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따라 산따라, 그리고 마을따라 걷는 길 - 황룡강 누리길 1, 2코스 이어걷기

[여행]by 로드프레스
송산유원지 부근의 황룡강

송산유원지 부근의 황룡강

광주광역시 광산구를 남북으로 흐르는 황룡강은 그 발원지와 합수부를 본다면 전남 장성에서 출발, 광주 광산구를 거쳐 나주에서 영산강과 만나는 긴 여정을 그린 강이다.


물고기가 변해 용이되어 승천하였다는 어등산, 그 기세가 아름다워 정도전이 몇날을 묵었다는 용진산, 용이 엎드렸다고 하는 복룡산 등 광산구를 대표하는 명산들이 그림처럼 황룡강과 어우러져 있다.


그 아름다운 수변을 따라 유유자적하게 걷는 길, 바로 황룡강 누리길이다.


황룡강 누리길은 송산유원지를 출발하여 송산유원지로 되돌아오는 총 30여 km의 둘레길로,  '선조의 흔적에서 철학과 혼을 만나다'를 주제로 인근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문화재와 전설들을 연계하여 이야기가 있는 길로 조성하였으며 바람길, 선비마실길, 마을안길 등 총 3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오늘, 로드프레스는 호남의 또 다른 젖줄이자 광산구를 대표하는 강 중 하나인 황룡강을 따라 황룡강 누리길 1, 2코스를 이어 걸어보았다.

황룡강 누리길 1코스

황룡강 누리길 1코스

황룡강 누리길 1코스, 즉 제1구간 '바람길'(송산유원지-자연생태해설구간-밀밭 사잇길-입석마을-산막습지- 생태하천구간-용진교)은 8.8㎞로 이름대로 황룡강과 들판을 따라 시원한 산과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다.


전체를 직접 걸었을 때에는 약 8km 정도가 나왔고 약 1시간 40여 분 정도 걸리는 길이나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청등보는 6월 말까지 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청등보는 6월 말까지 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먼저 황룡강누리길의 출발지점인 송산유원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 송산유원지 주차장은 황룡강 누리길의 시종착점이자 빛고을산들길과도 연계되어 있는 구간이다.


황룡강 누리길 1코스는 이 송산유원지에서 청등보를 따라 강을 건너 맞은편으로 올라선 후 용진산 방향을 따라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청등보는 6월말까지 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공사기간 내에 황룡강 둘레길을 찾는 이, 그 중 자차를 이용하는 이라면 보 반대편, 즉 송산유원지 북측 출구의 강변 공터에 차를 대는 것이 좋다. 


강변을 따라 포장된 자전거길/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하게 발걸음을 옮기면 곧 황계4교를 지난다.

즐겁게 강변을 따라 걷는다.

즐겁게 강변을 따라 걷는다.

이 1코스는 강변을 따라 걷는만큼 큰 무리는 없지만 뙤약볕이 강한 날에는 쉽게 그늘을 찾기가 힘들다. 중간중간 있는 쉼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으며 구간 내에 보충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으므로 출발 전 음료 및 식사대용 간식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대부분의 구간을 자전거길과 함께 이용하므로 오가는 자전거 이용자들에도 주의를 하여 걷는 것이 좋다. 다만 한적한 길이라 크게 붐비지는 않다.

잘 조성된 황룡강의 습지 풍경. 맞은편 산은 어등산이다.

잘 조성된 황룡강의 습지 풍경. 맞은편 산은 어등산이다.

황룡강 강변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잘 발달된 강변의 습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도시 하천들이 잘 포장되고 산책로 등으로 조성된 강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황룡강 강변은 비록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조성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강변 자체가 가지는 녹지와 습지, 그로인한 자연 생태적 느낌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


걷다보면 오가는 철새 및 텃새들, 물을 뿌리며 몸을 뒤집는 물고기 등이 어우러져 즐거운 생태 관람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맞은편의 어등산이 주는 멋진 산세가 황룡강 물에 반영되니 이 또한 초록에 초록을 더 한 셈인지라 눈이 편안하고 마음이 즐겁다.


