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치열하고, 행복하다! SIDance 2016

[컬처]by 예술의전당

9.24(토) - 10.15(토) CJ 토월극장 외

뜨겁고, 치열하고, 행복하다! SID

카롤린 칼송 무용단 '불타는'

올 한 해를 가장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건 누굴까. 단연코 무용 팬들이 아닐까. 세계 곳곳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 무용수들의 이야기, 각종 콩쿠르 입상 소식이 즐겁다. 여기에, 한불수교 130주년이라는 빅 이벤트로 올해 서울과 파리에서는 예년보다 훨씬 다채로운 춤의 향연이 펼쳐졌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이라는 양대 무용 단체가 동시에 세계적 권위의 파리샤요 국립극장 무대에 섰고, 안은미컴퍼니의 <막춤>이 프랑스 전역을 흔들었다.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오는 9월 24일부터 10월 15일까지 <제19회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시댄스)가 열린다. 누벨 당스부터 이후 세대의 다양한 현대무용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는 ‘프랑스 포커스’와 스페인 다섯 개 지역 춤을 골고루 선보여 ‘스페인 춤=플라멩코’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해줄 ‘스페인 특집’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시댄스가 2001년부터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어린이 무용 컬렉션’은 판소리와 요들, 3D 등을 소재로 한 신선한 무대가 단순히 ‘미래 관객’이 아닌 주체적 관객으로서의 어린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 그동안 8개국 24개 단체를 국제무대로 진출시킨 플랫폼 ‘후즈 넥스트’가 뜨거운 여름이 지나간 자리를 다시 한 번 달궈놓을 예정. 올가을 최대 무용 축제, 시댄스를 미리 만나보자.

누벨 당스의 살아 있는 전설부터 피지컬 시어터, 아방가르드, 힙합까지… 프랑스 현대무용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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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조카주 무용단 '스펙트럴 에비던스'

누벨 당스를 이끈 거장, 카롤린 칼송과 앙줄렝 프렐조카주가 ‘프랑스 포커스’를 시작한다. 2003년에 이어 13년 만에 시댄스를 찾은 프렐조카주 발레단은 대표작들로 구성된 <갈라 프렐조카주>(9.24~9.25)로 시댄스의 막을 연다. 현대발레의 고전으로 불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백설공주> 등 발표작마다 참신함과 대담함으로 관객을 열광시켜왔는데, 이번에는 프렐조카주와 시댄스가 함께 고른 이인무와 군무, 그리고 <성 수태고지> 전편이 소개된다. 이인무 중 <정원>은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프렐조카주의 작품세계를 핵심적으로 음미할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롤린 칼송은 철학적 접근과 시적인 움직임으로 프랑스를 현대무용의 중심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7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공기처럼 가벼운 그녀가 직접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세 편의 솔로로 구성된 <단편들>(9.28)은 칼송의 예술관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특히 는 칼송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서 받은 강렬한 영감이 특유의 시적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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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드레이크 X 토메오 베르제스 '공공 해부학'

누벨 당스 이후 프랑스 현대무용의 줄기를 짚어볼 수도 있다. <공공 해부학>(10.1~10.2)은 피지컬 시어터와 현대무용 사이에 위치한 작품이다. 의사, 수영선수, 무용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인간 동작을 해부학적으로 탐구해온 토메오 베르제스의 화제작이다. 연극적인 느낌이 있으나, 몸에 좀더 집중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극과 춤이 서로 지속적으로 마찰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아방가르드 계열의 <(ㅁ)ㅣ모사, 스무 가지 모습 또는 파리는 저드슨 교회에서 불타고 있다 (M)>(10.13, 서강대 메리홀)는 세실리아 벵골레아, 프랑수아 셰뇨, 트라잘 하렐,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 등 네 젊은 안무가의 참신한 작품으로, ‘1963년 뉴욕 저드슨 교회에서 초기 포스트모던 무용수들과 보깅댄스 파티 참가자가 함께 공연을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남성의 성기 모형을 찬 여성, 여성의 가슴을 단 남자 등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들의 기행奇行에서 기존 관념을 뒤엎는 진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또 힙합과 현대무용을 접목한 작품도 있다. 얀 뢰뢰 무용단이 소개하는 <붉은 원>(10.8, 신도림 디큐브시티)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야외 공연을 통해 관객과의 또 다른 접점을 시도한다.

