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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김남주, 하루 김밥 6알
먹으며 만든 인생캐 고혜란

bySBS funE

김남주, 하루 김밥 6알 먹으며 만

세련된 정장, 웨이브 헤어, 날카로운 눈빛까지.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배우 김남주는 고혜란 그 자체였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 연출 모완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 캐릭터를 소화한 김남주는, 마치 고혜란이 TV 밖으로 튀어나온 듯 고고한 자태로 기자를 맞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김남주가 고혜란으로 보인 것은. 실제 김남주는 고혜란보단, 드라마 ‘내조의 여왕’ 속 천지애 캐릭터에 가까웠다. 거침없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솔직하고 유쾌했고, 남편과 자식 이야기에는 즐거운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굳이 치장하지 않아도, 오랜 연기경험과 연륜에서 비롯한 무게감이 자연스레 묻어났다.

 

‘미스티’를 본 시청자와 언론은 김남주에게 극찬을 쏟아냈다. 연기경력 20년이 넘었고 이미 방송사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김남주인데, 파격적이고 완벽한 그녀의 연기변신에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김남주는 본인이 아닌 고혜란은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고혜란 그 자체로 거듭났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쾌하고 쿨한 김남주가 찔러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처럼 독하고 완벽한 고혜란을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하는. 실제로 김남주는 고혜란이 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로 비주얼을 가다듬고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서 모두 자신의 흔적을 지웠다. 또 스스로에게 ‘고혜란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김남주는 “드라마 끝나고 집에서 애들을 봤더니, 다시 원래의 저로 돌아오고 있어요. 방정맞고 수다스러워졌죠”라며 크게 웃어보였다. 외형은 고혜란인데 인간미 넘치는 김남주의 모습에 기자들도 인터뷰 내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인터뷰 시간이 ‘순삭(순간 삭제)’처럼 느껴진 건 오랜만이었다.

김남주, 하루 김밥 6알 먹으며 만

“아줌마 아닌 멋있는 여자로 인정 받아 큰 희열 느껴”

‘미스티’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이 유명 골퍼 케빈리(고준 분)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리고, 그녀가 남편이자 변호사인 강태욱(지진희 분)과 함께 진실을 파헤쳐나가며 드러나는 사람들의 욕망의 민낯을 보여준 ‘미스터리 격정 멜로’ 드라마였다. 그 중심에 선 고혜란은 지적인데 아름답고 독한 카리스마까지 갖춘 인물로, 선과 악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김남주는 이런 다채로운 모습의 고혜란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시나리오가 너무 탄탄했고, 특히 고혜란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지고지순한 신데렐라 여주인공 캐릭터가 아니라, 종전에 없었던 강하고 멋진, 악녀같은 모습이 섞인 여성 캐릭터라 끌렸죠. 잘 될 거라는 기대는 했지만, 그 기대 이상의 큰 반응을 얻어 깜짝 놀랐어요.”

 

김남주는 그동안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의 작품을 통해 흥행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박수 받은 작품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보여준 김남주의 모습들은 비슷비슷했던 게 사실. 모두 코믹하고 친근한, 응원해주고 싶은 아줌마 캐릭터였다. 그래서 김남주의 이번 고혜란 변신은 새로웠다.

 

“아줌마가 아닌 하나의 여성, 멋있는 여자 캐릭터로 정극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에 큰 희열을 느껴요. 그건 제게 굉장히 큰 의미예요. 나이든 연기자들이 할 수 있는 드라마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게 현실인데, 여배우가 40대 후반이 되어도 엄마가 아닌 하나의 여성 캐릭터로서 장르물이나 멜로에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그 나이대를 제가 좀 더 연장시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뿌듯해요. 고혜란을 표현하기 위해 앞만 보고 준비했는데, 그 노력을 보상받은 거 같아요. 정극에서,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재평가 받았다는 것에 기뻐요. 제 인생에서도, 잊지 못할 기념비적인 드라마예요.”

 

고혜란은 과거부터 김남주가 하고 싶었던 캐릭터의 집약체였다. 멜로 장르, 앵커 캐릭터, 특히 팜므파탈의 매력을 갖춘 여성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게 ‘미스티’ 속 고혜란으로 형상화됐다.