길을 걷는 방향으로 왼쪽으로는 광산구의 너른 들판과 마을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황룡강과 어등산이 어우러지니 그 가운데를 걸으며 풍요로운 농촌의 풍경과 요산요수의 기운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여행자는 참으로 행복한 하이킹을 즐기는 셈이다.

입석마을의 비석

입석마을의 비석

황계 4교를 지나 발걸음은 입석마을에 도착한다. 


보통 입석마을이라 하면 마을 어귀나 어느 한 곳에 우뚝 돌이 세워져있기 마련이다.


이 입석마을 또한 돌이 세워져 있지만 돌은 마을 중앙의 오형열씨 집 마당에 세워져 있다. 마을에서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제를 지냈다고 하나 현재는 개인적으로만 제를 지낸다고 한다. 궁금한 이는 구간을 벗어나 마을 안 쪽을 찾아봐도 좋다.


이 입석마을의 입구, 즉 황룡강 누리길 구간에는 장승이 서 있다. 입석마을을 찾아오거나 앞을 지나가는 여행자의 안녕을 빌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듯 한 그 빛 바랜 장승은 그 자체로 멋이 드러난다. 

임곡교 부근에서 데크길을 만난다.

임곡교 부근에서 데크길을 만난다.

저 멀리 용진교가 보인다.

저 멀리 용진교가 보인다.

입석마을을 지나 주욱 걷다보면 임곡교를 앞에두고 갈림길이 나타난다. 나무데크를 따라 좀 더 황룡강으로 다가가는 길이다. 


이 데크는 보행자가 좀 더 편안히, 그리고 좀 더 녹음이 가득한 곳을 걸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군데군데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보인다. 만약 어두울 때 걷는다거나 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빠른 보수가 필요할 듯 하다.


계속 이어지는 강변길은 폭이 좁아지며 데크와 포장길을 오고간다. 그렇게 강변의 숲내음을 따라 걷다보면 이윽고 1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용진교를 만나게 된다.

황룡강 누리길 2코스

황룡강 누리길 2코스

제2구간 '선비마실길'(용진교-사호마을-용진산 숲길-너부실마을-월봉서원-백우산 숲길-임곡마을)은 9.7㎞로 용진산을 넘고 넓은 강을 건너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고봉 기대승의 선비정신이 담긴 월봉서원을 만난다.


참고로 직접 걸으며 기록했을 때에는 10.6km 정도가 나왔으며 약 3시간 20여분 가까이 걸렸다. 


당연히 개인차가 있으니 참조하면 좋다. 의외로 숲길 구간이 전후로 펼쳐지며 특히 후반부의 숲길은 꽤 길며 이어걷는 이들에게는 체력을 많이 요구할 수 있으므로 체력을 잘 배분하는 것이 좋다. 

용진교를 지나 2코스로 이어진다.

용진교를 지나 2코스로 이어진다.

용진교를 지나 걷다가 다시 제방위의 자전거 도로로 올라선다. 이제 2코스의 시작이다. 


2코스는 강변을 따라 걷다가 숲으로 들어서서 시원하게 걷게 된다. 용진사로 내려와 마을들을 만나고, 강을 건너 임곡마을까지 마을과 숲을 번갈아 걷게 되어 1코스보다는 걷는 맛이 좀 더 좋은 길이다.


또한 용진마애여래좌상과 용진사, 월봉서원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어 더욱 더 가치있는 길이다.

마침 황사가 개어 조금은 더 날이 화창해지는 느낌이다. 

길 좌측으로 산길로 오르는 진입로가 보인다.

길 좌측으로 산길로 오르는 진입로가 보인다.

