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길거리 음식 6선

[푸드]by ㅍㅍㅅㅅ

남들은 ‘추억의 길거리 불량식품’하면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떡볶이나 호떡, 100원하던 아폴로 과자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13년 중국 생활 동안 나를 키운것은 8할이 길거리 음식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추억의 맛인 셈이다. 우리 엄마는 못먹게 했지만 나는 죽어라 먹으러 다닌 중국의 길거리 불량식품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1. 양꼬치 (羊肉串)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길거리 음식

중국에서 도시를 벗어나면 꼬치 하나에 1위안도 하지 않는다(…)

중국어 시간에 항상 선생님 졸라서 학교 아래에 있던 꼬치집에 갔다. 양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버섯에 소세지까지 30위안만 있어도 배 터지게 먹었었는데. 인상이 험악한 아저씨가 커다란 들통에 고기를 가득 담고 하나하나 손으로 꿰고 있던게 아직도 선명하다. 5위안짜리 튀긴 양꼬치는 고기가 미트볼만큼 컸는데, 고온에서 단숨에 튀겨냈기 때문에 양 누린내가 안나는게 좋았다. 누린내가 안나니, 혹시 ‘고양이고기’나 ‘쥐고기’를 쓴 게 아니냐는 도시괴담이 돌기도 했었지.

 

“양로우촨”이라고 부르는게 맞지만, 내가 살던 동북 지방에서는 -er(儿)발음 사투리가 붙어 “양로우촬”이라고 했음. 양꼬치집에서 일하시는 조선족분들 중에는 동북지방에서 오신 분들이 많으니 ‘양로우촬’ 더 달라고 하면 점수를 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리가…)

2. 계란전병 (鸡蛋饼)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길거리 음식

안에는 싸구려 분홍 소세지가 들어간다.

국제 학교였던 우리 학교 앞에는 중국학교가 있었는데,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들은 학교 앞에 무여든 리어카에서 점심을 사먹었다. 우리 학교는 급식이 있었고 점심시간에는 외출 금지였지만, 학교의 중국원어민 선생님들이 가끔 리어카에서 점심을 사먹고는 했다. 그때 꼭 부탁하는 것이 바로 계란전병.

 

중국어로는 “찌딴빙”이라고 읽는다, 해석하면 계란빵. 넓게 부친 밀가루+계란 전병에 요우티아오(튀긴 빵)+소세지+소스라는 단순한 조합이었다. 몸에는 정말 나쁜 맛이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생각나고는 했다. 아, 샹차이(고수)는 항상 빼달라고 했었다. 샹차이는 적응하면 맛있지만, 아니면 쓴 풀을 뜯는 느낌.

3. 탕후루 (糖葫芦)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길거리 음식

설탕 부분만 빨아먹다 정작 과일은 물려서 못먹음.

설탕 입힌 과일꼬지. 옛날에는 겨울에만 팔았는데 냉동시설이 좋아진 이후로는 여름에도 판다. 시큼한 맛이 나는 산자에 설탕을 입힌 것인데, 얼린 설탕물은 너무 딱딱해서 가끔 먹다 이가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에는 딸기, 포도, 사과나 키위 같은 과일이나 초콜렛을 입혀 판다지만 난 역시 산자가 제일.

4. 튀긴 닭고기 (炸鸡肉)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길거리 음식

대륙에서도 고통 받는 닭.

동북지하 시장에 가는 건 내게는 가장 큰 유희였다. 그 곳에는 문구, 화구를 팔았는데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옷이나 악세사리도 팔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DVD나 피규어 같은 만화 굿즈도 팔았었다. 대만에서 들여온 피규어, 일본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로스, 중국어로 된 만화 잡지까지, 나의 덕질의 시작이자 중심지였다. 2-3시간에 걸쳐 그 곳을 순회하고 작은 노트 몇 권, 굿즈 몇 개, 잡지 몇 권을 사고 나오면 꼭 구루마에서 파는 튀긴 닭고기를 사먹었다.

 

3위안, 5위안, 10위안씩 무게를 달고 전분 묻힌 닭고기를 즉석에서 튀긴 다음, 종이봉투에 담아 미원+고운 고춧가루+후추+정체불명의 초록가루를 뿌려서 준다. “자찌로우”라 읽는다. 혹시라도 발음 잘못해서 음경을 내세우지 않기를. (알아들을 사람도 없겠지만)

5. 버블티 (珍珠奶茶)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길거리 음식

사진보다는 좀 더 작고 싸구려인 컵에 담겨 나온다.

진짜 차는 당연히 아니고, 네스퀵같은 달콤한 가루에 우유도 아닌 물을 섞는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건 초콜렛맛과 딸기맛. 미리 삶아놓은 쩐주(타피오카)를 넣고 맹렬한 기세로 흔들어서 준다. 가루의 비율은 언제나 아저씨 맘대로여서 엄청 달때도 있었고 정말 맛이 없을때도 있었다. 참고로 기본맛인 밀크티 맛은 언제나 기가 찰정도로 맛이 없었음.

 

“쩐주나이차”라고 읽는다.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데, 체인점도 아닌 중국 길거리에서 그렇게 정성스럽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는 말자.

6. 마라탕 (麻辣汤)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길거리 음식

모양만 보면 어묵바랑 비슷하지만, 그 향과 맛은 완전 다르다.

중국 샤브샤브의 일종인데, 즉석에서 재료를 삶아, 마라라는 향신료에 담근 음식이다. 먹고나면 입안이 마비된듯이 얼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향신료를 한 알만 씹어도 치과에서 사랑니 뽑기 직전에 마취한 기분을 느낄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향신료를 먹지는 말 것.

 

그냥 “마라탕”이라 발음하면 된다. 참고로 저 향신료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음식 속 작은 고추. 대륙의 고추는 매운 걸 넘어 그냥 아프다.

7. 기타

이 외에도 꽤 여러가지, 탕후루(위 3번) 모양의 아이스크림도 있었고, 리어카에서 직화로 구워낸 계란 크림빵도 있었다. 물론 수박꼬치, 한미과(멜론의 일종)꼬치나 군고구마, 군옥수수 같은 범세계적(…) 먹거리는 물론이고.

 

내가 중국에서 총 13년을 살았지만 본중에 제일 엽기(?)적인 길거리 음식은 끓인 콜라와 환타 정도…. (심지어 축구장에서 맥주 대신 팔았다..) 위생관념이야 꽝이지만, 여튼 중국이라고 다 바퀴벌레나 귀뚜라미를 먹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얘기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개인적인 입맛의 호불호가 있을수는 있으나 제법 맛있다. 그리고 엄청 싸! (보통 2~5위안)

 

아, 내가 살았던 동네는 위 음식을 파는 리어카가 겨울에만 나왔기 때문에 먹고 탈난 적은 없다. (내가 멜라민 우유 마시고 자라서 멀쩡한걸지도…)

 

지금 다시 거기로 돌아가면 그걸 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맛이 아직도 날까? 중국을 떠나온지는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생각이 난다.

필자 민서영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미녀 오타쿠, 유럽탈주 계획중.

2017.08.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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