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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1인분의 위로] 자취생도 '새해 맞이' 합니다... 초간단 떡국 레시피

고기도 필요 없습니다, 라면보다 끓이기 쉬운 떡국

by오마이뉴스

홀로 사는 자취생 청년이지만, 먹는 일까지 '대충'할 순 없습니다. 나를 위해 정성스레 차려낸 밥 한 그릇에 고단함이 녹고, 따스한 위로를 얻기도 하니까요. 씩씩하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는 든든한 1인분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새해 첫날이 되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함께 떡국을 먹곤 했다. 떡국 한 그릇 당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에 오빠를 이겨보겠다며 '한 그릇 더'를 외쳤다. 떡국의 그릇만큼 많아진 내 나이를 세어보며 뿌듯해했다.


철없던 어린 시절, 떡국을 두세 그릇씩 먹은 탓에 이렇게 금방 나이를 먹은 건 아닐까. 9살에서 10살이 되는 것은 한참이나 오래 걸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눈 깜짝할 새에 1년이 지나가는 나이가 됐다.


어릴 적 이맘때 할머니와 함께 시골방앗간을 갔다. 할머니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쌀로 가래떡을 뽑았다. 쌀을 맡기고 할머니와 시장 구경을 실컷 하다가 방앗간으로 다시 돌아가면 작고 동그란 구멍에서 길고 뽀얀 떡이 뽑아져 나오고 있었다.


방앗간 아줌마는 따끈하게 떡이 뽑아져 나오면 가위로 숭덩 잘라 내 입에 넣어주곤 하셨다. 막 뽑아져 나온 따끈하고 쫄깃한 떡을 입에 넣고 한참을 씹다 보면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고 단물이 배어 나왔다.


할머니는 그렇게 만든 가래떡으로 새해 첫날 떡국을 끓여주셨다. 큰 가마솥에 육수를 푹 고아 내고 그 위에는 간간하게 양념한 표고버섯과 정갈한 지단을 올려주셨다. 할머니 표 떡국에는 고기 대신 표고버섯이 올라가 있었는데, 오독하게 씹히는 버섯의 식감이 떡국의 맛을 더해줬다.

할머니의 떡국은 더 이상 없지만

새해 아침이면 할머니가 끓여주셨던 떡국이 생각난다. 평소 같았음 엄마의 떡국으로 그 자리를 채웠을 텐데 올해는 서울에서 나 혼자 새해 아침을 맞이하게 됐다. 할머니의 떡국도 그리고 엄마의 떡국도 없으니, 어설퍼도 나의 떡국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기로 했다.


다만 떡국의 생명은 깊고 진한 국물인데, 열악한 자취방에서 그런 국물을 내기가 어려우니 대기업 연구진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이미 우려 놓은 사골육수로 대신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오마이뉴스

대기업의 힘을 빌린 떡국 ▲ 라면만큼 끓이기 쉬워요 ⓒ 이은지

<표고버섯이 들어간 떡국 만드는 법 feat.대기업 >

준비물 : 떡국용 떡, 시판용 사골육수, 표고버섯 2개, 대파 반절, 계란 2개


1. 떡을 흐르는 물에 씻어준 뒤, 떡이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30분 이상 불려줍니다.

2. 계란 2개를 풀어 약불에서 얇게 익혀줍니다. 돌돌 말아 지단을 썰어주세요.

3. 표고버섯을 채 썰고, 약불에서 간장 1스푼 그리고 참기름 1티스푼을 넣어 살살 볶아주세요.

4. 시판용 사골육수 500ml에 물 250ml를 추가해서 보글보글 끓여주세요. 싱거우면 소금 한 꼬집.

5. 국물이 끓으면 떡을 넣어주고, 떡이 떠오를 때까지 더 끓여줍니다.

6.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려주고, 그릇에 옮깁니다.

7. 송송 썬 파를 올리고, 양념한 표고버섯을 올리고, 마지막 지단을 올려 주면 끝.


나를 위해 끓인 떡국을 앞에 두고, 경건하게 새해 아침을 맞이했다. 물론 할머니가 정성 들여 끓여주셨던 그 떡국 맛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대신 대기업이 쫄깃하게 만들어 놓은 떡과, 진하게 우려 놓은 사골육수 덕분에 나의 떡국도 정말 맛있었다.


간장과 참기름으로 양념해서 넣은 표고버섯은 떡국의 간을 딱 맞게 해 주고, 오독한 식감을 더해주어 좋았다. 부드러운 지단과 쫀득 말랑한 떡 그리고 뜨끈한 국물까지 금세 한 그릇을 해치웠다.

새하얀 떡국처럼, 밝은 새해를 맞이하길

새해 첫날 떡국을 먹게 된 이유를 찾아보니, 새로운 날을 맞이하여 모든 걸 잊고 새롭고 깨끗하게 그리고 청결하게 시작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희고 긴 가래떡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깃들어 있고, 동그랗게 썰어낸 떡이 마치 동전과 비슷하여 한 해 동안 재물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소망도 더해졌다고 한다.


어쩌면 12월 31일과 똑같은 하루에 불과한 1월 1일이지만 그래도 좋은 의미를 새기며 나를 위해 의미 있는 한 그릇을 대접하면, 다가오는 1년을 또 열심히 살아갈 힘이 난다.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일은 그 누구보다 나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다.


떡국에 담긴 의미처럼, 지난해의 안 좋은 것들은 모두 없어지고 새롭고 깨끗한 새해를 맞아 모두가 건강하고 재복이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