하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급조되긴 했지만 '6인조 엄마 아이돌 그룹'은 앞으로 현역 후배들 못잖은 맹훈련 속에 잠시 잊고 있었던 그때의 나를 되찾이 위한 노력에 돌입할 예정이다.


<엄마는 아이돌>이 반가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비교적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첫회에선 아쉬운 점도 동시에 노출했다. 일단 전반적인 이야기 전개 및 편집 등이 요즘 예능과는 다소 거리감 있는 2000년대 올드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각종 보도자료 및 예고편 영상 공개 등을 통해 박정아, 가희, 선예 등이 일찌감치 소개된 마당에 현장 평가 무대 직전까지 모자이크 처리를 하다가 등장과 동시에 얼굴을 화면에 공개하는 건 15년전 지상파 주말 예능에서나 볼 법한 방식이다.


수십명의 아이돌 후배들로 청중을 메우긴 했는데 단순한 리액션, 환호성, 박수치는 정도의 제한된 역할에 묶어 놓은 것 역시 <스타킹>, <세바퀴> 식 그 시절 예능의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은 풍경이었다. 도경완 아나운서의 진행 형식 또한 그가 얼마 전까지 장년층 가족 대상 프로그램 KBS <노래가 좋아>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보니 더욱 옛스러운 감성을 느끼게 한다.


총 6인의 엄마 아이돌을 도와줄 춤, 보컬 마스터들이 공통적으로 요즘 스타일의 표현을 강조하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자매 채널 엠넷의 속도감 있고 트렌디한 기법이 총동원되는 음악 예능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신 유행 케이팝까지 적극 소화하는 출연진들의 젊은 감각에 보폭을 함께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김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