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4일. 내가 지난 한 해 외국에서 보낸 날들의 합이다. 이 중 대부분은 커피 산지에서의 시간들이었다. 좋으면서 싫고, 설레이는데 뻔하며, 힘이 솟는데 많이 힘들다. 이토록 삶은 알 수 없는 다면체. 제법 살았다 싶은데도 여전히 돌아서는 골목마다 난망하고 넘기는 장마다 낯설다. #2 새해라니 솔직히 지겹다. 새해라고 해봤자 사실 하나도 새롭지 않고 언제나 그랬듯이 난망하고 낯설어 나를 당황하게 만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들 새해랍시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서로를 축복하는데 솔직히 나는 이런 즉흥연기 조차도 버거울 정도로
과야킬Guayaquil 공항 입국장 문이 열렸다. 이제 에콰도르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사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비행기가 2시간이나 연착해 오래 기다렸을텐데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그의 이름은 마리오. 멜버른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는데 커피가 너무 좋아 박봉에도 불구하고 커피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커피에 영혼을 사로잡힌 사람들 대개가 그러하듯 그는 본사 사무실로 향하는 차 안에서 쉴 새 없이 커피 얘기를, 사실은 자신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마리오
요즘 커피가 뜨겁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로 알려진 고급커피 열풍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골자는 의외로 간단하다. 커피 원두의 재료가 되는 커피 생두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 하지만 이런 트렌드 속에서도 정작 스페셜티 커피의 주제라고 할만한 커피생두에 대한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정보는 그 동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책의 두께는 상당하다. 네슬레의 후원으로 열대 작물 전문 농학자 윈트겐스는 커피 산업 전문가와 커피를 전공한 학자 40여 명과 함께 기존의 필드 및 학계 연구 성과들을 집대성했다.
니카라과 라스 세고비아 지역에서 아내 마리아, 9살 클라우디아, 7살 에르네스토와 함께 라에스페란자La Esperanza(희망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작은 커피 농장을 하고 있다. 이 농장은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왔다. 80년대 내전 당시 큰 농장주들이 농장을 거의 버리다시피하고 미국과 멕시코로 피난을 떠났지만, 우리는 워낙에 작은 농장이었고 외국에 아는 친척도 없어 그냥 이곳에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 시절에 어려운 희망과 만연한 절망이 어디에나 웅크리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내전이 끝나자 대농장주들이 돌아와 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