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얼굴 재건술에도..." 선풍기 아줌마, 안타까운 소식 전해지자 모두가 오열했다
![]() 경향신문 /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아름답고 멋져보이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 욕망인데요.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못해 결국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선풍기 아줌마’로 불렸던 한혜경이 그 주인공인데요. 그의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알려진 후 많은 이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 17회에 걸친 얼굴 재건술까지 했습니다만 결국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미옥'에서 '한혜경'이 되기까지
![]()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지난 2004년 11월 언론을 통해 ‘선풍기 아줌마’가 알려졌습니다. 당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불법 성형 시술 중독으로 일반인보다 서너 배나 큰 얼굴을 갖게 된 한미옥의 사연이 방송되면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젊은 시절, 한국과 일본에서 가수로 활동한 바 있는 한미옥은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였습니다. 조금 더 예뻐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평소 불만이던 사각턱을 고치려고 불법 성형 시술을 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얼굴은 일반인의 서너 배 가까이 커졌고, 눈, 코, 입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습니다. 성형 시술 이후 더 이상 가수 활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얼마 못 가 그만둬야 했습니다.
![]() 채널 A '그 때 그 사람' |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성형 시술의 부작용은 정신분열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려 얼굴에 콩기름과 파라핀 등을 주입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손등에 파라핀을 주입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자살을 생각한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점점 이상해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꿈도 희망도 모두 잃었습니다. 한미옥이 세상과 등을 진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질 않았다. 절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죽을 만큼 싫었다. 매일 매일 집에만 있다고 한번 생각해보라. 집에서 하루 종일 뭐 하겠냐.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와 원망밖에 안 든다. 그런 생각을 잊기 위해 잠을 청하지만 잠도 잘 안 온다. 억지로 잠을 청하다 보니 머리를 비롯한 온몸이 다 아팠다.”
![]()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1년 뒤인 2005년 11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한미옥의 재활기를 방송했습니다. 기초수급자였던 한미옥은 은행을 까는 일을 해서 번 2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첫 방송 이후 많은 모금이 이어지며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은 한미옥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미옥은 신경정신과 치료와 성형수술을 받으며 ‘잃어버린 얼굴 찾기’에 나섰습니다. 성형수술로 인해 늘어난 목 주위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술도 했고, 얼굴의 윤곽과 균형을 맞추는 대수술도 치렀습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한미옥은 삶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다져갔습니다. 정신 건강도 호전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풍기 아줌마’의 이름은 ‘한미옥’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2006년 11월, 한 방송에 출연한 그는 자신의 본명이 ‘한혜경’이라고 밝혔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내 이름이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이제야 한혜경이라는 이름으로 세상 앞에 당당히 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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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한미옥'이라는 이름으로 앨범 ‘선풍기 아줌마’를 발매하고 무대에 오르는 등 자신을 괴롭혔던 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밝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과거 가수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노래방에서 뛰어난 무대매너를 선보이는 등 회사 동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며 “얼굴은 되찾지 못했지만 마음은 되찾았다”며 “사람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사는게 보답하는 길”이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선풍기 아줌마' 한혜경이 밝힌 성형 중독의 이유
왜 한혜경은 불법 수술까지 받으면서 성형 수술을 멈추지 않았던 것일까요.
![]() KBS 2TV '여유만만' |
바로 ‘성형 중독’ 때문이었습니다. 2013년 KBS 2TV '여유만만'에 출연해서 좀 더 자세한 사연을 고백했는데요. 한혜경은 "처음에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다 일이 이렇게 됐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는 “너무 가난해 매 끼니를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해야만 했다”고 이야기하며 “아버지가 집은 있지만, 직업은 없었다. 어머니는 늘 돈을 꾸러 다니시며 홀로 고생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어머니 고생을 덜어드리려 가수를 꿈꿨다”며 “돈을 벌러 일본으로 떠났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너무 외로웠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 외로움 때문에 더욱 불법 성형시술에 빠져들고 말았다고 합니다. 거기에 얼굴이 커지면 더 강해 보이는 것 같았다고 생각해 이를 멈추지 않고 계속 시술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정신을 차려보니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KBS 2TV '여유만만' |
결국 일하던 일본 업소에서 해고되어 돈도 갈 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한혜경은 “그러다 우울증이 오며 성형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얼굴에 콩기름을 넣으라는 환청까지 들렸다”고 고백해 많은 이들이 그의 스토리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성형 중독이 외모에 대한 열등감, 두려움, 스트레스 등으로 유발된다고 합니다. 특히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이어도 스스로를 기형적이라 생각하며 성형수술을 일삼는 ‘신체변형장애(BDD·body dysmorphic disorder)’ 환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반복해서 거울을 보거나 결함을 숨기려 들며, 남들이 놀릴까봐 밖에 나가지 않고, 부작용과 장애를 겪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일을 벌이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성형중독은 치료가 어려우며 성공률 또한 높지 않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성형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빠른 시일 내로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젊음에 집착해 성형중독이 되는 것은 순간순간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다니던 길이나 음식점을 바꾸는 소소한 변화가 그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57세의 나이로 생 마감한 한혜경
![]()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온 한혜경에게 오랜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57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요.
지난 2018년 12월, 언론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병원에서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고 하는데요.
방송 이후 호전되는가 했던 그는 사망 전까지 은행을 까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근근히 들어오는 방송 일로 전셋집까지 구매했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을 벗어나기는 힘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또 얼굴도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사망 전 일주일동안 가족의 품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망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가난이 사람을 저렇게 까지 파괴했다니 너무 안타깝다”, “57세면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난 것 같습니다. 수술 후유증이 얼굴 외에도 심각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았을 테니 방송 나온 이후로도 삶이 힘들었을거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윤상호 기자 tkdgh9432@salgo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