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전

[컬처]by 예술의전당

6.25(토) - 9.25(일) 한가람미술관 3, 4전시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낯선 땅, 촌각으로 생사가 나뉘는 극한의 환경, 젊은 군인과 의사라는 신선한 소재에 우리는 흥미를 느끼고 로망을 가졌다. 하지만 사실 세계 곳곳에는 육군 특수부대 군인인 드라마 주인공 보다 더 극한 상황에 맞닥뜨린 사람들이나 이라크를 모티브로 삼은 드라마 속 우루크 지역민들이 겪는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는 그들의 드라마를 세상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바로 보도사진 기자들이다. 그들이 현장에서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각종 매체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기에 우리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빠르게 접한다. 보도사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로이터의 기자들이 보내온 지구촌 구석구석의 기록들이 올여름 우리를 찾아온다. 6월 25일부터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로이터통신사의 주요 사진 작품을 소개하는 <로이터 사진전: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를 통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을 직접 만나보자.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Carlos Jasso / 2012 / Panama City, Panama

보도사진의 역사와 함께한 로이터

독일 태생 유대인인 파울 율리우스 로이터Paul Julius Reuters 는 1850년 프로이센 아헨에서 전신 케이블과 비둘기를 이용해 새롭게 뉴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1851년 영국에서 로이터통신사를 설립, 링컨의 암살 소식을 세계 최초로 타전하는 등 당시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뉴스 정보를 제공했다. 이후에도 뉴스 제작과 배포에 전서구傳書鳩*, 전문電文, 런던-파리 간 해저 케이블망, 위성, 인터넷 전용선 등 시대별 첨단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면서도 공정한 보도로 신뢰와 명성을 얻었다.


로이터통신사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에 영국 프레스 협회Press Association, AP에 편입되었다. 당시 로이터는 독일과 맞서던 연합국의 중심인 영국의 뉴스통신사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보도 원칙을 수호하고자 ‘로이터 신뢰 원칙The Reuters Trust Principle’을 제정하였고,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경영이사회와 대등한 권한을 보유한 ‘신뢰 위원회The Trust Committee’라는 직제로 이어져 오고 있다.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Mike Blake / 2003 / San Diego, USA. 3 (좌). Gleb Garanich / 2016 / Kiev, Ukraine (우).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China Daily China Daily Information Corp - CDIC /2006 / Wuhan, China

로이터통신사는 1970년대에 뉴스 제공 서비스를 도입한 이래 금융 정보 서비스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현재 가장 큰 금융시장인 국제 외환시장은 여전히 로이터통신사의 외환 거래망을 통해 유지되고 있 다. 2007년에는 캐나다의 정보 서비스 기업인 톰슨에 합병되어 톰슨 로이터 그룹을 형성, 현재 150개 국 230개 도시에 지국을 두고 19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장 신뢰받는 최대 국제 멀티미디어 통신사의 역할에 임하고 있다.

시선의 흐름에 따른 공간 스토리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Jorge Silva / 2007 / Rio De Janeiro, Brazil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Leonhard Foeger / 2008 / Wein, Austria

로이터 본사의 협조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600여 명의 소속 기자가 매일 1,600여 장씩 제공하는 사진 들과 로이터가 보유한 1,300만 장 이상의 아카이브 자료 중에서 엄선한 400점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시이다. 특히 차별화된 보도사진을 추구하는 로이터 소속 기자들의 사실과 감성이 혼재한 독특한 보도사진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기자의 눈으로 포착한 세계 각지의 현장 사진들과 그곳에서 영위되는 다양한 삶의 단면을 통해 로이터만의 개성 있는 보도사진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Vivek Prakash / 2013 / Barsana, India

