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정치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비즈]by ㅍㅍㅅㅅ

아주 오래전부터 게임 업계에는 ‘X맨’이라느니 ‘요원 005’라느니 하는 식으로 프로젝트 안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 있었다. 이런 ‘정치’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모든 협업해야 하는 업종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내정치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게임 업계에서는 이 ‘정치꾼’들의 특징으로 오랫동안 ‘게임 개발은 쥐뿔도 모르면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팀장’ 같은 경우로 한정하여 특정한 경우에만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면 팀장급은 최소한 되어야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이었던 걸로 보인다. 그러다 근래에 아무도 (아직까지는) 정치하지 않는 팀을 보면서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일이 수틀릴 때 정치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정치는, 일을 못하거나 안 하기 때문에 시작되는 일이다.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 하기 때문에 이를 변명하기 위해서 핑계를 대고, 이 과정에서 원인이라고 지목된 사람의 방어가 시작되면서 양자를 옹호하는 친밀한 사람들의 그룹이 형성되는 식이다.

 

좀 더 풀어보면 이렇다:

 

1. A는 할당된 업무를 지연했다.

2. 상급자나 스케줄 회의에서 이 업무의 지연을 지적받고,

3. A는 B가 업무를 늦게 넘겼다느니, 데이터가 잘못된 것을 넘겼다느니 변명한다.

4. B는 이에 대해서 방어하기 위해 데이터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게 되고,

5. 회의는 난장판이 되어 A, B 모두 상급자에게 점수를 깎인다.

6. A는 A대로 평소 친하던 동료들과 술 한 잔을 하면서 B 욕을 하고,

7. B는 B대로 친하던 동료들과 술 한 잔을 하면서 A를 욕한다.

8. 이제 둘은 회의마다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9. 짠~ 정치가 완성되었다!

 

결국 A가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업무상 문제 상황은 발견 즉시 통보를 하고 그 즉시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왜 문제를 마감까지 끌고 가서 지연시키고, 거기에다 추가로 자신의 면피를 위해 타인에게 덮어씌우는가.

 

팀원 모두가 역할을 제대로 하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또는 완벽한 상급자가 모든 업무를 체크하고 관리 감독하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PM이 각 작업자의 일정과 업무 누수를 잘 챙겨도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영자가 친소를 바탕으로 사내 인사를 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가 더 잦다. 관련 커리어가 없는 사람을 사업부장이니 팀장이니 하며 앉혀놓으니, 그 팀의 방향성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 팀장이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고 있어야 손실을 감수하고 일을 추진하거나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게 가능한데,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주요 자리에 앉혀 놓았으니 잘될 리가 없다. 당연한 거다.

한 명의 무능 때문인가?

그런데 여기서 돌아볼 것이 있다. 예의 실무자 A가 정말 무능했기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업무에 만족하지 못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팀 안에서 사소한 불만이 계속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가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든지, 이런 상황이 발생했으면 A는 즉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업무에서 잠시 빠지게 하고 그의 진짜 문제─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동기부여 문제든 환경의 문제든 뭐든,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다시 업무에 투입하는 게 옳은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즉시’다.

 

개발팀 안에서 정치가 시작되면 그 팀은 꾸준한 도트 데미지(DoT, Damages over Time)를 받는다. 팀의 의견은 이등분, 삼등분되고 업무 성과보다는 매일 정치 회의를 위한 술자리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숙취로 오전 업무 시간은 날리고, 각 파벌끼리 점심식사를 하며 화력을 다진 후, 오후엔 본격적인 정치력 대결 회의가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반복.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경영진 자체가 이러고 있으면 그 회사는 그냥 답이 없다. 그 회사가 돈을 얼마나 잘 벌고 있든 말든 그게 중요하겠나,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를 않는데.

 

 “어휴 너 새끼는 정치 안 했냐”고 하면, 저도 뭐…

필자 김종득 (블로그)

쥐뿔도 없는데 자존심만 남은 삼류 게임 개발자

2017.09.05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 ppss.kr
채널명
ㅍㅍㅅㅅ
소개글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 ppss.kr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