황룡강 누리길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산길

황룡강 누리길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산길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지나 싶더니 길 좌측으로 용진마애여래좌상 방향 안내판이 보인다. 이 계단을 따라 산길로 진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황룡산 누리길이 황룡산의 강변을 따라 조성된 길인만큼 이렇게 산길, 숲길을 만나는 구간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뙤약볕을 피하고 싱그러운 숲의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구간이 나와 매우 기뻤음을 고백한다.

용진마애여래좌상

용진마애여래좌상

숲길 왼쪽의 산비탈이 석벽으로 바뀌는 순간, 용진마애여래좌상이 걷는 이의 눈에 들어온다.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1호에 지정된 이 용진마애여래좌상은 투박한 기법이 오히려 더욱 정겨웁게 느껴지는 마애불로, 조선시대에 조각된 것으로 추측된다. 마애불 위에는 ‘불당일월(佛堂日月)’, ‘용진수석(聳珍水石)’이라는 글씨가 세로로 음각되어 있다. 


오가는 이가 없이 한적한 걷기인지라 이 용진마애여래좌상 아래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땀을 훔치며 목을 축이노라니, 빈 손으로 이 곳을 찾아온 것이 꽤 죄스럽다. 불자(佛子)는 아니건만 이 고요한 숲에서 수백년을 자리잡고 세속을 바라보았을 마애불에 빈 손으로 와 땀내만 풍기고 가는것이 민망하다. 


다시 오노라면 반드시 무엇이라도 공양할 거리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엇인가 빌어도 좋을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기도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애불의 ‘가호’ 아래 충분히 쉰 후 다시금 숲길을 나아간다. 그나저나, 오래간만에 만나는 이 숲길, 예상외로 만만치 않다. 폭은 좁고 제초가 필요한 부분도 있거니와 급경사지도 한 두번 즈음 나와준다. 숨이 거칠어진다.


좁다란 오르막, 어느새 대나무숲 사이로 올라서면 하늘이 뻥~ 하고 뚫린다. 고색창연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정자를 만나게 되니 바로 가학정이다.

가학정

가학정

가학정은 ‘신선이 학을 타고 노닌다’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정자로, 이 지역의 명문가인 죽산박씨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선조임금이 임진왜란으로 피난할 때 벼슬도 없이 자신의 옆을 지키며 보필한 죽산박씨 중시조(中始祖:쇠퇴한 가문을 다시 일으킨 조상) 박경의 공을 치하하여 벼슬을 내리려 하였으나 한사코 사양하자 대신 죽림처사라는 시호와 지팡이를 내리고 나라의 돈으로 지은 정자이다.


가학정에 오르는 양쪽 길목으로는 노송을 비롯한 많은 나무가 우거져 푸른 숲을 이루며 황룡강 맑은 물이 정자 밑을 흐른다. 그리고 곳곳에 층암절벽이 솟아 있어 마치 소금강을 보는 듯한 풍경이다. 정자에서 앞을 내려보고 있자면 세월과 세상이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저절로 들어 가학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학덕이 높은 선비가 시서를 벗삼고 살기에는 더 없이 호젓한 곳이다. 


400여년의 오랜 풍상을 겪어온 원래의 정자가 2007년 폭우로 무너져 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하는 중에 2012년 5월 광산구에서 남아있는 사진을 참고하여 재건하였다. 가학정은 평림요산요수길 구간에 있어 트레킹으로 지친 발걸음을 쉬어가기에도 좋다. - 광주광산구 홈페이지”


그 정자에 앉아, 비록 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금 더 쉬어가기로 한다. 정자에서 맞는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으며 바라보는 풍경또한 평화롭기 그지없다.


정말로 오밤중, 속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신선과 학이 노니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단아한 곳이다.


이 가학정은 숲길의 정상부에 위치해 있으며 가학정 뒤로 이어지는 황룡강 누리길은 용진사까지 내리막길로 계속 이어진다.

