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한 해를 떠나보내는 방법

[컬처]by 예술의전당

오페라 <라보엠> 12.6(목) – 9(일) 오페라극장

<2018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크리스마스 콘서트> 12.19(수) - 20(목) 콘서트홀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의 합창> 12.21(금) - 22(토) 콘서트홀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해…….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일상의 시간을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의 호흡으로 정리하며 살아간다. 하루 한 주 한 달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고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순간이다. 아마도 이 순간은 새로운 다짐이나 변화에 대한 희망을 꿈꾸기 이전에, 무사히 잘 지내온 지난 시간들에 감사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에 대한 위로와 인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긍정적인 힘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절로 솟는 것일 테니까.

 

한 해 동안 애써온 자신을 위로하고 순수하고 본질적인 감정을 담아 새로운 한 해를 순탄하게 시작할 의식을 치를 준비를 하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송년 행사를 치르며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연말 바쁜 틈 속에서도 나를 위한,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시간들은 꼭 따로 남겨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예술계는 해마다 한 해 동안 고생한 관객을 위한 연말, 송년 작품들을 더 애써 준비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12월, 당신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기 몇몇 작품을 소개하니 취향에 따라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란다.

아름답게 한 해를 떠나보내는 방법

오페라 '라보엠'

먼저 12월 6일(목)부터 9일(일)까지 4일간 펼쳐질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소개한다. 19세기 프랑스 파리 뒷골목의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과 사랑을 담은 4막의 작품으로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석 달간 펼쳐지는 이야기다. 극 중 주인공 미미와 로돌포가 1막에서 부르는 아리아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유명한 곡들이다.

 

미미와 로돌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로돌포의 다락방에서 첫 대면을 한다. 추운 겨울 온기조차 없는 다락방. 촛불마저 꺼진 어둠 속에서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찾다가 손이 스치고, 그 설렘의 달빛 아래서 서로를 소개하며 시작되는 연인의 사랑은 더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젊은 보헤미안들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 주인공인 로돌포가 가난한 현실에서 폐병을 앓는 연인 미미를 돌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괴로워하고 미미는 그런 연인의 마음을 알고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다. 둘은 비록 헤어졌으나 자신의 마지막을 사랑하는 연인의 품에서 맞고자 초췌한 몰골로 다시 다락방을 찾아온 미미는 바람대로 로돌포의 품에서 죽음을 맞는다. 짧은 사랑의 희망과 기쁨은 가난한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죽음의 슬픔으로 바뀌며 비극적으로 끝나고 만다.

 

<라보엠>은 아리아만 따로 듣기보다는 극의 흐름과 이어지는 전체적인 음악들을 즐기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면 극의 대표 아리아들만이라도 가사의 내용과 표현을 먼저 챙겨본 뒤에 작품을 관람하기를 권한다. 주인공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이 거의 예술가라서인지 대사와 아리아 가사가 특히 낭만적이고 아름다워 그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인기 레퍼토리인 <라보엠>은 2012년 초연 이후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이미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검증받은 작품이다. 특히 올해는 마르코 간디니의 연출작을 한국의 촉망받는 연출가 김동일이 재연출해 더욱 따듯하고 낭만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탁월한 음악적 해석을 선보이는 젊은 마에스트라 성시연이 지휘하고 세계 극장을 누비며 활약해온 실력파 성악가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한다. 어쩌면 이런 순수한, 수줍은 만남과 고백은 더 이상 현실에서는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비극적 결말이 더 감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애잔하고 슬픈 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고뇌와 슬픔에 동감하며 청춘의 순수한 감정을 다시 느껴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계 평화의 메신저들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화성의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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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올해는 유독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갖게 되는 일들이 많았다. 세계 곳곳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분쟁과 난민들의 뉴스가 평화와 갈등의 종식을 기원하게 했으며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의 모드가 극적으로 그 세를 달리하기도 했다. 하루빨리 종전 선언이 이뤄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염원과 기대가 크다. 한반도의 평화 모드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이때, 아름다운 미성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아카펠라 소년합창단의 공연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세계 평화의 메신저’로 불리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111주년을 이어온 세계 유일의 아카펠라 소년합창단이다. ‘보이 소프라노’라고 불리는 변성기 이전의 소년들만이 만들어내는 투명하고 맑은 소리가 특징으로, 소리가 만들어지는 시간의 유한함 때문에 소년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보이 소프라노의 진수를 보여주는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비롯한 클래식 명곡들과 ‘넬라판타지아’ 같은 현대곡, 크리스마스캐럴, 그리고 앙코르 무대에서 접하는 한국 음악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기획했다고 한다. 현재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성의 성찬을 즐길 수 있는 무대, 영혼을 정화시키는 맑은 소리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빠질 수 없는 송년 레퍼토리, 베토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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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베토벤 교향곡 제9번+'

베토벤이 교향곡 9번을 작곡할 당시는 완전히 청각을 잃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교향곡에 성악을 도입하고 혁신적인 형식을 선택하는 등 교향곡의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4악장은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토대로 인류 보편의 가치인 형제애를 강조하고, 영원한 천상의 아버지의 사랑을 찬양하는 절들을 주로 선택하여 곡을 붙였다. 음악 애호가라면 음악의 성인인 베토벤이 인류의 평화와 사랑을 위해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청각을 잃은 상태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찬미했던 자기 고백과 같은 작품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만큼 뜻깊고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2008년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말 주요 마무리 레퍼토리는 어느새 베토벤의 ‘합창’이 당연해진 것 같다. 일종의 한 해 마무리 의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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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티에리 피셔 ⓒ Marco Borggreve

이번 <티에리 피셔의 합창>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인 티에리 피셔의 지휘로 젊은 실력파 음악인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박지민, 베이스 박종민 모두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악가들이다. 합창에는 한국 최고의 전문 합창단인 국립합창단, 고전에서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사랑받는 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한다. 성악과 합창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선사하는 압도적이고 웅장한 감동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전반부 공연은 이탈리아 작곡가 자친토 셸시가 만든 또 하나의 환희의 외침인 ‘평화(Konx-Om-Pax)’로, 곡명은 산스크리트어와 라틴어에서 평화를 의미하는 세 단어로 이뤄져 있다. 세 문화권이 전하는 평화의 외침을 전하는 곡이라고 한다. 이후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무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공감과 연대의 송년 무대가 될 것이다.

 

글 진양혜 아나운서

사진 국립오페라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에스피에이엔터테인먼트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8년 1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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