뜨겁고, 치열하고, 행복하다… 춤으로 떠나는 스페인 여행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는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살던 곳이다. 가톨릭을 중심으로 이슬람, 유대교의 문화가 혼재하고 카스티야, 카탈루냐, 바스크, 안달루시아 등 지역마다 독창적인 언어와 문화가 발달했다. 그러니 춤도 마찬가지. 스페인엔 안달루시아, 그리고 플라멩코만 있는 게 아니다. ‘스페인 특집’에서는 다섯 개 지역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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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 고메스 무용단 '쪼그라드는 신'

스페인에서 초청된 무용단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1992년 바르셀로나 카탈루냐에서 창단된 마르 고메스 무용단. 수준 높은 작품으로 스페인 현대무용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뛰어난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연극적 분위기와 시적 이미지를 춤으로 표현한다. 이번 시댄스에서 선보일 <쪼그라드는 신>(9.29)은 집의 뒷마당을 무대로 예민한 안주인과 방문객, 그리고 세탁기 간의 익살스러운 실랑이를 그렸다. 바르셀로나에선 두 작품이 왔다. 토머스 눈 무용단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강렬한 피지컬 댄스로 재탄생시킨 <메데아>(10.11, 서강대 메리홀)를 소개한다. 복수의 욕망에 매여 스스로 비극에 빠지는 인간의 운명을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동작과 조명, 음향을 통해 강렬하고 처연하게 표현한다. 2015 바르셀로나 비평가상 최고 무용공연상 수상작이다.

 

수도 마드리드(카스티야)에서 활동하는 라룸베 무용단은 3D 애니메이션과 현대무용의 유쾌한 만남 <고래, 거인들의 이야기> (10. 9, 서강대 메리홀)를 선보인다. 펜둘로 세로 무용단, SNEO 혼합프로젝트와 협업한 이 작품은 2015 유럽아동공연예술축제 최우수 무용공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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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테이블 '속도'

바스크 지방의 춤은 이른바 ‘남자의 춤’이다. 바스크의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온 쿠카이 무용단이 <젤라하우시아크>와 <소르바차>(10.8, 신도림 디큐브시티) 두 작품을 통해 진짜 남자의 춤이란 무엇인지 보여줄 예정. 이밖에 세비야(안달루시아)에서 플라멩코와 현대무용의 접목을 시도해온 마르코 바르가스&클로에 브륄레의 <어쩌다>(10.10, 신도림 디큐브시티), 지중해 휴양지 마요르카 섬에서 활동하는 발 무용단의 <여행>(10.10, 신도림 디큐브시티)을 통해 스페인 문화의 다양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판소리, 요들, 3D… 다채로운 ‘어린이 무용 컬렉션’

미래의 관객이자 그 자체로 주체적인 관객인 어린이를 위한 공연도시댄스에서 만날 수 있다. 2001년부터 시댄스는 현대무용 소재 다양화와 문화감성교육 등을 위해 꾸준히 ‘어린이 무용 컬렉션’을 선보였다. 올해는 이질적인 소재가 어우러지는 참신함이 돋보이는 두편의 작품이 눈에 띈다. 누나 무용단의 <수궁가>(10.3, 서강대 메리홀)는 한국의 판소리 수궁가 이야기와 스위스의 요들을 접목시켰다. 토끼와 거북이, 용왕 사이의 모험담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엘로이즈 하이디 프라슈부의 요들과 알렉상드라 벨롱의 타악 연주가 백미. 프라슈부는 여러 학교와 기관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활발한 공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스위스 오르페우스 실내악 콩쿠르에서 입상한 알렉상드라 벨롱은 쿠르트 마주르, 유리 테미르카노프, 대니얼 하딩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했다.

 

‘스페인 특집’ 프로그램 중 하나로 앞서 소개된 <고래, 거인들의 이야기>도 어린이를 포함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3D 안경 너머로 펼쳐지는 가상현실과 무용수들이 빚어내는 환상 속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한없이 빠져든다. 극장 안에는 바닷속인 듯 떠다니는 고래와 물고기, 별자리 들이 잠시 잊고 있던 자연의 친구들을 소환한다.

세계에서 서울로, 시댄스에서 세계로… ‘후즈 넥스트’와 동아시아무용플랫폼

시댄스에는 국내 무용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플랫폼 프로그램 ‘후즈 넥스트’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3년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멕시코, 슬로베니아 등 8개국 19개 행사에 24개 단체의 해외 진출 성과를 냈다. 올해도 안성수픽업그룹의 <혼합>(10.5, 서강대 메리홀), 전미숙무용단의 (10.5, 서강대 메리홀), 김윤수무용단의 <네 명의 무용수를 위한 거문고 산조>(10.7, 서강대 메리홀) 등이 다음 항해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시댄스는 그동안 꾸준히 이뤄진 동아시아 무용 교류에서 작은 결실을 보았다. ‘후즈 넥스트’에서 더 나아가 중국 광동댄스페스티벌 및 일본 요코하마댄스컬렉션과 함께 2017년 제1회 동아시아무용플랫폼을 창설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간 무용 교류와 아티스트 협력, 신진 안무가 발굴 등을 위한 것으로 내년 11월 중국에서 첫 번째 막이 오른다. 시댄스 기간 중인 10월 5일과 7일에 플랫폼에 출전할 한국 대표 선발공연이 열린다.

 

글 박동미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사진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6년 9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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