해체주의를 표방하여 전통 서구철학의 개념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처럼 로이터 사진전은 기존 보도사진에서 탈피한 사진전을 표방한다.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드라 마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한 이번 전시에서는 데리다의 「시선의 권리」에서 차용한 공간 디자인 콘셉트가 각 섹션의 주제와 어우러져 합을 이룬다. 탈원근적 시선에서 바라보는 로이터의 클래식 사진(섹션 1. Reuters classic), 시선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감정의 기록(섹션 2. Emotion), 중첩의 시선으로 묶은 세상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섹션 3. Unique), 아름다운 지구와 인간의 모습(섹션 4. Travel on Earth), 주목해야 할 현장 사진들의 기록(섹션 5. Reality), 연속된 시선을 병렬한 현시대의 사회 이슈(섹션 6. Spotlight)가 그것이다. 이 시선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발걸음을 이동하면 어느덧 장대한 드라마 한 편을 감상하게 된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희로애락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Zohra Bensemra / January 14, 2011 / Tunis, Tunisia

위의 사진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발발 당시 시위대 한가운데서 포착한 군인의 모습이다. 당시 지 네 알-아비 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이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금요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시위대 에게 발포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시위대를 진압하고자 군인들이 투입되었다. 기자는 이때의 생생한 현장감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2011년 1월 14일 반정부시위가 튀니지를 휩쓸었을 때, 내무부 건물 밖에 모인 수많은 군중은 벤 알리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경찰은 군중을 향해 최루가스를 발포했고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튀니지 군인들은 경찰과 시위대 중간에서 양쪽을 진정시키고자 하였다. 내가 사진을 찍은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아랍 세계에서 군인이 정부의 편에서 국민을 억압하지 않은 순간! 내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대통령의 권력은 시위대 진압 명령에 불복종한 군인에 의해 사라졌다.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기쁘면서도 내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아랍의 봄’을 예고한 이 엄청난 사건의 현장에서 기자가 포착한 것은 다름 아닌 한 군인의 감정이다. 비록 자극적인 시각 효과를 내거나 예술혼을 담은 사진작품은 아닐지라도 무기를 버리고 양손을 쭉 뻗은 군인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환희와 격한 감정을 마주하니 마음에 큰 울림이 전해진다. 사진 속 인물의 감정과 그 순간을 담은 기자의 감정 그리고 훗날 사진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감정이 한데 어우러지는 순간, 보도사진은 기록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가 남긴 그날의 기록은 튀니지혁명이 아프리카와 아랍권에서 쿠데타가 아닌 민중이 이룬 정권의 붕괴를 구현한 첫 번째 사례로 남으며 역사의 페이지 위에 자리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의 유쾌하고 특별한 이야기들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Marcelo Del Pozo / 2001 / Seville, Spain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로이터 사진

Keith Bedford / 2012 / New York, USA

반면, 세상에는 힘들고 아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극한 상황에 처하거나 처절한 고통을 느낄수록 보는 이의 감정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보도사진이 전하는 메시지가 크게 각인되는 것은 사실 이지만, 적어도 이번 전시의 섹션 3과 4에서는 심각함과 비장함, 정의감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인간과 대자연, 동물의 세계, 이들의 합으로 생성되는 다양한 인류문화,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한 200여 점의 지구촌 파노라마 속 수만 가지 이야기들로 세상은 특별하고 아름답게 빛나니까 말이다. 프레임 속 드라마 들은 저마다 고유한 빛을 띠며 화려한 컬러 칩으로 완성된다. 잠시 나마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돌아가 따뜻한 세계를 바라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로이터 사진전은 여러 사람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로이터 기자들의 기록이다. 그들은 보도사진 기자로서 사실 전달의 기능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되, 사진가로서 자신의 세계관을 투영시킨다. 또한 전달자로서 대중의 시선을 대변하는 보도사진 작가가 지녀야 할 진정성 있는 자세도 잃지 않는다. 그렇게 기자, 사진작가, 전달 자라는 1인 3역을 훌륭히 소화하거나 기자와 사진작가, 혹은 기술자와 예술가 사이의 줄타기에 성공한 이들은 개성 있는 사진을 만들어낸다. 사진이라는 예술 표현 매체 위에서 언론보도를 위한 사실기록 자료의 가치 그 이상의 영역을 넘나들때 메시지가 지닌 힘이 세진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드라마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변화하면서 인간의 드라마는 더욱 빠르고 쉽게 전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이야기는 로이터 역사의 수장고를 채워나가고 있다.


글 호정은 (로이터 사진전 큐레이터) 사진 한겨레 문화사업팀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6년 6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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