용진사의 풍경

용진사의 풍경

소박한 사찰인 용진사는 정자와 입불상, 대웅전 및 스님의 처소 등으로 이루어진 작은 사찰이다. 산을 내려와 만나는 이 용진사가 또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용진사와 원사호마을(사호마을)을 지나 논, 밭길을 따라 걸으면 다시금 황룡강 강변을 만나게 되고 다리를 따라 황룡강을 건너게 된다. 즉, 황룡강 누리길이 길다란 원형의 원점회귀형으로 보았을때 가장 윗쪽에서 내려오는, 즉 황룡강 누리길 전체구간의 절반을 지나는 셈이다.


황룡강을 건넌 후 철도를 지나 내려오다가 방월당 방향, 광곡마을(너브실마을)로 들어선다. 


광곡마을을 지나면 드디어 월봉서원을 만나게 된다. 월봉서원은 호남정신문화의 산실로 꼽히는 곳이며 조선 중기의 유학자 고봉 기대승 선생을 모신 곳이다. 

월봉동산의 백우정

월봉동산의 백우정

고봉 기대승 선생은 호남에서 손에 꼽히는 사상가이자 유학자였다. 당대 최고의 학자인 퇴계 이황과 무려 13년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논쟁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며 퇴계 이황을 비롯, 우암 송시열, 율곡 이이, 오음 윤두수 등이 선생의 학식과 덕을 높이 기리고 찬양하였다.


선생이 한 말 중 하나를 적어본다.


“국가의 폐단은 한 두가지가 아니나, 근본은 백성을 편안히 하는데에 있습니다. 백성이 편안한 다음에야 교화를 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드시 백성의 힘을 펴주어 백성이 부유해진 뒤에야 가르칠 수 있는 것입니다.”


월봉서원을 둘러본 후 월봉동산을 따라 오르면 백우정을 만난다. 그 뒤로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기세준가족묘를 지나 잘 조성된 숲길은 용진마애불상 구간의 숲길보다 훨씬 쉽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숲이 주는 향기와 그늘 사이로 걷기 좋은 트레일을 따라 걷는 이 맛, 참 매력적이다, 황룡강 누리길 2코스!

매우 마음에 드는 숲길

매우 마음에 드는 숲길

숲길을 따라 걸으며 빛고을 산들길 표지판과 ‘철학자의 길’ 표지판을 만난 이후로는 오르막이 이어지며 숲길은 약간은 거칠어진다. 그래도 길 표식이 뚜렷할 뿐더러 종종 산책을 즐기는 이들도 만날 수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책로의 정상 즈음에는 벤치와 함께 쉴 수 있는 시설도 있다.


길은 계속 숲을 따라 길게 이어지며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이 숲길의 끝에 임곡마을, 즉 2코스의 종착지가 있다. 마지막까지 걷는 이에게 호강아닌 호강을 이렇게나 베풀어준다. 

임곡마을이 보인다.

임곡마을이 보인다.

판사동산 등산로를 내려와 드디어 임곡마을을 눈에 담는다. 


미세먼지가 짙어졌다 흐려지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황룡강의 푸른 물결이 어느새 향긋하고 수북한 숲길로 변했다. 그 변화무쌍함을 온 맞으로 맞고 걷노라니, 이 1구간과 2구간 이어걷기가 꽤나 만만찮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느낌이다.


처음에 가졌던 인상과 예상이 많은 부분 빗나가는 길이다. 그러면서도 그 빗나감이 즐거움으로 변화되는 걷는이에게는 맛있기 그지없다.


걸으며 만나는 다양한 마을과 문화재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이 황룡강 누리길 자체가 주는 고즈넉함과 순박함이었다. 과하지 않게 땀 흘리게끔, 과하지 않게 지치지 않게끔 배려한 그 길이 참으로 고맙다.


임곡마을에는 식당도, 편의점도, 하나로마트도 있다고 한다. 어느새 물도 떨어진 셈이니 제대로 영양분을 보충해줘야겠다. 


발걸음에 다시금 힘이 들어간다.

2021.05.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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