 

“결혼 전부터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나이 먹고 지금에야 제게 왔어요. 처음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었죠. 고혜란의 나이설정이 37세인데, 제가 47세였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제 나이에 고혜란을 연기한 게 더 나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깊이감과 무게감, 카리스마를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졌으니까요. 주변에서도 지금의 제가 고혜란을 연기한 게 더 느낌이 좋았을 거라 해요.”

김남주, 하루 김밥 6알 먹으며 만

“내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란 각오로 연기”

‘미스티’ 방영 내내 언론은 김남주의 연기에 대한 극찬기사를 쏟아냈고,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네티즌의 칭찬이 넘쳐났다. 그만큼 평단도 시청자도 김남주의 완벽했던 연기를 인정했다. JTBC에 연기대상 시상식은 없지만, 백상예술대상 같은 다른 시상식이 있기에 조심스레 그녀의 수상가능성도 나온다. 정작 김남주 본인은 수상욕심보다, 자신을 향한 칭찬에 더 감격스러워 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기자분들이 좋은 기사를 써주시고, 그 기사에는 좋은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어요. 이렇게 극찬 받은 건 처음이에요. 안티팬이 많이 돌아섰어요. 그것만으로 전 됐어요. 그 어떤 상을 받는 것보다도 기쁘고 감사해요. 트로피가 없으면 어때요. 이토록 많은 분들의 극찬을 받았는데.”

 

김남주는 ‘미스티’ 촬영장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라며 촬영에 임했다. 이걸 끝으로 연기를 은퇴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은 없다는 강한 각오로 작품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앞으로 다시 만나기 힘들 거라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제 나이가 곧 쉰인데, 이렇게 좋은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다시 오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혜란을 연기하며 현장에서 ‘내 마지막 작품’이란 각오로 제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했죠. 고혜란은 그동안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없었던 캐릭터예요. 그걸 제가 연기했다는 것이 영광스러워요. 다시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없어도 괜찮아요. 그동안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하루에 김밥 6알, 모든 건 고혜란처럼”

30대 후반의 고혜란은 외모는 아름답고 머리는 비상하며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섹시미까지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캐릭터였다. 김남주에 따르면, 고혜란은 캐릭터 설정상 ‘무조건’ 예뻐야했다. 그래서 그녀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만 했다.

 

“하루에 김밥 6알, 한 끼에 3알씩 먹으며 식사량을 줄였어요. 말라야 고혜란의 의상을 소화하고 그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었거든요. 드라마를 찍는 동안에는 저 스스로 고혜란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먹고도 버틸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못하죠. 드라마 끝나고 족발, 닭발 등 그동안 먹고 싶었던 거 마음껏 먹었어요. 오늘도 저녁에 김승우 씨랑 저녁에 간장게장 먹기로 약속해 뒀어요.(웃음)”

김남주, 하루 김밥 6알 먹으며 만

김남주는 ‘미스티’에서 다양한 의상을 선보였다. 고혜란이 앵커로서 뉴스룸에 앉을 때, 취재를 위해 발로 뛸 때,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등 장소에 따라 형형색색 달라지는 의상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패셔니스타 김남주이기에 소화가능한 의상들이었고, 그만큼 시청자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가장 고혜란스럽게 입는 게 뭘까, 생각했어요. 뉴스룸이나 방송국에 있을 땐 수트 정장을 많이 입었고, 멜로신에선 여리여리 여성스러운 의상을 선보였죠. 신과 분위기에 따라 옷을 맞췄는데, 그러다보니 연기도 더 편하게 나왔어요. 실제로는 편하게 보통의 아줌마처럼 입고 다녀요. 그래서 아이들이 고혜란처럼 입고 학교에 한 번 와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김남주는 고혜란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서있는 자세부터 물 마시는 모습까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고혜란이라면?’을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손짓 발짓 걸음걸이까지, 모두 바꿨어요. 고혜란이라면, 서 있을 때 호주머니에 손 하나를 꽂아 어깨라인을 살릴 거 같았고, 앉아서 물을 마실 땐 살짝 사선으로 고혹적인 포즈가 나올 것 같았고, 걸을 땐 당당하고 힘찬 걸음일 거라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고혜란이 멋있게 보일까를 계속 염두하면서 촬영했죠.”

