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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하성태의 사이드뷰] 자폐 스펙트럼 주인공 등장하는 넷플릭스 콘텐츠 3

'우영우' 재밌게 보고 있다? 그럼 이 작품들도 분명 좋아할 것

by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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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 ENA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 세계 넷플릭스 TV 쇼 중 3위(현지시각 28일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까지 뛰어 올랐다. 미국에선 처음 9위에 진입했고, 아시아·중동·남미 지역 20개국에서도 1위를 유지했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우영우 신드롬'이 해외로 옮겨 가는 중이다.


방영 전까지 이러한 성공을 기대한 이는 제작진을 포함해 그 누구도 없었으리라. 문지원 작가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출발이 문지원 작가의 전작인 영화 <증인>이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배우 김향기가 연기하는 고등학생 임지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딛고 살인 사건 재판의 결정적인 증인으로 출석한다. 문 작가는 그런 지우의 꿈이 변호사라는 설정을 부여했었다. <증인>의 관객들도 지우가 과연 영화 속 순호(정우성)과 같은 변호사가 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했을 것이다. 마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월드 차트 3위에 오르는 걸 예상한 이가 드물었던 것처럼.


문 작가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이, <증인>은 딱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레퍼런스'가 아니라고 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란 아이디어의 출발인 건 맞지만 딱히 참고점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제작의 출발점 우영우를 연기하는 박은빈도 인터뷰를 통해 "(연기에 방해가 될까) 자폐 스펙트럼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해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이 자펙 스펙트럼을 소재로 한 작품은 또 무엇이 있는지.


'우영우 신드롬' 이전인 지난 봄, 발달 장애인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다 <러브 온 스펙트럼>을 소개했더랬다. 자폐 스팩트럼을 가진 젊은이들의 로맨스를 다큐멘터리와 리얼리티 TV 형식으로 관찰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그리고, '우영우'를 시청하며 떠오른 두 편의 넷플릭스 드라마.

'러브 온 더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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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콘텐츠 ⓒ 넷플릭스

"사랑을 찾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호주'산 넷플릭스 쇼는 첫 데이트부터 만남의 과정, 그리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커플들의 감정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출연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랑과 연애에 대한 그들만의 시각을 드러내고, 제작진에게 하소연을 털어 놓으며,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기도 한다.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지켜보는 것 자체로 비장애인 시청자들에게 어떤 인식의 넓이를 한 뼘 늘려준다. 예컨대, 어떤 데이트 참가 여성은 "해리포터에 집착"하는 자신을 소개하며 해맑게 웃지만, 반대편 남자 참가자는 좌불안석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핸디캡을 인식하고 있다.


그런 다름이 만남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지 스스로 불안해한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이성과의 만남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던 탓이기도 하다. 아마 대부분의 자페인들이, 발달 장애인들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터.


이처럼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자페 스펙트럼을 가진 청춘들의 감정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들의 차이와 다름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호주에서 시즌2까지 제작되고 이어 미국에서 동명의 리얼리티 쇼가 제작된 이유일 터다. '우영우' 10화가 던진 화두와 연결되는 발달 달장애인의 사랑에 관한 현실적 고민과 차이, 한계와 그에 대한 극복이 바로 여기 있다.

'별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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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콘텐츠 ⓒ 넷플릭스

27살 우영우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친구도 동그라마 한 명 뿐이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라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가 날 버리지 않았을까"란 고민을 안고 산다. 넷플릭스가 4시즌까지 방영한 <별나도 괜찮아>(atypical) 속 고등학생 샘은 사정이 조금은 다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소재한 영화들은 대개 공감과 소통을 주제로 하기 마련이다. 비장애인이 주 시청자일 수밖에 없는 만큼 역시나 비장애인 캐릭터를 함께 등장시켜 '그들도 우리처럼'이나 '그들과의 관계 맺기'란 전개를 넘어 '그들과 다른 우리는?'이란 성찰로 나아가곤 한다.


<별나도 괜찮아>도 같으면서 조금 독특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하이틴 소년 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연애와 섹스다. 평범한 4인 가족의 이야기인 듯한 <별나도 괜찮아>는 그런 샘이 이성을 포함해 이성 및 친구,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맺기를 이뤄가는 과정을 현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가전기기 판매점에서 알바를 하는 샘은 펭귄과 남극에 집착한다. 그런 샘이 이성에 눈을 뜬다. 상담사 선생님을 사랑하는 것 같다. 육상 선수인 샘의 여동생은 이상하게 같은 학교 여자 친구에게 끌린다. 평생 샘을 보살펴온 엄마는 지금 너무나 외롭다. 응급 구조사인 아빠는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아들딸과 대화를 하고 싶다.


우영우에겐 아빠가 유일하다. 괴짜 친구 자히드를 포함해 샘에게는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든든한 가족이란 울타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게도 각자만의 사정이 존재한다. <별나도 괜찮아>는 이처럼 자폐인과 그 가족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는 한편 자폐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이나 고민들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확실히 이례적인(atypical) 드라마다.

'무브 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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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콘텐츠 ⓒ 넷플릭스

우영우는 서울대학교 법대 1등, 로스쿨도 1등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판타지요, 상징적인 설정이다.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속 청년 그루(탕준상)는 유품 정리사다. 더 정확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유품 정리사다.


우영우와는 다르게 그루의 아버지는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홀로 남겨진 그루에게 유일하게 남은 혈육은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자 후견인 상구(이제훈)이다. <무브 투 헤븐>은 그루가 아버지에게 배운 유품 정리사 일을 상구와 함께 해나가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유려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우영우와 마찬가지로 그루 또한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다.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망자에 대한 예를 갖추는 데 익숙한 그루는 그 망자들이 남긴 유품과 흔적 속에서 평범한 비장애인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발견하고, 망자와 산자들과의 대화와 치유를 돕는다.


사회적 약자나 나름 고민을 던져주는 사건들이 매화 등장하는 것도 우영우와 닮은 점이다. 단칸방에서 고독사한 치매 노인, 스토킹 피해 여성, 성소수자, 경비 노동자 등.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마음으로 다가서는 그루의 활약이 펼쳐지는 동안 나름의 상처로 마음을 닫았던 상구도 어느새 그런 그루의 행동과 유품 정리사 일의 의미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완성도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나름 추리 드라마와 가족 드라마의 얼개를 결합시킨 외형인데, '우영우'에 깊게 빠진 시청자라면 자폐 스펙트럼을 소재로 취하는 시선을 포함해 분명 여러 지점을 흥비롭게 비교할 수 있는 드라마일 것이다.


'우영우'란 드라마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또 논쟁적이다 보니 닮아 있는 작품들이 별달리 주목을 못 받고 있는 듯하다. 우연찮게도 모두 넷플릭스가 제작한, 넷플릭스라서 가능했을지 모를 <러브 온 더 스펙트럼>과 <별나도 괜찮아> <무브 투 헤븐> 모두 '우영우'의 시청자라면 반갑게 즐길 만한 작품들이 틀림 없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