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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TV 리뷰] MBC <나 혼자 산다>

불사조처럼 살아난 '나 혼자 산다' 제8의 전성기 올까

by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 MBC 의 한 장면 ⓒ MBC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전국 기준 평균 시청률 8.0%를, 수도권 기준 8.9%를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시청률은 11.1%(닐슨코리아)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금요일 예능 프로그램을 통틀어 1위다. 여기에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로 수도권 기준으로 4.6%로 무려 8주 연속 금요 1위에 등극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적인 반등이다. 어느덧 9년째를 맞이한 <나 혼자 산다>는 MBC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답게 일정한 주기마다 상승세와 하락세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2020~2021년 사이에 맞이한 슬럼프는 유난히 혹독했다.


비슷한 스타일의 관찰예능이 방송가에 범람하며 고유의 차별화된 매력을 상실했고, 억지스러운 에피소드 만들기와 장기간 함께한 고정멤버들의 익숙한 케미도 이제는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지속적인 시청률 부진과 더불어 박나래-기안84 등 출연자들을 둘러싼 연이은 구설수까지 겹치며 시청자들의 맹비판을 받고 사면초가에 몰렸다.


위기의식을 느낀 제작진은 한동안 잠정하차했던 전현무를 복귀시키고 새로운 멤버들을 보강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한동안 반응은 시큰둥했다. 2021년 8월에는 5년만에 5%대로 최저시청률 기록까지 경신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터닝포인트는 '초심 회복'이었다. 2022년에 접어들면서 <나 혼자 산다>는 전현무의 유행절단남 탈출기, 코드 쿤스트-산다라박-차서원-허니제이-이주승 등 새 멤버들의 보강과와 원년멤버 김광규의 귀환, 패션-소식(小食)-반려견-그림 그리기-식물 가꾸기 등 트렌드를 반영한 소재들로 새로운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회차들의 공통점은 최근 대중의 일상과 관심사가 투영된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데 있다.


원래 초창기의 <나 혼자 산다> 역시 혼자 사는 독신남들의 모습을 통하여 '연예인이나 셀럽도 일상에서는 우리와 같은 고민-같은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출연자들은 방송을 통하여 아픈 개인사, 결혼에 대한 고민,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전셋집 구하기-이사-취미생활 같은 소소하고도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을 잇달아 선보였고, 시청자들에게는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는 친근한 리얼리티로 감정이입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슬럼프 기간 동안의 <나 혼자 산다>는 이런 공감대에서 한동안 멀어진 상태였다. 출연자들의 다양한 싱글라이프를 보여준다던 취지는 사라지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위화감만 자아냈다.


싱글라이프를 주제로 한 관찰예능인데도 한동안 '무지개모임' 멤버들이 걸핏하면 단체 모임 이벤트를 만들어서 웃고 떠드는 리얼 버라이어같은 모양새로 변질된 것 또한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출연자를 둘러싼 왕따 논란이나 개인사와 관련된 구설수들은, <나 혼자 산다>의 가장 중요한 인기 원동력이던 '진정성'이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부작용과 관련되어 있다.


최근의 <나 혼자 산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달라진 사회적 환경은 대중들의 취미와 여가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서도 해낼수 있는 '자아실현'과 소확행의 가치가 높아졌다.


2022년들어 <나 혼자 산다>는 멤버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들의 비중이 다시 높아졌다. 먹방보다 소식이 주는 매력, 나만의 인생핏 찾기, 식집사 도전기 등은 모두 최근 달라진 MZ세대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에피소드들이다.


한편으로 1인 가구이기에 겪게되는 배달문화, 환경문제, 사회적 편견 등 마냥 화려지만은 않은 싱글라이프의 현실적인 고충들도 조명했다. 출연자들이 각자의 개성과 고유의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들은, 시청자들에게도 소소한 재미와 대리만족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 혼자 산다> 이후 한동안 관찰예능이 범람했지만 <나 혼자 산다> 만큼의 꾸준한 인기와 고정팬덤을 확보한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 여전히 싱글라이프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유일한 정통 관찰 예능이라는 희소성은, 시청자들이 다시금 <나 혼자 산다>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의 방향성 변화는 멤버들 개개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현무의 부활이 대표적이다. 전현무는 등산, 패션, 그림 등 여러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통하여 '요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중년남' 캐릭터로 <나 혼자 산다> 서사의 중심에 다시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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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의 한 장면 ⓒ MBC

최근의 에피소드들에서 무지개모임 멤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케미'는 모두 전현무를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을 과도하게 깎아내리기 보다 본인이 더 망가지면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변화하려는 노력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박나래 역시 대체불가한 안방마님으로 건재하다. 전현무가 합류하면서 메인 진행자로서의 부담을 덜어낸 박나래는 여전히 무지개모임 신구 멤버들 사이에서 유쾌한 부드럽게 균형을 잡아주는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박나래의 미담 사례들이 알려지며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것 역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박나래가 지난 '낭또포차' 에피소드에서 불가마 부엌에서 진땀을 흘려가며 기어코 요리를 해내는 장면 들은 분당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원년멤버로서 어느덧 최고령 출연자가 된 김광규는 사실상 '반고정'으로 복귀한 이후, 50대 이상 중장년 독신남의 일상과 비자발적 싱글라이프의 애환을 보여주며 세대를 확장하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또한 <나 혼자 산다>를 통하여 관찰예능에 첫 도전한 허니제이와 코드쿤스트, 이주승 등은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인물로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들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각각 댄서, 힙합 프로듀서, 악역 배우같은 기존의 강렬한 직업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친근하면서도 허당스러운 인간미의 반전매력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같은 인물임에도 에피소드의 내용에 따라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달라진 모습과 그에 따른 대중들의 신선한 반응은, 다시 말하면 결국 <나 혼자 산다>가 겪었던 부진의 원인도 출연자 개개인이 아닌 '내용의 공감대'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나 혼자 산다>는 매너리즘의 위기에 놓였던 장수 예능이 어떻게 혁신하고 변화해야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며 '제8의 전성기'를 열었다. 과거의 성공과 인기 방식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날의 시청자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요구하는지를 제작진이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노력해야하는 이유다.


이준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