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택시 앱이 있어도 여전히 불금에 택시 잡기는 어려운가

[테크]by ㅍㅍㅅㅅ

택시 앱이 많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O2O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많이 거론됩니다.

 

그런데요… 스마트폰에서 앱 한 번만 터치하면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원하는 것을 눈 앞에 가져다준다는 O2O 서비스의 시대입니다만,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금요일 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늦은 밤 길거리에서 발 동동거리며 잡히지 않는 택시에 내상을 입으신 모든 분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귀가길을 둘러싼 기술과 정책 문제를 생각해 보려 합니다.

왜 택시 앱이 있어도 여전히 불금에

출처 한국일보

‘금요일 밤 12시 강남에서 귀가하기’의 문제

택시 앱이 많이 나왔지만, 금요일 밤 12시에 택시 잡기는 여전히 힘듭니다. 지금 택시 앱들은 손님에 비해 기사님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불금에 술자리 있으셨나요? 반가운 사람들과 오랫만에 만나 어울리는 시간은 즐겁지만 모임을 마치가 밤 늦게 집에 돌아가는 길은 괴롭습니다. 거리에 사람은 가득하고 택시는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죠.

 

교통 분야 O2O 서비스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리란 기대가 높습니다. 요즘 ‘카카오택시’ 많이들 쓰시죠? 스마트폰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택시를 호출하면 근처에서 그 손님을 태우기를 원하는 택시가 응답합니다. 손님은 타고 나서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 없고, 기사도 김기사 내비에 찍히는 경로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됩니다. 나중에 카카오페이랑 결합하면 내릴 때 요금을 계산할 필요도 없겠지요.

왜 택시 앱이 있어도 여전히 불금에

최근 카카오가 발표한 카카오택시에 대한 자체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7.2%가 카카오택시가 ‘쉽고 편리하다’는데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용 가능한 택시의 수’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호출’에 대한 만족도가 각각 87.5%, ‘배차 속도’ 만족도가 79.7%였습니다. ‘탑승 후 지인에게 보내는 안심 메시지’와 ‘미리 설정해 두면 눈치 볼 필요 없고 편리한 목적지 설정 기능’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94.3%와 84.4%였습니다.

 

과거 택시 관련 불편한 점은 ‘택시가 잘 오지 않는 지역에서 출발할 때’가 32.5%로 가장 높았고, ‘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간대에 택시가 잡히지 않을 때’(26.5%)와 ‘탑승 이후 목적지를 설명해야 할 때’(12%)가 뒤를 이었습니다. 택시에 대한 불만은 누구나 비슷한 듯 합니다.

 

택시 앱은 택시가 잘 안 다니는 지역에서 택시를 부를 때에는 많이 유용합니다. 하지만 택시가 가장 필요한 순간, 이를테면 12월 마지막 주 금요일 밤 12시 반 강남역 근처에서 송년회를 마치고 찬 바람을 맞아가며 택시를 잡는 김 과장 이 부장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앱은 간절히 주변 택시들에 호출을 보내지만, 응답하는 택시는 없습니다. 응답받지 못 하는 호출 건수만 애꿎게 10건, 30건, 70건, 120건으로 늘어만 갑니다. 감히 강남역에서 양재역까지 가까운 거리를 간다고, 혹은 서울 저 끝 빈차로 나와야 하는 지역으로 가자고 호출을 보내면 차갑게 외면당합니다.

 

새로운 앱이나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해당 분야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 같은 택시 앱들은 그런가요? 물론 지금까지 택시를 이용하며 사람들이 느꼈던 여러 불편을 개선했고, 그래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공략했다고는 보기 힘들듯 합니다.

 

그 근본적인 문제란 바로 ‘내가 원하는 때,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택시를 잡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불금을 마칠 무렵 강남이나 홍대 근처가 대표적입니다. 혹은 택시 왕래가 뜸한 지역 A에서 택시 기사가 선호하지 않는 (거리가 가깝거나 나올 때 빈차로 나올 확률이 높은) 지역 B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이런 경우 택시 앱으로 호출해도 응답률은 많이 떨어집니다. 이 문제를 ‘금요일 밤 12시 강남에서 귀가하기’ 문제라고 불러봅시다.

 

원인은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택시는 적고 택시를 타려는 사람은 많다는 것입니다. 택시 기사 면허는 국가가 관리합니다. 내가 택시 일을 하고 싶다고 바로 차를 몰고 나와 영업할 수 없습니다. 즉 시장 진입이 자유롭지 못 합니다. 대부분 시간대에는 택시와 승객의 균형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대중교통이 끊기고 많은 사람이 동시에 귀가를 서두르는 주말 밤 번화가 등에서 수요-공급에 문제가 생깁니다.

 

‘금요일 밤 12시 강남에서 귀가하기’ 문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대중 교통 시스템의 특성상 몇몇 기업이나 사용자가 나서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100년 가까이 뿌리 박은 대중 교통 시스템을 혁신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얽힌 상황에서도 혁신이 잘 등장하고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정책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회 전반의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큰 틀의 문제는 계속 논의하되 일단 지금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 이를테면 택시 관련 모바일 서비스의 설계 문제부터 먼저 얘기해 보죠.

플랫폼 위에 올라온 택시

카카오택시 같은 앱은 단순한 택시 콜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손님을 찾는 다수의 택시 기사와 택시를 찾는 다수의 사용자가 제3자(예를 들어 카카오, SK플래닛, 리모택시 등)가 운영하는 특정한 곳에 모여 서로의 필요를 채우게 하는 사업입니다.

