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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반려동물도 미식 즐긴다…이젠 ‘견슐랭 시대’

by리얼푸드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미국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한 반려견이 ‘퍼푸치노’(반려견용 카푸치노)가 나오자마자 참을수 없다는 듯이차창으로 고개를 내밀어 먹어 치운다. 최근 미국의 동물전문매체 더도도가 전한 내용이다.


사람이 먹고 난 음식이나 주는대로 사료를 받아먹는 반려동물의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사람보다 더 까다로운 ‘개취’(개의 취향)를 존중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반려견 취향에 따라 미식을 즐길수 있게 해주는 ‘견슐랭’(개+미슐랭)이라는 말도 나온다.

▶퍼푸치노에 개슐랭 식당·피자까지=미국의 일부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비공식 메뉴로 퍼푸치노를 제공해 큰 인기를 얻었다. 강아지용 작은 컵에 휘핑크림이 담겨 나오는 메뉴이다. 영국에서는 커피 대신 치커리나 당근, 민들레 등을 넣어 반려견용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 해외 유명 레스토랑이나 체인점에서는 이처럼 반려견을 위한 간식 메뉴를 따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묘 시장에서는 일본 펫푸드업체인 ‘이나바’가 내놓은 ‘챠오츄르’가 유명하다. ‘마약 간식’으로 알려질 정도로 고양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인기 제품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고양이 간식 시장에서 ‘챠오츄르’는 브랜드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스타벅스 ‘퍼푸치노’를 즐기는 강아지(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스타벅스 ‘퍼푸치노’를 즐기는 강아지(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국내서도 이러한 모습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반려견이 에피타이저를 먹고, 닭고기 스테이크를 즐긴 후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하림펫푸드가 서울 스타필드 하남점에서 진행했던 ‘더리얼 개슐랭 식당’의 모습이다. 100% ‘휴먼그레이드’를 내세우고 있는 하림펫푸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면서 이날 만큼은 입맛 까다로운 반려견들도 맘껏 요리를 즐길수 있게 했다.

'더 리얼 개슐랭 식당'에서 코스요리를 즐기고 있는 반려견 모습.

'더 리얼 개슐랭 식당'에서 코스요리를 즐기고 있는 반려견 모습.

‘개슐랭 식당’과 같은 행사는 눈을 끌기 위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모든 포인트를 반려동물에게 맞추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에서는 맛이나 식재료를 강조한 제품들이 늘고 있다. 하림펫푸드의 ‘가장 맛있는 시간 30일’은 갓 지은 밥 맛처럼 반려견들도 생산일이 빠른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하림펫푸드는 최근 크리스마스 겨울한정 패키지도 내놓았다. 고급 식재료를 이용해 신선함을 약속하는 시간 컨셉트로 디자인됐다. 반려견용 피자나 치킨도 볼 수 있다. 쌀가루 도우에 락토프리 무염 치즈를 사용한 ‘미스터펫자’, 치킨플러스의 ‘댕댕이 치킨’이 있다. 호가든은 ‘펫비어’를 한정출시했으며, 버거킹은 반려견용 햄버거 ‘독퍼’를 선보이기도 했다.

버거킹의 반려견용 햄버거 ‘독퍼’(좌)와 반려견용 피자인 ‘미스터펫자’(우)

버거킹의 반려견용 햄버거 ‘독퍼’(좌)와 반려견용 피자인 ‘미스터펫자’(우)

▶정부, 국내 펫푸드 산업위한 정책 추진=반려동물이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은 꾸준한 인기를 얻는 추세이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제공되는 양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식은 식욕부진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 등 보상품 정도로만 적당히 주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에서 권장하는 간식의 양은 전체 칼로리의 10% 정도다. 특히 ‘퍼푸치노’처럼 휘핑크림등의 유당은 주의가 필요하다. 애견 전문가들은 크림과 지방이 들어있는 간식은 반려견이 소화하기 어려우므로 아주 가끔 주는 것은 괜찮지만 자주 먹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펫푸드 산업의 성장도 남겨진 과제이다. 현재는 네슬레퓨리나 등 외국업체들의 점유율이 60~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펫팸족(Pet+Family)또한 수입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축산 사료가 아닌, 국내 펫푸드 산업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식품산업활력제고 대책안에 따르면 내년에는 펫푸드의 독자적 원료, 가공, 표시 기준이 마련되며, 유기인증 확대, 기능성 표시제 도입 등 펫푸드 관리법 제정이 추진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취향을 존중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이나 다양한 맛을 가진 제품들이 늘고 있다”며 “국내산도 관련 등급이나 인증 절차가 생기면 소비자의 신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