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어머니 토베 얀손

[컬처]by 예술의전당
무민의 어머니 토베 얀손

© Moomin Characters™

핀란드인이라면 무민 작가 토베 얀손의 이름을 어릴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듣고 자란다. 필자도 어릴 적, 잠들기 전에 아빠가 무민 동화를 읽어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세 편의 무민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몰두했다. 「무민파파의 회고록」과 「위험한 여름」, 「무민의 겨울」이다. 이 작품들을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니 새로운 책을 보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단순한 모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외로움과 두려움 같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내용도 굉장히 철학적이다. 점점 더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토베 얀손의 어린 시절

무민의 어머니 토베 얀손

Tove Jansson (토베 얀손)

토베 얀손(1914~2001)은 귀여운 무민 캐릭터의 원작자로 핀란드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가이자 화가이며 풍자 만화가이다. 그녀는 스웨덴계 핀란드 예술가 집안에서 2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조각가인 아버지 빅토르 얀손과 그래픽 아티스트인 어머니 시그네 함마르스텐-얀손은 그녀가 예술가가 되기를 바랐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토베는 어린 나이에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14세에 「알라스 크뢰니카Allas Krönika」란 잡지에 ‘토토’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그림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15세 때는 「가름Garm」이란 잡지에 정기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리고 4년 후, 첫 번째 전시와 함께 그림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가름」과의 관계는 특히 의미가 깊었다. 15년간 정기적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백여 개의 표지를 비롯하여 오백여 점의 다른 그림도 그렸다.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는 1940년대 초반인 2차 세계대전 때로, 주로 예술가의 삶과 전쟁 시기의 힘든 일상을 담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정치 풍자였다.

 

학교 다니는 것을 싫어한 토베는 15세 때 중학교를 마치고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으로 이사했다. 외삼촌 집에 살며 예술학교에 다녔는데, 미술 이외에도 문장학, 장식미술, 도예, 북아트 등을 배웠다. 18세에는 다시 헬싱키로 돌아와 아테네움 미술관의 미술학교에서 미술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화가로서의 명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널리 퍼졌다. 하지만 그녀는 생계를 위해 잡지와 신문, 어린이책은 물론 엽서와 광고 그림도 그려야 했다.

무민의 탄생과 변화의 과정

스톡홀름의 외삼촌 집에 살며 예술학교에 다녔을 때의 일이다. 외삼촌은 토베에게 밤에 음식 저장고를 자주 들락거리면 무민트롤이 와서 목에 차가운 바람을 불 거라고 겁을 주었다. 거기서 영감을 얻은 그녀는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그렸다. 첫 무민은 여름별장의 야외 화장실 벽에 그렸다. 무민 소설이 탄생한 배경에는 전쟁이 있었다. 그녀가 첫 번째 무민 소설을 쓴 것은 1939~40년에 구소련과 핀란드 사이에서 일어난 겨울 전쟁 때였다. 젊은 그녀는 소설을 통해 어린 시절의 행복과 평화로움을 되살리고 싶었다. 1941~44년에 있었던 일명 계속전쟁 이후, 원고를 편집하고 그림을 그렸다. 첫 소설에 등장한 무민트롤은 주둥이가 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는데, 그건 그녀가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동화는 전쟁 중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발표한 두 편의 무민 소설(1945년 「무민과 대홍수」, 1946년 「혜성이 다가온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무민 소설인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는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동시에 출간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토베의 작품에서 글과 그림의 관계는 아주 긴밀하기 때문에 무민의 모습도 내용에 따라 조금씩 변해갔다. 전쟁 때 그린 무민트롤은 마르고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쟁 이후 찾아온 평화는 그를 둥글고 부드럽게 변화시켰다. 무민트롤은 1950년대까지 계속 동그래졌는데, 1954년 「위험한 여름」에서 가장 통통했다. 이는 무민 소설 중 가장 행복하고 활동적인 작품이다. 좀 더 진지한 내용의 「무민의 겨울」에서는 조금 덜 통통한 반면 표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민파파와 무민마마의 내면적 위기를 다룬 「무민파파와 바다」에서는 무민트롤의 부모도 야위어진다. 「보이지 않는 아이」는 거의 인물들의 특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림은 선이 불분명하고 이전 작품들보다 표현이 풍부하다.

무민의 어머니 토베 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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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어머니 토베 얀손

클로브하루 섬 별장에서의 토베 얀손

토베는 1954년부터 1974년까지 국내외 여러 신문에 무민 만화를 그렸고, 1950년대에 40여 개국 60여 개 언어로 출간했다. 얀손은 무민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문학의 고전들에도 그림을 그렸다. 대표적으로 톨킨의 「호빗」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있다. 또한 성인을 위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여행기, 회고록, 공포 소설 까지 다양한 작품을 출간했다.

 

무민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동화이면서도 외로움, 술, 죽음 같은 어려운 주제도 자연스럽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물에 아이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면들이 잘 섞여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아이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책을 쓴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토베는 자신이 어릴 적 느낀 여름의 향기를 되살리기 위해 쓰거나, 가끔은 스스로 소외되고 겁이 많다고 느끼는 아이를 위해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소설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이 분명함에도, 자신은 글을 쓰는 것을 취미로 생각하고 화가가 본업이라 여겼다는 것은 무민이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흥미로운 점이다.

 

글 따루 살미넨 (방송인, 통번역가) 사진 토베 얀손 공식 홈페이지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7년 9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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