 

플랫폼 사업은 대개 ‘양면시장’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운영자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주고, 수요자와 공급자에 서로 다른 사용료를 지불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참여자들이 얻는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분야에 주로 나타납니다.

 

네티즌(사용자)은 검색을 무료로 이용하지만, 검색 결과에 자기 회사나 상품의 정보를 올리고 싶은 광고주(공급자)들은 광고비를 내는 네이버나 구글이 대표적입니다. 운영자는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효용을 적절히 조정하며 참여자가 비용을 낼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윈-윈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카카오택시 같은 택시 호출 앱들은 참여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줄까요. 우선 기사들에게는 승객을 모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길가에 차를 대 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기사에게 근처에서 택시를 찾는 승객을 연결해 주는 것이죠. 당연히 수익 확대의 기회가 됩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는 승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줍니다. 장거리 손님을 우선 태우고 싶다거나, 사정상 어느 지역에서만 운행하고 싶다거나 하는 기사들의 세분화된 필요를 채울 수 있습니다.

 

승객은 길가에 나가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을 필요 없이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습니다. 차들이 잘 다니지 않는 외딴 곳에서도 택시를 부를 수 있고, 어디로 가자고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그냥 차에 올라타기만 하면 됩니다. 전화하고 상담원과 통화해야 하는 기존 콜택시보다 훨씬 편합니다.

 

이런 장점들이 있기에 카카오택시는 사랑을 받으며 국내 대표 온디맨드 모바일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 같은 앱은 공급자와 수요자 윈-윈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얼마나 좋은 플랫폼일까요?

기울어진 플랫폼 :  마음 놓고 승차 거부?

좋은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들인 비용에 비해 적절한 효용을 누려야 하고 한 쪽이 다른 쪽에 대해 부당 행위를 할 여지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 같은 경우 공급자인 기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기사가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사가 자기 상황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이를 뒤집으면 바로 ‘승차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호출이 100건 이상 가도 콜을 받는 택시가 한대도 없다는 것이 금요일 밤 12시 서울 시내의 모습입니다.

 

승차 거부는 기존 택시 시장의 대표적 부당 행위 중 하나입니다.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중점적으로 승차 거부가 일어나고, 승차 거부를 당한 피해자는 창문만 빼꼼히 연 채 사라지는 택시에 제대로 항의할 수도 없습니다. 승차 거부를 자주 한다 해서 기사 평판이 나빠져 택시 영업에 지장이 되는 일도 없습니다.

 

물론 120에 신고할 수도 있고, 신고가 누적된 기사는 불이익을 받습니다만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택시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승객이 할 수 있는 행동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단한 노력과 인식 개선을 통해 승차 거부를 줄여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택시 앱의 등장은 도리어 승차 거부 문제를 악화시키고 기사와 승객 사이의 비대칭을 확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계 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죠. 그렇잖아도 공급자 입김이 센 상황에서 공급자의 ‘갑질’을 더 효율적으로 해 주는 셈입니다. 심지어 카카오택시로 들어오는 호출을 거절하는 형태의 ‘승차 거부’는 승객의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결국 카카오택시는 공급자(기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플랫폼이라 하겠습니다. 시장의 특성에 따라 양측 참여자를 적절히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플랫폼 운영의 핵심이긴 합니다만, 기왕의 택시 시장의 가장 큰 병폐를 강화하는 운영 방식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윈윈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오래 갈 수 없다

이는 플랫폼의 안정성과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배달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을 생각해 봅니다. 배달의민족은 반대로 소비자에게 기울어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로서는 많은 배달 음식점의 정보와 리뷰를 한눈에 보고 적립 포인트나 할인 혜택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식당 입장에서는, 마케팅 지원과 교육 등 식당 사장님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달의민족의 결제 수수료나 광고비가 매출 증가를 위한 투자가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하면 양이 적다는 등 플랫폼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예 수수료를 안 받는 모델로 전환했습니다.

 

지금은 카카오가 카카오택시의 콜비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언젠가 콜비를 받기 시작해도 고객이 충성스럽게 남아있을만한 가치를 카카오택시는 주고 있을까요? 물론 카카오택시로 확보한 교통 물류 분야의 더 큰 사업 기회를 목표로 한다면 카카오택시의 손해는 감수할 만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카카오는 물론 택시 시장에 내재한 핵심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줄여보려는 고민을 누구보다 많이 했겠지요. 그러나 플랫폼의 정책과 운영으로 소비자의 교통 후생을 높이는 모습은 아직 아쉽습니다.

 

이는 물론 우리나라의 법제도나 정책 환경, 규제나 이해집단의 입김 등 여러 요소가 합쳐져 생긴 문제로 어떤 한 기업에 책임을 돌릴 일은 아니겠지요. 다음에는 대중교통 시스템과 정책 수행, 혁신 도입 여건 등의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3줄 요약

1. 택시 앱 덕분에 택시 이용이 많이 편리해졌지만, 여전히 금요일 밤 12시 강남에서 회식 마치고 택시 잡기는 어렵다.

2. 이는 기본적으로 택시의 수요 공급이 시장 원리에 따라 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3. 현재 택시 앱은 기사가 목적지를 보고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는 구조라, 기존 택시 시장의 핵심적 불편을 해결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택시 앱은 많이 나왔지만, 여전히 불금 밤 집에 갈 택시 잡기는 힘들기만 합니다.

필자 한세희 (페이스북)

씁니다. 디지털 기술이 바꾸는 사람과 사회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잉여가 필요하다.

2016.12.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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