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BEST 4

[여행]by 책식주의

안녕하세요, 책식주의입니다. 가볍게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는 친구들에게 권해주는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여행 에세이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추천해본 결과, 가장 두루두루 만족도가 높은 장르더라고요. (뇌피셜!) 오늘은 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몇 권을 추천해드리려 합니다.

1.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한수희)

제가 너무 좋아하는 한수희 작가의 신간입니다. 신간 나올 때마다 소개하는 듯하네요. 가끔 SNS를 보다 보면 ‘내 문장 짱 멋있지!!’라고 단어마다 외치고 있는, 하지만 깊이는 얕은 글을 읽으며 손발을 펴느라 고생할 때가 많습니다. 한수희 작가의 문장은 참 담백합니다. 굳이 멋 부리지 않았는데 '멋'있는 그녀의 문장을 읽으면 정말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작가의 깊이에서 나오는 차이겠죠? 거기에 방심한 사이 실소를 뿜게 하는 시니컬한 유머 코드까지, 취향저격입니다.

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BEST 4

태국 끄라비 © kesollum, 출처 Unsplash

이 책은 보통의 여행 에세이에 독자가 기대하는 여행지에서 만끽하는 자유, 여유, 힐링을 담은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저도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여행이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여행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을 저울질해보면 어쩌면 총량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귀찮고 위험하고 (가끔은) 더럽고 돈도 많이 드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휴가 일정을 맞추고 월급에 상응하는 비싼 표를 끊으면서 바득바득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요즘 핫하다는 여행지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여행지’보다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죠. 작가에게 여행이란, 지지리 궁상에 이기적이고 내가 생각해도 싫은 내 모습, 하지만 꾸밈 없이 온전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여정입니다.

하지만 그 싫어하는 여행을 나는 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것들을 곱절은 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렀을 때, 가끔은 싫어하는 것들이 가장 즐거웠던 일이 되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전작과 신작 사이에 작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글이 한층 더 시니컬해졌습니다. 살짝 염세적인 느낌까지 듭니다. ‘솔직함’이 이 작가의 장점이긴 했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나마 한 겹 걸치고 있던 옷조차 내던져 버린 것 같습니다. 허세 없이, 겉치레 없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몇 번의 여행을 통해 그것을 발견하고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BEST 4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저자 한수희
출판 인디고(글담)
발매 2017.08.01.

2. 와일드 (셰릴 스트레이드)

여행 에세이라고 분류하기엔 애매하지만, 좋은 책이라 우겨....아니 욱여넣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책보다 영화로 먼저 접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책을 읽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판권을 사고 주연까지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죠. ('걷는 이야기로만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지?!'하는 의구심도 2할 정도..) 영화를 보고 나면 리즈 위더스푼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트래킹화를 사고 싶다는 강렬한 구매욕과 함께, 원작을 꼭 읽어야겠다는 독서욕이 생깁니다.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의 삶이 더 궁금해졌거든요. 영화가 그러하듯, 책 역시 두꺼운 분량임에도 흡인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BEST 4

영화 '와일드' 스틸 컷

엄마의 죽음으로 삶이 완전히 망가진 셰릴 스트레이드가 새로운 삶, 정확히는 원래의 삶을 찾기 위해 PCT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를 완주한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PCT는 멕시코-미국-캐나다로 이어지는 4285km의 트래킹 코스로, '죽음의 코스'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 높다고 합니다. 곰에게 습격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발톱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 셰릴은 걷고 또 걸으며 비로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내 복잡한 삶이 이렇게 단순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나로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중략) 어쩌면 내 육체적 고통에만 신경을 집중하느라 감정적 상처 같은 건 저 멀리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길에 들어서고 두 번째 주가 끝나갈 무렵, 나는 여행을 시작한 뒤로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은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어 영화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셰릴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은 셰릴과 함께 PCT를 걸으며, 살이 쓸리고 온몸에 멍이 드는 고통과 야생에 홀로 던져진 공포, 극한의 외로움을 나누는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BEST 4

와일드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
출판 나무의철학
발매 2012.10.20.

3.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마스다 미리)

'수짱 시리즈'로 유명한 마스다 미리의 여행 에세이입니다. 소박한 그림체만큼이나 평범하고 일상적 소재를 다루지만 그 속에서 3-40대 여성들의 마음을 후벼파는ㅋㅋ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내에서도 큰 팬층을 확보한 작가이죠. 그녀의 글 역시 만화의 감성을 꼭 빼닮았습니다. 임팩트 있는 사건도 없고, 화려한 문체도 아니지만 마음에 잔잔한 동요를 일으키죠.

 

몇 주전부터 표를 예매하고 일정을 짜야 하는 다소 요란한 해외여행보다, 떠나자고 마음만 먹으면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에도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국내라는 안정감과 편안함, 일상의 작은 변주가 주는 해방감, 숨은 여행지를 알았을 때의 설렘과 쾌감! 이 책에서 마스다 미리는 그런 국내 여행의 매력을 전합니다.

 

(예상외로) 충동적인 그녀는 '급' 여행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지방의 작은 축제에 방문하거나 호텔 브런치를 먹는 등 그야말로 작고 소소한 여행을 즐깁니다. 가끔은 전통 축제에서 밤새워 춤을 추기도 하고 가끔은 한적한 식물원을 걸으며 지루함을 만끽할 줄 아는, 무엇보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트래블러'일지도 모릅니다.

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BEST 4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걷다
발매 2014.06.30.

4. 집을 여행하다 (전연재)

저는 여행할 때 에어비앤비를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 카피처럼 현지인의 주거 공간에서 지내면서 그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한 건축가의 ‘집’ 여행기입니다. 작가는 친구의 집에서, 친구의 친구의 집에서, 혹은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이의 집에 머물며 세계를 여행합니다. 에어비앤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개념입니다. 그저 공간을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한 공간에서 몸을 부딪히며 요리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가끔은 까무룩 낮잠에 들기도 하니까요. 각자의 집에 배어있는 저마다의 서사, 집만큼이나 매력적인 집 주인들의 이야기, 집과 사람을 통해 알게 되는 그 도시의 문화. 가장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에어비앤비’ 사업이 초기에 난항을 겪은 이유는, ‘내 집’을 남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집’이란 가장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입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기꺼이 내 집을 낯선 여행객과 공유하고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을 만난 작가가 참 부러웠습니다.

조금 특별한 여행 에세이 BEST 4

집을 여행하다
저자 전연재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13.10.18.

2017.08.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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