“남편 김승우 응원과 아이들의 인정에 기뻐”

‘미스티’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김남주는 고민이 많았다. 완벽한 비주얼의 앵커로 격정 멜로까지 소화해야하는 고혜란을 자신이 할 수 있을 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6년만의 드라마 복귀인데, 제대로 못해서 괜히 욕이나 먹지는 않을 지 걱정도 됐다. 이 때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 사람은 남편, 배우 김승우였다.

 

“남편이 ‘내가 아는 넌 잘 할 거다’라며 용기를 준 덕에 ‘미스티’를 할 수 있었어요. 남편이 고혜란 왕팬이었죠. 드라마를 두 번씩 보더라고요. 본인이 이 작품을 하라고 권유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니, 저보다 더 기뻐해요. 잘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잘할 지는 몰랐다며 제게 많이 칭찬해줬어요.”

 

김남주는 김승우와의 사이에 딸 김라희 양과 아들 김찬희 군을 두고 있다. 첫째 딸 라희양은 중학교 1학년생으로, 이제 엄마가 연기하는 작품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됐다. 이번 ‘미스티’가 김남주에게 더 소중한 이유는, 엄마가 배우로서 아이의 인정까지 받은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때는 라희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 기억을 잘 못해요. 이제 라희가 중학교 1학년인데, ‘미스티’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배우로서 연기한 제대로 된 첫 기억이 될 거예요. 그래서 더 의미있는 작품인데, 성공적으로 결과물이 나와줬으니 다행이죠. 또 고혜란이 예쁘고 멋있는 캐릭터였잖아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너네 엄마 예뻐, 연기도 잘해’ 라고 했나봐요.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에 저도 기뻤죠.”

김남주, 하루 김밥 6알 먹으며 만

“아프지 않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지금이 행복”

김남주는 어릴 적에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건 고혜란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마음가짐은 전혀 다르다. ‘미스티’ 마지막 장면에서 고혜란은 “지금 행복하냐”는 관객의 질문에 쉽게 대답을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남주는 같은 질문에 당당하게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전 혜란이랑 달리, 현실에 만족하고 긍정적이에요.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항상 ‘법원 갈 일 없고, 병원 갈 일 없으면 행복한 거 아니냐’라고 말해요. 옆의 소중한 사람과 커피 한 잔 나눠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는 현재에 감사하죠. 배우로 살려면, 자신을 향한 비판을 견딜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그래서 제게 혜란이처럼 똑같이 ‘지금 행복하니?’라고 누가 묻는다면, 전 ‘행복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든든한 가정이 있고 무탈한 지금이 행복해요.”

 

이런 김남주의 긍정적인 성격은 오랜 공백기를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결혼 이후 ‘내조의 여왕’으로 복귀하기까지 8년, 다시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미스티’로 돌아오는데 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김남주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로서의 임무에 충실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배우가 그토록 오랜 시간 집에만 있으면 잊혀짐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김남주는 달랐다.

 

“지난 6년, 8년의 공백기동안 전전긍긍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어요. 예쁘게 차려입고 영화제나 시상식에 나가는 동료 배우들이 부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불안해하지는 않았어요. 제게는 든든한 가족과 예쁜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자랑스러워요. 차곡차곡 공든 탑을 쌓아가는 것 같아서요. 전 고생스럽고 힘들었던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김남주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확실히 배우로서 깊이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멋있게 늙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남주는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멋진 여배우’인지 입증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바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의 저한테 '도시여자'의 느낌은 있었지만 그 뿐이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그 깊이감이 달라졌죠. 연기를 할 때도 단선적이었던 게 복선으로 바뀌더라고요. 결혼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느낀 기쁨, 속상함 같은 감정들이 더해져 삶의 연륜이 생기고 대중에게도 보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나 생각해요. 전 멋있게 늙고 싶어요. 조지 클루니처럼 멋있게 나이 먹는 남자 배우는 있는데, 여배우는 그런 느낌을 주는 배우가 드물더라고요. 지금부터 시작해 어떻게 멋있게 늙을 수 있을 지, 그게 제 과제예요.”

 

사진제공=더퀸AMC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